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Dec 19. 2017

디어클라우드 나인이 공개한 종현 유서…

 "가족과 상의" [전문]



故 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공개됐다.
 
그룹 디어 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은 1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종현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어요.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고서도 저는 여전히 종현이가 제게 다가와 이 모든 게 꿈이었던 것처럼 웃어줄 것 같았습니다"고 밝혔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어 "얼마 전부터 종현이는 제게 어둡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하곤 했어요. 매일같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불안한 생각이 들어 가족들에게도 알리고 그의 마음을 잡도록 애썼는데 결국엔 시간만 지연시킬 뿐 그 마지막을 막지 못했습니다"라며 슬픔을 전했다.


나인은 "종현이 본인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 글을 꼭 직접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가족과 상의 끝에, 그의 유언에 따라 유서를 올립니다"며 종현이 그에게 남긴 유서를 공개했다.


종현은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청담동 한 오피스텔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로 근처 병원에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종현이 발견된 레지던스에서 갈탄과 번개탄으로 보이는 물체가 탄 흔적을 통해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다음은 유서 전문.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워즈' 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