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황에 따라서 내 마음의 스펙트럼이 달라진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과 행동을 해도,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해주고 호응을 잘해줘서 좋았던 친구가, 갑자기 너무 사실에 근거해서 이른바 '팩트 폭력'을 날린다. 그러면, 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 친구, 변했구나"
그런데, 당신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흔히 사람들이 요즘 "너 T같아"(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라고 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상황이나 환경이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변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상황이나 마음적으로 여유가 좀 부족해도 워낙 공감을 잘해주면 예전보다는 변했다고 하는게 좀 덜 할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이 잘 안 풀리거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거나, 신경쓸 일이 많다면 그 누구보다 상대에게 이성적, 현실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왜냐면, 공감이라는 것도 내가 사는게 편하고 순탄해야 그렇게 해 줄 힘이 생기니까.
또 친했던 사람이 워낙 공감을 잘해주는 성향이었는데 그 포인트가 조금만 빗나가도 변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나 그려놓은 모습이 약간은 어긋난 것 뿐이거나 그 사람이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중이구나, 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나 또한, 나와 친한 친구가 변했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다. 그 친구가 결혼하기 전에는 분위기가 참 소녀소녀했고,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게 뭔가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소위 '세상에 때가 안 묻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하는 말에 공감, 즉 맞장구를 잘 쳐줬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 친구를 둘러싼 상황이 변하고 서로의 관계의 깊이가 달라질수록 그 친구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갔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온전히 수용하기가 어려워서 그 친구가 변한 걸로만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섭섭해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냥 환경이 변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어떤 세상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관점이 변해서였지, 나에 대해서 일부러 안좋은 마음을 갖거나 공감해주기 싫어서가 아니였다.
수많은 이유들과 변수들로 인해서 그 사람의 모습과 생각,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지극히 단편적인 어떤 부분을 가지고 그 사람의 세계를 단정지어 버리는 것은 다소 위험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 또한 그 상대방처럼 동일한 상황이 되면 비슷한 생각과, 감정선을 갖게 되지 않을까, 또 그 입장에 처해 있다면 또 그 사람을 달리 해석하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F(감정형)인지, T(이성형)인지와는 크게 상관없이 그 상대는 어떤 성향의 사람과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 받는지, 어떤 경험치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많이 변하는 부분인 것 같다. 결국, 내가 더 공감을 해주는지 안해주는지의 여부는 타고난 성격과 세상에 대한 경험치, 겪어온 인간관계, 지금 내 상황이 힘든 부분이 크게 없이 잘 흘러가는 것 크게 이런 이유들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