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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Mar 17. 2020

시가Cigar 연기처럼 무심하게

수염이 수북한 입술에 시가 물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얼굴, 얼굴들

술잔 속에 네모진 빌딩 속에 빌딩

빨대를 역류한 까아만 알코올

무지개빛 우산은 너와 나의 은신처

각진 연필에 술 한 방울 찍고 

하이힐을 꿈꾸는 줄무늬 뱀 한 마리

옆구리에 가지치듯 이파리 하나

고불고불 트럼펫 관을 타고

자동차와 사람과 외로운 입김

회색 눈에 회색 하늘

잿빛 태양 잿빛 도시

노래가 우울하면 칵테일 한 잔

보르도빛 입술이 잔에 빠지면

달콤한 망각이 성을 허물고

꿈은 깨어날까 깨져 버릴까

시가를 물고 시가 시를 쓰듯

네가 그린 도시는 어느덧 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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