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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pr 01. 2018

‘그것이 알고싶다’ 故염순덕 피살사건...

수상한 이경위 증거조작과 기무사 개입의혹



17년간 봉인됐던 고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진실을 향한 조사가 반전을 거듭하며 의혹과 충격을 증폭시켰다. 



            



3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 2부인 ‘죽인 자, 숨긴 자 그리고 조작한 자’를 다뤘다. 고 염순덕 상사는 지난 2001년 12월11일 오후 11시40분께 경기도 가평군 102번 도로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살해도구인 피묻은 대추나무 몽둥이와 범인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2개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명백한 타살 흔적에도 불구하고 기무부대는 그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력한 용의자는 같은 부대인 맹호부대 소속 수송관 홍준위와 기무부대 소속 이중사였다. 이중사는 지난 2월 사건 재조사가 시작되자 정복을 갖춰 입은 상태로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일 고 염순덕 상사와 자리를 함께한 군인은 3명이었다. 홍준위는 종종 기름을 빼돌려 염순덕 상사와 감정의 골이 깊었다. 이중사는 마지막 노래방에서 염 상사와 말다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선 이중사와 홍준위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범행시각에 당구를 쳤다며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군 수사본부에서는 알리바이를 더 믿었다. 김장수 당시 7군단장, 박경서 당시 맹호부대 사단장, 황인무 당시 맹호부대 포병여단장 등은 부대관련 수사의 장기화를 지적, 서둘러 사건은 종결됐다.


용의자 중 한명이 기무사 소속이라는 점이 이 사건을 미제로 남긴 것일까. 용의자들의 거짓 알리바이는 깨진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재조사에서 홍준위와 이중사는 그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해할 수 없는 일이 2001년에 있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이중사와 일치한 상황에서 가평경찰서 소속 3년차 초임 형사인 이경위가 갑자기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꽁초를 국과수에 수사 의뢰했다. 다른 형사들과 이 사실을 공유하지도 않았다.       


      



제작진이 이유를 묻자 "군에서 DNA 결과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서 추가적으로 담배꽁초가 있던 걸 보냈던 것 같다"며 자신이 직접 수거한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수거했을 것이라는 애매한 대답만 했다. 추가 꽁초에선 동료 경찰의 DNA가 나왔다. 당시 헌병수사관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나온 범죄증거의 효력을 떨어트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 발생 40여일 뒤 염순덕 상사의 카드 사용내역과 대출금 등을 콜센터에 의뢰한 이를 군경합동수사본부가 추적한 결과 이를 확인한 이는 이경위의 지인이었다. 이런 모든 상황은 그가 용의자 이중사를 돕는 듯 보였다. 더욱이 이경위는 제작진이 건넨 고 염순덕 상사의 사진을 보고는 “누구냐?”고 반문했다.


제작진이 추가 확인한 결과 이중사와 홍준위의 거짓 알리바이를 도왔던 이사장은 "이경위하고 이중사하고 소개해달라고 그래서 연락해서 만나게 해준 적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재조사를 받을 당시 이중사는 "이 경위가 먼저 나에게 연락해와 4차례 정도 만났다.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3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말로 무능하거나 돈을 받았거나 막강한 위치에 있는 사람(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이다.


또한 미제사건 담당 김보현 경위는 당구장 주인 오씨로부터 사건 직후 기무사 소속 누군가가 헌병과 함께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씨는 "헌병 수사관 처지가 애처로워 보여 다시 이야기해줬다. 기무사 직원은 설명 도중 말없이 나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군기무사령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후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에 대해 어떤 입장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이 사건 발생 직후 500 기무부대에서 작성된 상황 보고 내부 문건을 입수한 결과, 문건에는 염상사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적시하고 있었다. 조사와 수사 이전에 이미 프레임을 짜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최강욱 변호사는 2001년에 군 의문사 진상 규명 열기가 매우 뜨거웠는데 문두식씨가 기무사령관이 되자마자 이런 일로 기무사가 조명 받으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 속에 기무사 해체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위험성까지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두식 당시 기무사령관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인터뷰에서 "DNA가 발견됐다고 해도 그 사람이 살인사건에 연루됐다는 건 없잖아. 난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이를 부인했다. 기무사령부 공보실 역시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대신 공문을 보냈다. 기무사 측은 "염순덕 상사 사망사고는 헌병 소관으로 기무사는 조사권한이 없고 관련 문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중사와 공동 정범 의혹을 사고 있는 홍준위 역시 수상쩍기는 마찬가지다. 재조사 당시 그의 휴대폰 검색 기록에는 살인죄 공소시효, 알리바이 등이 등장했다. 범행과 연관된 구체적인 장소를 촬영해 담당 변호사에게 설명과 함께 전송하기도 했다.


2015년 사병 폭행 건으로 군에서 전역한 홍준위는 여전히 “그날 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회피했다. 고인의 시신을 최초 발견한 김씨의 기억을 최면을 통해 복원한 결과 "신하교 다리 밑에서 사람이 한명 올라오고 한명은 다리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천에서 올라온 남자는 말랐고 눈은 작고 쌍꺼풀이 없고 약간 찢어진 입 같다. 왼손에 담배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홍준위 역시 마른 체형에 입모양이 찢어진 형태이며 왼손잡이였다.


공교롭게도 이중사에 대한 2차례의 구속영장 기각 시기는 황인무 국방부차관의 재직기간이다. 그는 맹호부대 포병여단장이자 사건의 수사종결을 서둘렀던 인물이다. 육군본부 공보과장 박성훈 대령은 "염순덕 상사에 대한 순직 처리 등을 적극 조치하겠다"며 "유가족이 몇십년간 가지고 있는 한을 어떻게 육군본부가 다 풀어줄 수 있겠냐. 그러나 육군차원에서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예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에디터 김혜진  agent@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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