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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05. 2017

[인터뷰] 낭만가객 이세준

 “평생 안싸운 두 사람, 박승화와 아내”



유리상자 이세준(45)이 창작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내년 1월7일까지 한전아트센터)로 연말 무대를 달구고 있다. 대한민국 포크음악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긴 고 김광석과 동물원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보석같은 3번째 작품


뮤지컬로 시야를 돌린 건 2013년 ‘광화문연가 2’부터였다. 이어 창작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그 여름, 동물원’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는 중이다. 세 작품 모두 그의 결고운 보컬톤과 어우러지는 서정적 가요들로 꾸며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뮤지컬을 좋아해서 자주 보러 다녔어요. 우연한 기회에 친분 있는 매니저가 뮤지컬 캐스팅 디렉터를 맡으면서 제안을 해왔어요. ‘연기 별로 없고 노래 위주다’고 용기를 준 데다 워낙 이문세 선배님의 노래를 좋아해서 이런 기회가 언제 오겠냐 싶어 도전한 거죠. 말도 안 되는 연기를 했지만 노래에 대한 새로운 감을 찾았고 공연하는 배우나 관객들에게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데뷔 때보다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한 곡을 불러도 그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려고 애쓰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그런 자신감이 KBS2 음악예능 ‘불후의 명곡’ 출연으로 투영됐고, ‘이세준의 재발견’ 평가를 끌어냈다.


“주변에 연기자들이 많아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곤 했어요. 다행히 ‘광화문연가’나 ‘별밤’은 연기적인 면에서 큰 걸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연기분량이 많아요. 모든 신에 거의 다 등장해야 하거든요. 연기가 음악처럼 소질 있는 건 아니나 이제 발 연기는 면했나 봐요. 장갑 끼고 공연 보러 와야겠다던 사람들이 이번엔 어색하지 않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웃음).”


노래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에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뒤늦게 두 분야를 섭렵하는 그에게 가수와 뮤지컬 배우의 차이를 물었다.             





“뮤지컬 배우의 경우 각자 역할을 맡아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다가 거대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게 매력이더라고요. 끼 많은 사람들의 집합소인 것도 재미나고요. 반면 가수는 노래를 통해 내 정서를 멋지게 전달해야 하므로 슬픈 사람, 즐거운 사람으로 청중에게 보여야 하죠. 무대 위에서 늘 감독이자 주연인 가수와 달리 배우는 나를 철저하게 버리고 역할로만 어필해야 하죠. 그런 점이 아직까진 쉽지 않아요.” 



■ 고 김광석, 이세준에 “얘, 되게 노래 잘하네”


극중 주인공인 동물원의 리더이자 정신과 의사 창기 역에 임진웅 윤희석과 함께 트리플 캐스팅됐다. ‘그 친구’로는 홍경민 조복래 최승열이 출연한다.


“창기의 시선으로 이뤄진 작품이라 내레이션을 맡아 극 흐름을 이끌어가요. 워낙 창기 형이랑 친해요. 실화에 바탕을 둔 스토리여서 창기와 ‘그 친구’는 원래 성격이 대본에 많이 녹아 있어서 이질감이 크게 들진 않아요. 최대한 원래 인물에 가깝게 재연해내려 하고 있어요. 창기 형은 평소 되게 조용하고 서정적인데 그 와중에 ‘똘기’가 있으세요. 소아정신과 의사가 갑자기 무대에서 흥에 겨워 격렬하게 점핑하고 그러니...(웃음) 음악적 에너지의 근원이 아닌가 싶어요.”


‘김광석 다시 부르기’ 전국공연을 8년째 해오느라 동물원 멤버들과는 1년에 수도 없이 만난다. 고 김광석과 절친한 사이인 그들로부터,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 이세준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는 “얘 노래 되게 잘 하네”라고 언급했단 얘기를 전해 듣곤 너무 기뻐 ‘광석이 형’이라 호칭을 하고 지낸다. 생전에는 팬과 가수로서만 만난 사이다.             





■ 금쪽같은 ‘유리상자’ 데뷔 20주년


1997년 유리상자 1집 ‘순애보’로 데뷔해 20년째 팀을 유지해오고 있다.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팀 활동의 좋은 예다.


“운이 너무 좋은 거죠.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사람들 중에 지금도 살아남은 이가 별반 없거든요. 우리가 빅 스타도 아니었는데 큰 욕심 안 부리고 꾸준하게 했던 게 비결이지 싶어요. 저희가 시작했을 때, 유행과 무관한 통기타 듀오라 ‘웬일이니’ ‘10년만 일찍 나왔어도...’란 소리를 들었어요. 특히 데뷔 동기가 HOT였으니까. 오히려 당시부터 비주류였던 게 체질이 되면서 장점으로 작용한 듯해요.”


오랜 시간 동안 팀을 유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파트너 박승화 덕분이다.


“승화 형은 사회성 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인데 희한하게 잘 살고 있어요. 형이랑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그러니 위기도 없었고요. 서로 상대에게 큰 욕심 내지 않고, 상대를 나한테 맞추려는 욕심을 버리는 게 롱런한 비결일 거예요. 승화 형과의 경험이 부부생활을 하는데도 큰 지침이 되고 있어요. 와이프와 한 번도 안 싸웠거든요. 평생 안 싸운 두 사람이 박승화와 집사람이에요.”        


     



롱런의 비결을 또 하나 꼽자면 ‘외도’다. 팀 밖의 영역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고, 유리상자 안에서 만나니까 훨씬 여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만약 '이게 다'란 생각에 ‘올인’ 했다면 조급해지면서 변화를 주기 쉽지 않았을 거란다. 유리상자의 색깔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을 거란 분석도 내놓는다.


“처음엔 승화 형이 솔로 앨범을 내고 다른 가수들과 팀 활동을 하는 걸 보면서 보기 안 좋을 줄 알았는데 ‘아, 저 형의 저런 매력이 또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나도 잘 몰랐던 나의 모습을 찾아보자’란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래서 CCM, M4 활동도 하고, 뮤지컬도 시도했던 거죠. 건널 수 없는 강만 건너지 않은 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가는 게 좋은 듯해요. 마치 부부처럼.”


뮤지컬에 출연하는 가운데 12월1일 오후 8시 강남 마리아 칼라스홀에서 올드 팝 콘셉트의 ‘테마 콘서트’를 진행하고 24~25일 홍대 브이홀에서 ‘유리상자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다.


결혼 8년만인 지난해 득남을 한 그는 아내에게 큰 기쁨이 생겼다는 게 자신에게도 큰 기쁨이라며 “그들을 보살피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가장의 몫”이 아니겠나고 예의 선한 미소를 내비쳤다. 



사진= 최교범(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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