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뷰

[인터뷰] '대군' 윤시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는 바른 배우

by 싱글리스트



KBS2 예능 '1박2일'에서 '동구'로 불리면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윤시윤(32)이 최근 종영한 TV조선 사극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웃음기 쫙 뺀 연기로 '배우'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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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 내리쬐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지던 5월의 봄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윤시윤을 만났다. 애정하는 드라마가 끝났다는 아쉬움과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행복감이 그를 가득 휘감고 있었다.


2009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윤시윤은 8년 간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번 '대군'에선 은성대군 이휘 역을 맡아 배우로서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였다. 왕위를 두고 형 진양대군(주상욱)과 불꽃 같은 눈빛 싸움을 벌이는 것부터, 성자현(진세연)과 깊은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매력에 퐁당 빠뜨렸다. 덕분에 드라마는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인 5.6%(닐슨코리아 기준) 기록했다.


"시청률이 잘 나온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뭘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내가 뭘 잘했는지를 복기해야 다음에도 잘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요. 아마 제 힘보다는 팀플레이가 잘 맞아서 이런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종방연 때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모여서 고기를 먹는데 '이들과 함께 해서 잘 된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간 많은 작품에서 열정적인 청년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윤시윤이기에 이번 '대군'의 출연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심도 깊은 감정신은 물론, 청년의 느낌보단 '남자'의 면모를 듬뿍 드러내야 하는 역할이기에 그렇다.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상욱-진세연, 두 배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는 사실 (주)상욱이 형의 연기를 좋아해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특유의 엣지와 섹시함이 있잖아요.


제게는 없는…(웃음) 상반된 이미지라서 함께 앙상블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또 (진)세연은 언제나 환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예요. 가식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 진심으로 대해요. 막내 스태프도, 보조 출연자도요. 두 배우와 같이 할 수 있어서 참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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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윤은 신인 시절이던 2010년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최고시청률 50%를 돌파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무수한 작품을 히트시켰다. 하지만 2016년 군전역 이후엔 예능 '1박2일' 속 동구로 대중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배우로서 웃기는 이미지가 불안할 법도 하지만, 그는 "전혀 부담이 없다"고 전했다.


"예능에 나온다고 해서 톤이 다운돼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는 시청자분들께서 예능과 드라마를 분리해서 바라봐 주셔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 '나는 예능을 나왔으니까 이건 못해' 한다면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인 것 같아요. 만약 시청자분들이 제 연기에 몰입을 못하셨다면, 제가 연기를 못한 거겠죠. '1박2일'로 잃은 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친숙한 배우가 된 것 같아서 더 좋은 걸요."


'대군'을 통해 꽤 오랜만에 배우로서 호평을 받은 윤시윤. 이에 "참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전했지만, "아직은 '배우'가 아니라 'TV드라마에 나오는 친구' 정도 수준"이라고 겸손한 말도 덧붙였다. 9년 차 배우가 됐지만, 아직 배우로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저는 건강한 작품에서 건강한 연기를 하는 게 꿈이에요. 어릴적부터 '한국의 로빈 윌리엄스'가 되는 게 소원이었죠. 배우에겐 세상의 부정적인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이 언젠가 커서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추억 속에 콕 박혀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제가 센 캐릭터, 센 작품보다 가족들이 보기 좋은 감동적인 작품에 출연하길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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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훈훈한 바람을 듣고있자니, 왠지 윤시윤이 배우의 힘을 깨닫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아 질문을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이 배우의 꿈을 품게 됐던 사연을 터놓았다.


"어렸을 적에 교회에서 한 생활보호대상자 할머니를 뵀어요. 사실 성경이라는 게 참 좋은 말로 가득하지만 어렵잖아요. 그래서인지 할머니께서 매번 예배때 꾸벅꾸벅 조시더라고요. 좋은 말들이 와닿지 않으셨던 거죠. 그런데 TV드라마를 보실 때만큼은 크게 웃으시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셨어요. 그때 드라마가 모든 걸 감정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고 느꼈지요. 저도 물론 20~30대가 좋아하는 트렌디한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폭넓은 시청자분들께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요. 참 즐거운 일이지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브라운관을 뛰어다니는 윤시윤은 언제나 청춘의 푸릇함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30대 배우가 됐고, 또 옆을 보니 이젠 현장에서 막내가 아닌 형, 오빠, 선배님의 위치에 서게 됐다. 이에 윤시윤은 그만큼 또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도 더했다.


"연차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 '제빵왕 김탁구'할 때, 박성웅 선배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당시에 제가 감정신에서 눈물이 안 흘러서 3일 동안 고생한 적이 있어요.(웃음) 저도 혼자 자책하게 되고 힘들었는데, 어느 날 박성웅 선배가 절 딱 잡으시더니 '힘내보자. 이렇게 감정 잡아보는 건 어떨까' 하시면서 이끌어 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아무리 힘든 신이어도 선배가 오시면 연기가 잘 됐어요. 저도 후배들을 보듬고 영감을 주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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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을 히트시키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지만, 윤시윤은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른다"며 지금의 상승세에 고취되지 않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언젠가까지 연기자로서 열심히 사는 게 제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역하고나서 '마녀보감' '최고의 한방'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열심히 살았는데, 시장에서 한 어머니가 '김탁구! 요즘 왜 안 나와?'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배우로서만 살았는데, 그분께 저는 '제빵왕 김탁구' 이후로 없던 사람인 거예요. 그때 나, 윤시윤으로서의 삶고 중요하다는 걸 깨닳았어요. 그 뒤로는 사진 찍는 취미도 새로 가지면서 하루하루 소소한 성취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작은 제 삶이 나중에 혹여나 배우로서 위기가 왔을 때 저를 지탱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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