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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y 11. 2018

[인터뷰] '대군' 윤시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는 바른 배우



KBS2 예능 '1박2일'에서 '동구'로 불리면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윤시윤(32)이 최근 종영한 TV조선 사극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웃음기 쫙 뺀 연기로 '배우'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가득 내리쬐는 햇살에 기분이 좋아지던 5월의 봄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윤시윤을 만났다. 애정하는 드라마가 끝났다는 아쉬움과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행복감이 그를 가득 휘감고 있었다.


2009년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윤시윤은 8년 간 바른 청년의 이미지로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번 '대군'에선 은성대군 이휘 역을 맡아 배우로서 진일보한 모습을 선보였다. 왕위를 두고 형 진양대군(주상욱)과 불꽃 같은 눈빛 싸움을 벌이는 것부터, 성자현(진세연)과 깊은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다시 한 번 매력에 퐁당 빠뜨렸다. 덕분에 드라마는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의 시청률인 5.6%(닐슨코리아 기준) 기록했다.


"시청률이 잘 나온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뭘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내가 뭘 잘했는지를 복기해야 다음에도 잘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요. 아마 제 힘보다는 팀플레이가 잘 맞아서 이런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종방연 때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모여서 고기를 먹는데 '이들과 함께 해서 잘 된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간 많은 작품에서 열정적인 청년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윤시윤이기에 이번 '대군'의 출연은 다소 의외로 다가왔다. 심도 깊은 감정신은 물론, 청년의 느낌보단 '남자'의 면모를 듬뿍 드러내야 하는 역할이기에 그렇다.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상욱-진세연, 두 배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는 사실 (주)상욱이 형의 연기를 좋아해요.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특유의 엣지와 섹시함이 있잖아요. 


제게는 없는…(웃음) 상반된 이미지라서 함께 앙상블을 이뤄보고 싶었어요. 또 (진)세연은 언제나 환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예요. 가식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다 진심으로 대해요. 막내 스태프도, 보조 출연자도요. 두 배우와 같이 할 수 있어서 참 자랑스러워요."        


     



윤시윤은 신인 시절이던 2010년 KBS2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최고시청률 50%를 돌파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무수한 작품을 히트시켰다. 하지만 2016년 군전역 이후엔 예능 '1박2일' 속 동구로 대중에게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배우로서 웃기는 이미지가 불안할 법도 하지만, 그는 "전혀 부담이 없다"고 전했다.


"예능에 나온다고 해서 톤이 다운돼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제는 시청자분들께서 예능과 드라마를 분리해서 바라봐 주셔요. 그런데 제가 스스로 '나는 예능을 나왔으니까 이건 못해' 한다면 그건 정말 나쁜 생각인 것 같아요. 만약 시청자분들이 제 연기에 몰입을 못하셨다면, 제가 연기를 못한 거겠죠. '1박2일'로 잃은 건 전혀 없어요. 오히려 친숙한 배우가 된 것 같아서 더 좋은 걸요."


'대군'을 통해 꽤 오랜만에 배우로서 호평을 받은 윤시윤. 이에 "참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전했지만, "아직은 '배우'가 아니라 'TV드라마에 나오는 친구' 정도 수준"이라고 겸손한 말도 덧붙였다. 9년 차 배우가 됐지만, 아직 배우로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저는 건강한 작품에서 건강한 연기를 하는 게 꿈이에요. 어릴적부터 '한국의 로빈 윌리엄스'가 되는 게 소원이었죠. 배우에겐 세상의 부정적인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친구들이 언젠가 커서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추억 속에 콕 박혀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제가 센 캐릭터, 센 작품보다 가족들이 보기 좋은 감동적인 작품에 출연하길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그의 훈훈한 바람을 듣고있자니, 왠지 윤시윤이 배우의 힘을 깨닫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아 질문을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이 배우의 꿈을 품게 됐던 사연을 터놓았다.


"어렸을 적에 교회에서 한 생활보호대상자 할머니를 뵀어요. 사실 성경이라는 게 참 좋은 말로 가득하지만 어렵잖아요. 그래서인지 할머니께서 매번 예배때 꾸벅꾸벅 조시더라고요. 좋은 말들이 와닿지 않으셨던 거죠. 그런데 TV드라마를 보실 때만큼은 크게 웃으시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셨어요. 그때 드라마가 모든 걸 감정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고 느꼈지요. 저도 물론 20~30대가 좋아하는 트렌디한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폭넓은 시청자분들께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요. 참 즐거운 일이지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브라운관을 뛰어다니는 윤시윤은 언제나 청춘의 푸릇함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30대 배우가 됐고, 또 옆을 보니 이젠 현장에서 막내가 아닌 형, 오빠, 선배님의 위치에 서게 됐다. 이에 윤시윤은 그만큼 또 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도 더했다.


"연차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예전에 '제빵왕 김탁구'할 때, 박성웅 선배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당시에 제가 감정신에서 눈물이 안 흘러서 3일 동안 고생한 적이 있어요.(웃음) 저도 혼자 자책하게 되고 힘들었는데, 어느 날 박성웅 선배가 절 딱 잡으시더니 '힘내보자. 이렇게 감정 잡아보는 건 어떨까' 하시면서 이끌어 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아무리 힘든 신이어도 선배가 오시면 연기가 잘 됐어요. 저도 후배들을 보듬고 영감을 주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대군'을 히트시키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지만, 윤시윤은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른다"며 지금의 상승세에 고취되지 않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언젠가까지 연기자로서 열심히 사는 게 제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역하고나서 '마녀보감' '최고의 한방'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열심히 살았는데, 시장에서 한 어머니가 '김탁구! 요즘 왜 안 나와?'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배우로서만 살았는데, 그분께 저는 '제빵왕 김탁구' 이후로 없던 사람인 거예요. 그때 나, 윤시윤으로서의 삶고 중요하다는 걸 깨닳았어요. 그 뒤로는 사진 찍는 취미도 새로 가지면서 하루하루 소소한 성취로 살아가고 있어요. 이런 작은 제 삶이 나중에 혹여나 배우로서 위기가 왔을 때 저를 지탱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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