생각이 많아질 땐 현재를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자
내향인인 나는 누군가에게 부탁이나 의견을 묻는것이 어렵다.
삼심대가 되어도 쉬운 일은 아니었고,
친구는 물론 혈연관계에서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현실에 대해서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아 복잡해서 여행을 떠나보자 싶었다.
내 기억 속 좋았던 장소 중의 하나로.
꼭 거창한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혼자도 좋고, 내가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나 사람이 있는 곳 어디든지.
요즘 이직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또래들과 비교하게 되어 현타가 오거나 지치게 되는 온갖 고민들이 슬며시 올라오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다가 또 빼꼼히 올라와서 나를 어지럽힌다. 여행을 통해 주변 환기도 시키고 마음의 여유와 쉼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제주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숙소에만 머무를 계획으로 1박2일로 날을 잡았다.
조용히 갔다오려다가 막상 혼자 가기가 약간의 외로움과 적적함이 있어서 제주도 사는 사촌오빠에게 추천할 만한 카페가 있느냐고 연락을 먼저 했다.
사실 친한 관계는 아니었다. 명절때 한번 볼까 말까 했었고, 평소에 단 한번도 연락을 한 적 없어서 그 말을 물어볼까 말까 이틀 정도 고민을 했었다. 제주도에 몇 번 내려가도 이런 적 없었는데 혼자 가려니깐 오히려 대범해졌는지 그냥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본인도 아는 곳이 많지는 않다며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혼자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고 제주도 도착하면 밥 한번 사준다고 연락하라고 해서 내심 마음속으로 '아싸, 다행이다' 싶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큰 어색함이 없었다. 맛있는 고기도 얻어 먹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와 드라이브, 릴렉스 타임까지 가지며 알차게 즐겼다. 서로 사는 이야기 하면서 대화도 잘 통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생각보다 편안했고 제주의 분위기도 참 좋았다.
자주 못 봤던 동생인데도 챙겨줘서 고마웠다. 이때만큼은 생각의 무게나 양이 조금은 옅어진 느낌이랄까 살던 곳을 벗어나 소확행을 느꼈던 시간들이었다. 그 좋았던 기억들이 또 다음의 일상들을 보내는데 힘이 되기도 하였다. 조용히 혼자 갔다면 이런 고마움과 즐거움을 못 느꼈겠지 싶으면서 그 때 먼저 용기내서 연락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할까 말까할 땐 하는게 좋다!' 를 또 한번 느꼈다.
직장도 그대로, 나의 현실도 변한게 없는 다음해가 왔다.
여전히 현실적 걱정에 파묻혀 살다가 이모네집에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모는 나랑 공통점도 많고 볼 때마다 잘 챙겨주는 따스함이 좋다.
소심이인 나는 이유 없이 그냥 가는 건 좀 망설여져서 생각만 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듣고 싶은 교육이 서울에 서 한다는 소식과 작년에 사촌오빠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이 떠올라서 또 용기내어 연락을 했다.
교육 듣는 겸 해서 이모집에 이틀 정도 놀러가도 되냐고,
오히려 이모는 하루 더 일찍 와서 2박3일 넉넉하게 있다 가라고 오랜만에 온다고 좋아하셔서 내 마음도 참 편했다.
면접보러 가는 길 말고 오랜만에 진짜 여행하는 느낌으로 기차를 탔다. 마침 이모네에 좋은일도 있어서 꽃다발과 간식을 사들고 갔는데 참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더 좋았다. 오랜만에 조카가 왔다고 한시간 걸린 맛집탐방부터 동네 맛집, 집밥까지 매일매일을 맛있는 것만 먹었다. 여기저기 구경시켜주고 선물도 받아서 너무 잘 챙겨주심에 감사했고,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집에 갈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내가 원하는 안정적인 삶의 모습으로 사는 이모네랑 함께 지내는데 보는 나도 그렇고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 이렇게 사는게 맞나, 뭐라도 해야하나' 마음의 조급함이 컸었는데 그게 조금 버거웠나보다
이렇게 떠나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온전한 관심과 애정을 받는 걸 좋아하고 힘이 되는 걸 알게된 것 같다. 자주 보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일반적인 만남과는 조금 다른, 다른 지역에서 오랜만에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더 배가 되는 것 같다.
챙김을 많이 받고 싶었나보다. 나의 생각들을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많이 생각해주고 챙겨주는구나 그 마음들이 느껴져 고마웠고 좋았고,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던 것 같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근데 한번 마음이 가는 데로 용기내서 연락했더니 훨씬 값진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또 이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예전보다 조금 더 용기 내어 연락하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된 것 같다.
"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
" 생각이 많고 지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받으러 가보자"
할까말까할땐 그냥 해보는게 좋은 것 같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야 내가 어떤 도전을 하든 좀 더 용기가 생기고 불안함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다.
내가 좀 지치고 나태해지고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을땐 잠시 환경을 바꾸고 주변 사람을 바꾸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힘들 때는 그저 그냥 생각나는 사람에게 가서 잠시 쉬었다 와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자주보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문득 생각나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보는 용기. 그냥 훌쩍 떠나보는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크게 생각지도 않았던 친절 하나, 챙김 하나에도 참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순간이 언젠가 지칠 때 문득 떠올라 달달한 초콜렛과 같은 작은 행복의 조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