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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r 27. 2018

[인터뷰] '7년의 밤' 장동건,

한계 넘어서는 악역 도전기



배우에게 있어 ‘변신’은 상당한 모험이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7년의 밤’(감독 추창민) 속에서 배우 장동건(46)은 데뷔 25년 동안 유지해왔던 ‘미남 스타’의 모습을 벗고 ‘역대급 악역’으로 변신했다. 유다른 멋짐을 포기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에 나서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담는다. 이 이야기 속에서 장동건은 M자 탈모 분장을 하는 등 남다른 변신을 시도해 일찌감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저는 정유정 작가님 원작의 열렬한 팬이에요. 그 중에도 오영제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제게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참 신기했어요. 운명일까요?(웃음) 그런데 감독님과 처음 캐릭터에 대한 대화를 하고서 당황했죠. 몸무게도 10kg 정도 더 찌우고, M자 탈모에 파마까지 얘기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엔 ‘이럴 거면 왜 나 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장동건은 “외모 변신을 해달라”는 추창민 감독의 파격 제안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얘기를 듣다보니 점점 감독의 제안에 폭 빠져들게 됐다고 전했다. 으레 ‘사이코패스’하면 떠오르는 뻔한 인상을 지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은 덤이었다.


“저는 소설 속 오영제를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이잖아요. 감독님은 관객들도 그의 사연에 납득할 수 있는 새로움을 입히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동의하게 됐죠. 물론, 제 분장이 ‘변신을 위한 변신’으로 보이진 않을까 걱정은 됐어요. 그래도 꽤 신선해요.”             





사실 최근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우는 남자’ ‘브이아이피’, 그리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창궐’까지 강박적으로 센 인상의 캐릭터에 도전하는 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것에 대해 배우 스스로 “식상함을 느꼈기에 그런 것 같다. 현실에서 악인은 무섭지만, 영화 속에선 재미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뭘 해도 재밌지 않고, 새롭지도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슬럼프라고 하지요. 계속 자기복제를 하는 느낌이었지요. 물론 흥행 결과가 계속 안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웃음) 그런 순간에 ‘7년의 밤’을 만났어요. 어려운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었고, 제 스스로도 리프레시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배우로선 의미있는 도전일 터였지만, 인간 장동건에게 오영제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는 지난 언론시사회 현장에서 “아들과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딸을 학대하는 장면에선 견디기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어려운 배역을 끝마치고, 그에겐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연기를 잘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다 보여드린 것 같아요. 현장이 절 그렇게 만들었어요. 스태프들, 배우들 모두가 현장에서 다음 장면에 대한 이야기 밖에 하질 않아요.(웃음) 그러다보니 저도 역할에 계속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한 후배 배우는 촬영 끝나고서 제가 ‘굉장히 불편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어요. 찍는 동안은 직접 오영제라는 인물이 된 것 같아요.”             





그간 장동건은 작품 선택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한 배우라는 인상이 강했다. 일 년에 평균 한 편을 선보일까 말까한 수준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봄 ‘7년의 밤’을 시작으로 곧 방영할 드라마 ‘슈츠’, 그리고 올해 개봉 예정인 ‘창궐’까지 총 세 편의 작품을 예고했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부터 작품 선택에 대해서 조금 달리 생각하게 됐어요. 돌아보니까 경력에 비해서 작품 수가 적더라고요. 늘 신중하게 고른다고 했는데, 신중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지도 않았어요.(웃음) 그래서 이젠, 단점이 보여도 내가 끌리는 작품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어요. 그런 마음을 갖다보니, 조금은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장동건은 지난 19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이후, 벌써 25년이 훌쩍 지난 중견 연기자가 됐다. ‘7년의 밤’으로 연기 인생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그에게 스스로 어떤 배우였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잠시 침묵한 그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열심히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 잘하고 싶었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계를 깨려고 계속 발버둥 쳤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숙해지려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찾고 싶어요.”       


      



아직도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장동건은 이어 ‘나이 듦’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이제 더 이상 청춘스타 시절의 모습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남편이, 아버지가 된 그는 20대 때보다 지금이 더 즐겁다고 전했다.


“아주 예전부터 나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왔어요. 한창 인기 많은 때는 모두 다 저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웃음) 그러면서 언젠가 내려오게 될 때, 폼나게 내려오고 싶었지요. 그러다보니까 나이 들고, 인기가 없어지는 게 무섭지 않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40대만의 즐거움도 생기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장동건은 40대의 즐거움 한 페이지를 장식해주는 영화 ‘7년의 밤’을 꼭 봐야만 하는 이유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마치 ‘시’처럼 만든 느낌이에요. 명쾌함이 없어서 유추해야하는 영화예요. 이런 지점들도 영화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일부러 무서우려고 공포영화를 보는 것처럼, 고뇌하고 생각해보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7년의 밤’은 참 재밌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엔 그 카타르시스가 상당하죠. 관객분들도 저와 같은 감상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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