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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Feb 26. 2021

회계가 안 되면, 투자도 못 받는다

스타트업에게도 회계는 중요하다

바디프랜드가 상장을 못 한 이유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시장의 절대 강자입니다. 매출액은 45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 수준의 굉장히 큰 기업입니다. 상장 시 시가총액 예상액은 무려 2.5조까지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바디프랜드의 상장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IPO에 대한 의지가 분명한데도 말이죠.


2018년 바디프랜드는 IPO를 시도했지만 회계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디프랜드는 고객에게 렌탈 형식으로 안마의자를 판매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회계가 필요했죠. 단순히 돈을 받고 매출로 계상하면 되는 게 아니라 렌탈이라는 금융요소가 섞인 매출이기 때문에 리스 회계가 필요했습니다. 내재이자율, 리스순투자, 리스개설직접원가, 금융요소와 상품의 분리 등 회계에 깊은 지식이 있어야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고, 그 계산한 값을 누가 봐도 합리적으로 회계처리했다고 백업을 만드는 건 더 높은 수준이 필요하죠.


결국 회계와 관련하여 계속 잡음이 나왔습니다. 매출이 잘못 계상됐네, 매출채권이 잘못됐네 하는 이야기가 회계감리 단계에서 나오면 모든 상장준비 작업은 즉시 중단됩니다. 지리한 절차를 거쳐서 공식적인 감리를 받고, 결국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잘못된 부분들은 과실로 인한 것으로 회계이슈는 결국 경징계 수준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IPO를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말았죠. 다음 해에 바디프랜드는 IPO를 다시 노크하지만 이번에는 허위광고로 인한 과징금 징계 이슈가 터지고 맙니다. 2020년이 되니 갑자기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가 자본시장의 핵심 이슈가 됩니다. 바디프랜드는 지배구조 정리가 안 된 상태였고, IPO시장을 제대로 돌아보기도 전에 다시금 상장이 좌절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다사다난한 일이 벌어지는 동안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17년 영업이익 800억대를 달성한 이후로, 18년 500억원, 19년 400억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안마의자 시장의 엄청난 성장을 목격한 후발주자들이 너나할것 없이 뛰어들면서 바디프랜드의 수익성을 훼손했죠. 시장에서 바디프랜드의 매력도는 떨어지는 반면, 잡음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니 IPO시장에서도 굳이 사연 많은 바디프랜드보다 앞으로 줄줄이 예정된 다른 기업들의 IPO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 바디프랜드는 IPO에 끝끝내 실패할 수도 있죠. 



회사의 성장에 회계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회계는 분명 회사의 핵심 역량이 아닙니다. 본업이 아닌 백오피스죠. 그러나 백오피스 기능이 회사의 성장에 맞춰서 성장하지 못하면 회사의 본업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특히 회계는 파이낸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량한 회사가 한순간에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바디프랜드의 IPO 지연 사례가 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IPO 생각이 없으면 IPO를 위한 준비를 안 해도 될까요? 투자자들은 미래에 회사의 IPO가 어려울 것 같아 보이면, 당연히 pre-IPO 투자도 망설이게 됩니다. 같은 논리로 줄줄이 시리즈 D, C에 들어오는 투자자들도 "이 회사가 나중에 IPO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나?"의문이 드는 순간, 후속 투자 그리고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MAU가 성장하고 있고,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시리즈B 까지만입니다. 투자금액이 백억 단위가 넘어가는 순간 그 투자건은 투자회사의 내부심사위원회, 그리고 투자회사에 돈을 대 주는 LP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죠. 이 수준의 투자에서 중요한 건 심사역이 미래 비전을 봤다는 걸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회사가 준 숫자들이 회계기준에 맞는 정확한 숫자인지, 나중에 세무 문제 폭탄이 터지지는 않을지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만약에 이런 문제 때문에 자금 수혈이 늦어지거나 실패하기까지 하면, 그때부터 원래 그려왔던 회사의 성장 곡선과는 벗어나버리는 것이죠.


어느 시점에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앞으로 쓰게 될 시리즈에서 중요하게 다룰 내용은, 회사가 어느 수준까지 성장했을 때 어느 정도까지의 재무/회계/세무 기능을 직접 갖추어야 하는가입니다. 다른 탤런트를 영입하는 데 예산을 써야 하는데 백오피스에 돈을 쓰고 싶지는 않고, 일년에 몇백도 안 되는 가격으로 세무 기장대리 업체가 다 만들어서 재무제표를 가져다 주니 회계 인력은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회계사/세무사도 아닌 세무사무소 경리 한 명이 수십개 업체를 맡아서 하는 재무제표는 나중에 폭탄이 터지기 마련이죠.


반대로 영업구조가 심플한 회사가 쓸데없이 인력 욕심을 내서 억대 연봉을 주고 경력있는 회계사를 영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영입된 회계사는 존재 이유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고 내부통제절차를 만들려고 할 거고,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스타트업은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낮은 복잡도의 회사는 ERP와 경리직원 한 명만으로도 수백억 매출을 내는 회사의 회계가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이 겪은 어려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스페셜리스트가 볼 때는 정말로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었죠. 문제와 그 솔루션을 보면서 회사가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예상해서 대처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스타트업은 성장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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