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아가기를 응원하는 마음

-<노 그랜드패런츠 존>의 인터뷰어 황선아

by 슬금


이제야 풀어보는

<노 그랜드패런츠 존>의 출간 후기



제가 아는 친구 중에 맛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문학과 연극을 전공했고, 공연 전문 기자로도 오랜 시간 활동했는데 뻔한 스토리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더니 경력 단절이 되었지 뭡니까.


<동네 미용실 원장님이 우리 엄마는 아니지만>을 출간하고 1년에 한 권씩만 책을 만들어 내보자는 아주 야무진 꿈을 꾸던 저는 마침 기획하던 책의 주제와 딱 맞는 처지가 된 이 친구의 소식에 어깨춤을 조금, 추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어 크리스틴에게 "Sing!"이라고 외치는 팬텀처럼 '쓰라!'고 외쳤지요. 공연 전문 기자로 많은 예술계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문화예술 관련 글을 잡지에 기고하던 이 친구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책은 인터뷰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명 출판편집자 친구의 속 시커면 유혹에 놀아나고만 인터뷰어 선아, 황.


고유의 성실함으로 운신의 제약과 출판사의 부덕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를 시작했습니다. 1년 3개월에 걸친 섭외-사전 질문-인터뷰-녹취-윤문의 반복.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이 워낙 능숙하고 꼼꼼해서 저는 사실 탁 믿어버리고 당시 우후죽순 돋아나는 가정의 대소사를 돌보는 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편집자로서 원고 독촉을 하라!"며 나긋한 목소리로 강경한 요구를 할 때마다 각성했지만요.


이렇게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이 단절된 인터뷰어 자신의 경험담 위에 아홉 가정의 부부 이야기를 징검다리 돌처럼 하나하나 놓아둔 원고가 완성되었습니다. 덜고 싶지 않은 것을 덜어내고 더하고 싶은 것을 더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잘 싸웠지만 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대부분은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 걱정했지만 인터뷰어의 사려 깊은 사전 준비와 차분한 진행 덕분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을 숙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초판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 거의 소화되었고 아무래도 시의성을 가진 책이라 추가 인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내용을 공개하는 데 동의해주신 아홉 가정 부부의 건강한 의지와 황선아 작가의 골똘한 인터뷰가 앞으로도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P. S.

책이 나오고 벌써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책을 기획할 당시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점차 휘발될 육아로 인한 막막하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기록해서

우리 뒤에 서는 부모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라는 취지였습니다. 다들 아이가 크고 나면 어릴 적 이런저런 기억들은 모두 다 '그때가 제일 좋았다'며 그리운 한때로 남겨두게 되니까요.

저 역시 아이가 크고 나니 곧 죽을 것만 같던 그때의 기억이 희미해집니다. 지금은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보상을 준다고도 하고요, 돌봄 정책도 더 강화됐다고 하고요. 어떤가요. 다들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