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세 마리-이지李贄

焚書

by 이영희


유익劉翼이란 사람은 성품이 올곧아 남의 욕을 잘했다. 이백약은 남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유 아무개가 아무리 욕설을 퍼붓더라도 욕먹은 당사자 또한 그를 미워하진 않았다.''

오호라! 이백약 같은 이는 진정으로 유익을 알아준 지기知己라고 말할 만하다.


나 또한 성품이 남 욕하기를 좋아하지만 욕먹은 사람 역시 나를 미워한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입은 험하게 놀려도 본심은 착한 줄 알기 때문이며, 말은 험악해도 그 의도만큼은 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착하다는 것은 남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장족의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이고, 의도가 선량하단 말은 또 남들이 자신의 발전을 서두르려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를 이해하고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보통 사람들은 비록 원망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나와는 끝내 친해지지도 않는다.


나를 원망하지 않고 또 친해질 수 있는 자는 오직 양정견 한 사람뿐이다. 그가 나를 원망하지 않고 나와 더욱 친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부귀를 사랑하는 까닭에 타인이 부귀를 추구하는 것까지도 사랑한다. 귀한 신분이 되고 싶다면 반드시 독서를 해야 하는데 양정견은 도무지 글을 읽으려 들지 않으니 그래서 욕설을 퍼붓게 되는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당연히 치산을 해야 할 것이나 양정견은 살림에도 관심이 없는 까닭에 내게서 또 욕을 먹는다. 부귀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욕을 먹는 것이니 내게 무슨 원망이 생겨나겠는가. 그러나 양정견은 정말로 욕을 먹어도 싼 사람이다.


바야흐로 내가 악성에서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양정견은 폭양과 눈발을 무릅쓰고 일 년에 서너 차례나 나를 찾아왔으니, 그 기골만큼은 과연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나는 그가 크나큰 성취를 이룰 자질이 있는 줄 아는지라 수시로 욕하기를 그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닦달을 해도 그는 끝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과거 공부도 안 하고, 학문에도 힘쓰지 아니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산을 모으려 들지도 않고, 출세를 도모하지도 않는다. 이는 기골은 있으되 원대한 뜻이 없기 때문이니, 그는 한낱 어리석은 사람일 뿐이고 거론할 가치도 없는 자이다.


심유深有는 비록 도를 추구하는 의지가 약간은 있지만 곧장 위쪽을 향해 나아가진 못하는 사람이다. 왕왕 죽은 언어에 매달림으로써 일상의 어려움과 노고는 족쇄로나 여기고 부귀의 향유는 지극히 안락한 가운데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나 치부하니, 남들을 오도하고 스스로를 망칠 작자임에 틀림없다. 양정견은 기골은 있으나 영리하지 못하고, 심 유는 어느 정도 영리하지만 기골이 빠졌으니, 똑같이 산속의 한 마리 굼실거리는 벌레가 아니냐.


저 벌레들과 이미 한패가 되었으니 억지로라도 그들에 끌려가며 내 남은 여생을 보낼 수밖에. 그래도 그들에 대한 책망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으니, 양정견은 한 마리 벌레요, 심 유가 한 마리 벌레이며 나 또한 한 마리 벌레에 불과하구나. 어찌 세 마리 벌레라 아니할 수 있으랴. 이에 <벌레 세 마리>라는 문장을 짓노라.





친구가 많다고 자랑 할 일도 아니고

딱 한사람 뿐이라고 시무룩할 것도 아니다.

내 속 말을 읽어주는 사람.

때때로 거친 생각까지 가만히 들어주는 ...

누군가 내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만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친구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려 해야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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