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을 꿈꾸며 살았다
점점 무리에서 멀어져 갔다
멀어질수록 더욱 치열하게 도약을 탐하였다
치열함은 두려움의 다른 얼굴
무엇이 두려워 그리도 치열했는가
높이 날지 않으면 결국
길 끝의 소실점처럼 사라질 것이 두려웠나
그래서 과속을 신념으로 여기고
속도에 부딪쳐오는 모든 저항을 혐오했나
메마른 초원을 등지고 비상을 꿈꾸는 타조처럼, 헛되이
자신의 검은 그림자와 이별할 수 있기를 소망했나
두려움, 신념, 도약, 소망
어느 것도 실체를 갖지 않는다
합체와 분열을 반복하는 화학반응으로
이제는 내 이름 석 자로만 식별이 가능한 괴물로 변해 있으니
늦가을 가지가 이파리와의 연을 끊듯, 쉽게
결코 그렇게 쉽게 떨굴 수 없는
나라는 짐승의 골격에 각인된 저주의 부적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마지막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