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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Dec 11. 2017

[전세 입성기] 30대 미혼직장인,

6개월 수색전 끝 ‘마이홈’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결과 지난달 기준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는 2억5383만9000원이다. 월급 가운데 200만원을 매달 모은다해도 내 집 마련에 7년11개월이 걸린다.


경기도 성남 소재 중견기업 대리로 재직 중인 한모씨(36)는 회사 기숙사 생활 7년 만에 보금자리를 새롭게 장만했다. 기숙사는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9평 남짓한 원룸 스타일 방으로, 에어컨은 빌트인으로 돼 있어 TV와 냉장고만 구입해 거주했다. 월 관리비 2만5000원(가스비 별도)을 납부하고 지냈으니 전세나 월세로 나가는 돈은 철저히 막을 수 있었다. 회사 측의 장기거주자 철거 지침에 따라 지난 6월부터 방을 구하기 시작했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한씨는 “땡 잡았을 때 저축을 해야 했는데 진로에 투자하느라 몫돈을 모아놓질 못했다”며 “전셋집은 은행이 구제해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서울에 진입하고 싶어 이곳저곳을 알아봤는데 비용 문제로 성남 언저리 남한산성 입구에 자리한 주공아파트 13평형대(방 2개, 화장실 1개, 주방 겸 거실) 전세를 9500만원에 계약했다. 그나마 30년 된 아파트라 주변시세보다 싸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다.


휴일을 이용해 발품을 팔며 돌아다닌 결과, 서울 외곽의 경우 같은 평수 다세대 주택 전세비용이 1억9000만원, 그나마 물건이 있으면 다행이고 대부분 월세였다. 전세는 ‘귀하신 몸’이었다. 9평짜리 원룸은 전세 1억원선, 월세는 위치와 룸 컨디션에 따라 40만~70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전세값 마련이 문제였다. 통장에 모아놓은 금액은 2000만원 정도였다. 결국 전세비용의 80%는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최대 한도액이 2억원 이내이며 일반 다른 대출보다 금리가 저렴한(연 2.25~3.15%) ‘내집마련디딤돌대출’은 무주택자여야 하는데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지방의 아파트가 자신 명의로 돼있어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입주하며 가재도구를 새롭게 장만하느라 지출이 발생했다. 1인가구이다보니 침대, 옷장, 냉장고, 세탁기 등 필수 품목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한 ‘소형’으로 구입해 150만원가량 지불했다. 꿈의 양문형 냉장고를 사고 짚었지만 현실적으로 마인드를 바꿔 500리터급, 세탁기는 12kg, 침대는 더블을 선택했다. 식탁과 나머지 소품들은 이케아(IKEA) 광명점에서 구매했고 40만원을 지출했다. 오래된 집이라 수압이 약해 가압펌프 설치(30만원), 세탁실 노후 수도꼭지 교체(5만원)의 추가비용이 들었다.


지난 11월 말 마침내 전세에 입주한 한씨는 “기숙사에 살 때는 남의 집에 사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마이 홈이다보니 아늑하고, 퇴근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기분”이라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거주태도도 달라졌다. 기숙사에 살 땐 방안 여기저기에 옷과 짐들이 어질러져 있고,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집안 이곳저곳을 쓸고 닦으며 셀프 인테리어 삼매경에 빠져 지낸다.    


         



다행히 새로 입주한 곳이 재개발 구역이라 2년이 아닌 4년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찾아 경기도 광주 빌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분양평수 30평 기준으로 2억~3억원선에 매매가 가능하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급매물을 찾으면 현재 시세 1억5000만원 정도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진입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아예 마음을 접은 대신 ‘전원생활 느낌’을 대안으로 찾은 셈이다. 물론 그 때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월급쟁이가 4년 만에 그 정도의 돈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거비 부담에서 자유로웠던 한씨는 이번에 '마이홈' 수색작전에 나서며 ‘주거난’을 뼛속 깊이 실감했다.


그는 “60% 한도인 매매 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신용에 문제가 없으면 80%까지 나오는데 싱글 직장인에겐 제약이 많다”며 “일단 주택가격이 2억원이면 혼자 힘으로 구매하는 게 불가능하다. 공공임대인 행복주택 등 정부의 주택정책은 일반 직장인이나 싱글 직장인보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대기업에 근무하면 은행권 대출 혜택이 많으나 어중간한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그런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한씨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으나 나같이 연봉 4000만원대의 30대 솔로는 정부나 금융권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주택문제를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며 "1인가구 직장인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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