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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y 29. 2018

'인디포럼2018' 시네필 매혹포인트 일람...

신작전 추천작 & 특급 기획 프로그램



오는 6월7일부터 14일까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독립영화축제 제23회 ‘인디포럼2018’이 개최된다.


             


20년 넘게 독립영화와 관객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독립영화 축제를 만들어온 ‘인디포럼’은 올해 유독 더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작년 1041편을 넘어서는 총 1155편의 독립영화가 출품돼 역대 최다 편수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창작자들의 뜨거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엄선된 53편의 영화들에 대한 영화팬들의 기대감도 치솟고 있다. 



신작전 추천작 리스트


이번 인디포럼2018에는 유독 번뜩이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각양각색의 재미를 품고 있지만, 그 안에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 관객들의 성찰을 요한다. ‘영잘알’ 인디포럼2018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한 추천작 리스트를 살펴봤다.   


          

1. ‘마리’ - 개막작 / 김민지 감독 / 21분 50초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마리는 생일을 맞았지만 홀로 집에 있다. 그때 친구 영은이 야한 동영상을 선물로 보내준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마리’는 대상화되지 않은, 성적 주체, 성에 대한 감각의 주체로서의 10대 여성을 그린다. 동시에, 이에 대한 폭력, 억압, 위선의 기재, 그리고 그것들이 여성 스스로에게 내면화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동안 사회 곳곳에 서식해온, 여성과 여성적인 존재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이 조금씩이나마 폭로되고 가시화되고 있는 이 시점, 동등한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에 대한 고민과 재인식은, 마리와 마리 엄마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가족, 연인들, 이들과 관계하게 될 모든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마리'의 저항과 실험은 소중하다.       


      

2. ‘언프리티 영미’ - 개막작 / 이영미 감독 / 17분 39초


학창시절 친구들이 항상 나를 외모에 관련된 별명으로 놀렸다. 어느 순간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쌍꺼풀 수술을 했다. 대학 진학 후 아무도 나를 외모로 지적하거나 놀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자존감을 찾기 위해 랩을 배워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한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감독은 어릴 적 친구들의 놀림에서 비롯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용기있게 드러낸다. 극 중 영미의 랩은 단순히 한풀이가 아니라, 하찮다고 치부된 개인의 소소한 트라우마를 불러들이는 선창이다.  


           

3. ‘가끔 구름’ - 폐막작 / 박송열 감독 / 70분 / 극


영화감독의 꿈을 꾸며 시나리오를 쓰는 명훈.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무명의 배우 선희. 둘은 결혼을 다짐하고 연애를 한다. 어느 날 명훈의 시나리오는 프로듀서인 선배의 눈에 들어오고 영화제작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며칠 후 투자자를 찾겠다던 선배는 명훈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 실망한 명훈은 자신의 꿈과 현실을 돌아본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연기와 연출을 업으로 하는 연인의 일상사를 다룬 영화다. 소소한 순간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재기 넘치고 사려 깊은 연출이 돋보인다. 가난한 연인이 각자의 일에서 좌절하는 상황은 분명 암울한데, 이상하게도 산뜻한 기운을 풍기는 작품. 두 주연배우의 연기도 주목할 지점이다. 



            

4. ‘대자보’ 곽은미 감독 / 24분 50초 / 극


대학생 혜리는 대자보를 써서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한 날, 함께 쓴 친구 민영을 만나러 동아리로 향한다.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과 고소당한 줄 모르는 민영을 보며 혜리는 갈등에 빠진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원테이크로 전해지는 주인공 혜리가 겪는 감정의 깊이가 영화의 엔딩부분에서 영민하게 전해진다. 굳건한 사람의 의지가 흔들릴 때, 그리고 다시 의연해질 때. 그때는 과연 언제인가?   


          

5. ‘이삿날’ 박홍준 감독 / 13분 3초 / 극


자취를 시작하게 된 선미, 제한된 예산으로 방을 구하다보니 반지하방을 구하게 된다. 반지하방 창 너머로 보이는 낯선 풍경, 그리고 창을 넘어 들어오는 낯선 도시의 소음들. 그러던 중, 멀리서 어릴 적 동네에서 들었던 것 같은 찹쌀떡 장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선미는 괜히 반갑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내 위협이 된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이삿날 새로이 들어선 공간에서 느껴지는 낯설음과 설렘, 여성으로서 맞닥뜨리는 생활과 밀착된 불안감이 소박한 이야기를 관통하며 체감되는 영화다. 드라마적 구조나 간명한 목적의식에 기대지 않는 이 작품에서 인물의 섬세한 제스처는 어떤 자극적인 극적 장치보다 풍부한 감응을 끌어내며 사회적 의제에까지 자연스럽게 닿게 한다.            


 

6. ‘원수를 경마장에 데려가라’ 함정식 감독 / 32분 32초 / 다큐멘터리


우연히 경마 판에 들어선 사람과 경마를 전문적으로 하는 예상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경마를 들여다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만나고, 말은 그들과 어떻게 만나는가?


• 프로그래머 코멘트


일면 경마장 입문서처럼 시작해 어느 순간, 아슬아슬한 베팅을 하듯 놀라운 변모를 꾀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경마장의 풍경들을 실험적인 방식으로 구성하되, 그곳을 지탱하는 존재들의 생태를 섣부른 판단 없이 기록해 낸다.    


         

7. ‘레몬’ 이현지 감독 / 7분 / 극


신경쇠약에 걸린 한 사내가 길거리에서 완벽한 형태의 레몬을 구해들고 롯데월드로 향하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이제는 고전처럼 여겨지는 허무주의를 가장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것이 도리어 신선하게 느껴진다.             



8. ‘기억할 만한 지나침’ 박영임 감독 / 166분 / 극


시인인 김에게 삶은 고독하고 버겁기만 하다. 어느 날 남편이 느닷없이 사라지고, 저수지에서 김은 버려진 개를 발견한다. 개를 돌보며,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그녀의 처지는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 프로그래머 코멘트


시인 김의 의식과 발걸음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시를 통한 외부와의 소통이 좌절되고, 남편 또한 그녀를 떠난 상태, 시기. 그렇게 버티는 누군가의 호흡, 걸음, 뒤척임을 집요하게 자신만의 속도로 담아내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시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된 기억, 동물 표정, 자연풍광, 죽음, 문장 같은 것들이 영화 속을 부유한다. 



인디포럼2018만의 특급 기획 프로그램


1) 인디 나우(Indie Now)


현재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의 흐름과 경향을 짚어내고자 비평적, 주제적, 미학적, 실험적인 성취를 보여준 독립영화를 위주로 편성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전작으로 주목받았던 감독의 신작을 엮어 ‘작가전’ 형식으로 소개해 시네필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정훈 감독 '세발 까마귀'(오른쪽), '벼꽃'(왼쪽) 스틸컷



‘인디 나우’ 섹션에서는 감독 3인의 6작품이 상영된다. 김소영 감독의 ‘거류’(2000)와 ‘굿 바이 마리 러브 NK’(2017), 오정훈 감독의 ‘세발 까마귀’(1997)와 ‘벼꽃’(2017), 이강현 감독의 ‘파산의 기술’(2006)과 ‘얼굴들’(2017)이 그것이다.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3명의 감독들의 초기작과 최신작을 맞붙여봄으로써, 그 각각의 세계가 함축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질문과 그것의 영화적 형상화 방식에 대해 보다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품상영과 함께 감독을 초청하여 1시간 동안 관객과의 특별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2) 인디 리트로(Indie Retro)


독립영화의 과거를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독립영화와의 대화적 관계를 모색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현재 독립영화의 계보를 추적해가는 과정, 현재 독립영화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모색, 선언적이던 과거 작품의 재평가 등의 시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의 인디 리트로에서는 ‘내/외의 검열’을 주제로 하여 강제된 검열(국가검열)에 대응해 온 독립영화 작품들과 은밀한 내부검열(작가검열)을 경험한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민감/음란의 역사를 재조명, 독립영화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성찰의 장을 마련한다. 예술 검열과 관련된 전문가들과 함께 포럼도 개최된다. 


3) 인디 포워드(Indie Forward)


인디 포워드에서는 ‘영화가 퍼포먼스를 수용하는 방식’이라는 주제로 총 4개의 섹션으로 꾸려진다.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활약을 통해 독립영화의 영역을 확장하고 개척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는 ‘다원 예술’에 주목, 장르 구분을 거부하거나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 영화와 미술, 음악, 무용 등 타 매체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광의의 퍼포먼스 개념을 구축해가는 한국의 젊은 창작자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사진='소리의 정원' 스틸컷



섹션1은 ‘투명한 음악’ ‘소리의 정원’의 조용기 감독, 사운드 아티스트 김지연, 이강일의 작업을 보며 오디오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새롭게 인식되는 음악, 시공간, 데이터 개념에 주목한다. 섹션2는 시각예술가 박병래의 ‘HALF-MOON GAME’을 비롯한 비디오 퍼포먼스/퍼포먼스 비디오 작업을 통해 놀이와 기억, 공간과 사운드가 환유하는 방식을 말해본다. 섹션3은 영화 매체의 물성을 실험하고 퍼포머의 퍼포먼스를 영화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오고 있는 김숙현 감독의 실험적 작품을 조명, 근작 ‘스크린+액션!’ 등을 상영한다. 섹션4에서는 퍼포먼스와 영화의 경계, 댄스필름의 확장을 짚으며 백종관 감독의 ‘#cloud’, 송주원 안무가 겸 감독의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등을 함께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달콤한 잠' 스틸컷


4) 인디 포리너(Indie Foreigner)


인디 포리너는 동아시아, 중남미 등 국내에는 생소한 해외의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를 특별 초청한다. 해외의 다양한 독립영화를 통해 국내 독립영화와는 다른 영화적 미학과 표현방법들을 비교해보고 해외의 독특한 영화세계를 들여다본다.


올해는 지속적인 해외 프로그램을 위한 첫 단추로 캄보디아 독립영화작가 데이비 추 감독의 장편 ‘달콤한 잠’과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2편을 선보인다. 데이비 추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 ‘달콤한 잠’(2011)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고, ‘다이아몬드 아일랜드’(2016)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프로젝트 작품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디포럼에서 데이비 추 감독의 미니 작가전을 통해 캄보디아 독립영화 세계와 그 미래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또한 감독을 직접 초청, 시네토크를 가질 예정이다. 



5) 특별상영 – 작심사일 수료작


인디포럼 사전 프로그램인 작심사일(시민 단편영화제작워크샵)을 수료한 작품의 특별상영 프로그램이다. 총 5팀(30명)으로 진행되는 작심사일 프로그램에서 극, 다큐, 실험 등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 12편이 워크샵을 통해 제작되었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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