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참 서글픈 러브스토리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by 싱글리스트



이토록 서글픈 사랑 이야기가 있을까. 이성과 감정 가운데서 고뇌하는 연인의 사연은 물론, 그들을 향한 다른 사랑들의 아픈 시선까지... 이 부도덕한 불륜 스토리가 서글픈 건 화면에 가득 담긴 모든 이들의 감정이 참으로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3786_68863_4623.jpg



영화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감독 페닐라 어거스트)는 1900년대 초반, 스웨덴 스톡홀름에 살고 있는 남자 아비드(스베리르 구드나손)와 여자 리디아(카린 프라즈 콜로프)의 사랑을 담는다. 신문사에서 교정자로 일하는 아비드와 가난한 화가의 딸 리디아는 첫눈에 서로에게 빠지지만, 가난이라는 현실적 한계로 서로를 포기한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후, 각각 현실을 좇아 돈 많은 이들과 결혼해 살고 있던 아비드와 리디아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은 제목에서부터 로맨틱함을 풍기지만, 생각보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처음 마주한 아비드와 리디아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너무도 손쉽고 빠르다. 잠깐의 대화만으로 서로에게 빠져드는 건 사실 당위가 부족하다. 사랑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건 일반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훌륭한 멜로영화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영화는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몰고 올 사연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보다보면 이처럼 빠른 사랑 전개도 납득이 간다.



23786_68864_4637.jpg



총 다섯 장으로 나뉜 영화는 아비드와 리디아의 엇갈린 사랑을 꾸준히 전한다. 앞의 두 챕터를 가난에 치인 연인이 서로를 떠나 부자와 결혼을 하고, 그토록 바라던 안락한 삶을 살게 되는 엇갈림을 그리는 데 온전히 사용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뒤의 챕터들이다.


3장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에서는 유부남-유부녀가 된 두 사람이 오페라 ‘카르멘’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재회하고, 다시금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선 과거에서 이들은 지독한 현실에 의해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에, 그리고 관객들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고 있기에 현재 이 같은 사랑이 불륜임에도 감동으로 느낀다. 여기까지는 여느 사랑영화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하지만 이후 챕터에선 이들의 사랑 앞에 과거완 또 다른 형태의 현실적 제약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의 의무가 짐 지워져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진 그들은 어깨의 짐을 다 버리고 곧장 서로에게 가닿을 수 없다. 따라서 아비드와 리디아의 사랑은 각자 많은 것을 버릴 수밖에 없는, 서글프고도 아픈 사랑인 것이다.



23786_68865_500.jpg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스토리는 ‘연인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밝히는 데 많은 신경을 기울이지만, 이 작품은 ‘이들의 사랑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남기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아비드의 와이프 다그마르(리브 미에네스), 리디아의 또 다른 불륜남 리드너(미켈 폴스라르)에게 영화는 시선을 건넨다. 그 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사랑 가운데 소외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영화가 연출로서 많은 걸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감독의 짙은 고민이 엿보인다. 우선 화면 비율을 통상적인 와이드스크린 1.85:1 이나 시네마스코프 2.35:1이 아니라 4:3으로 구성했다는 건, 인물의 뒷배경보다 오롯이 그에게 집중하겠다는 의도적인 구성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관객은 배우의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주연배우인 스베리르 구드나손과 카린 프라즈 콜로프의 탄탄한 연기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1시간55분. 15세 관람가. 21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드라마·연극·영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