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고등학교 3학년 짝이 되면서 가까워진.
숙취와 함께하는 직장인의 출근길 같은 입시 피로로더러워진 아침 0교시의 기분을 공유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며
대학 생활보다 카페 일에 더 몰두했고
나중에 커피 유학을 갈 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며
전공을 의상디자인에서 영문학으로 바꾼.
<오만과 편견>과 <스펀지밥>의 뚱이를 좋아한.
안경은 고동색 아니면 검정색 뿔테로만 쓰고
핸드폰은 곧 죽어도 모토로라만 쓰던.
때마다 내게 시즌 한정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하고
때마다 내게 바디샵 제품이나 다이어리를 요구한.
열아홉에 찍은 졸업사진 속에도 있고
스물아홉에 찍은 내 결혼식 사진 속에도 있는.
열아홉이던 우리가 스물아홉이 되도록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보낸 해가 있을까.
서른 되던 해 어느 날부터 문득
존재하지 않는다는 메일 주소, 이제 없다는 번호.
구글과 SNS에서 찾아도 보이지 않는 너의 갖가지.
찾으면 찾을수록 무서워서
네가 먼저 연락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10년이 넘도록 전화번호도 바꾼 적 없는데
멍청한 그때 그 녀석은 자기를 잊지 못해
번호를 안 바꾼 줄 알더라.
너와 함께 노닥거리던 서울 그 동네에 난 더 없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그냥 있기만 해.
어디라도 있기만.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