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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May 31. 2018

법조인들이 장악한 드라마 세상,

그 이유 3가지



그야말로 ‘법정 드라마’의 전성시대다. 사실 법조인들의 이야기는 워낙 얘깃거리가 풍부한 소재여서,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았다. 하지만 그런 면을 고려해도 최근에 특히 법정 드라마가 넘쳐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JTBC ‘미스 함무라비’, tvN ‘무법변호사’, KBS2 ‘슈츠’, MBC ‘검법남녀’ 등 방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작품만 4편이다.


각각 판사, 변호사, 검사들이 주인공인데, 이렇게 다양한 법정 드라마들이 동시기에 비슷하게 스타트를 끊는 일도 흔치는 않다. SBS 역시 7월부터 ‘친애하는 판사님께’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근래의 드라마 중 화제성 1위였던 JTBC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의 후속작 역시 경찰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검사 집단과도 긴밀하게 스토리가 얽혀 있는 수사물 ‘스케치’이다. 


종영한 작품들을 포함하면 법정 드라마의 붐은 지난해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수사권을 쥐고 있는 검사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방영된 tvN ‘비밀의 숲’과 올해 종영작 SBS ‘스위치’, OCN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등이 검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법정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볼거리가 많아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법조계와는 무관한 삶을 사는 이들에겐 ‘쏠림 현상’의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일단 이렇게 된 이유를 3가지로 짚어본다.    


         

사진=JTBC '미스 함무라비'


★현실 개혁의 의지, 드라마가 되다


2016년부터 여전히 진행형인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날렸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수록, 위로부터 아래까지 놀랄 만큼 다양한 국가조직이 썩어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분노를 산 조직이 검찰, 넓게는 법조계였다. 


검사 출신으로 풍부한 법 지식을 이용해 죄를 인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피해다닌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의 사례나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경험 고백 등은 검찰의 체면을 깎아 내렸다.


게다가 최근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및 판사 불법 사찰 의혹으로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태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렸다. 


이렇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의식 있고 양심적인 법조인의 활약이 커졌다. 이런 주인공들이 드라마 속에서나마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는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


법조인, 특히 검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작품이 많은 것은 수사권을 지닌 존재로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좋은 것 외에도 사회적인 이유가 크다고 보인다.       


       

사진=OCN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에서 검사 역을 맡은 박중훈.



★세상에 없는 엘리트의 ‘비현실적’ 면모, ‘대리만족’


JTBC ‘미스 함무라비’의 주인공 박차오름(고아라)은 판사의 이미지를 깨고 다니는 존재다.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요란한 복장으로 법원에 출근하고, 이를 비판하는 선배 판사 앞에 눈만 내놓은 ‘차도르’ 복장으로 등장하는 ‘또라이(?)’이기도 하다. 


tvN ‘무법변호사’의 봉상필(이준기)는 주먹과 법 지식으로 무장한 폭력배 출신 변호사다. 복수를 위해 법을 잘 알고 이용하기 위해 변호사가 된 인물로, 드라마틱한 과거사와 거대한 절대악을 품은 악당들과 ‘액션’으로 승부한다.              



사진=tvN



KBS2 ‘슈츠’에는 탁월한 암기 능력을 갖춰 법전을 통째로 다 외울 수 있지만, 법대 출신도 아니고 사법고시 합격증도 없는 ‘가짜 변호사’ 고연우(박형식)가 등장한다. 모두 드라마 주인공으로선 납득할 수 있지만 현실에 정말 있다고 믿기는 어려운 인물들이다. 


드라마의 과제는 이런 ‘비현실적’ 인물들을 보고 “에이, 말도 안 돼”라는 반응이 아닌 “와, 실제로 저랬으면 좋겠다, 멋지다”는 말을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대리만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인으로선 범접하기 힘든 ‘엘리트’ 이미지가 강한 이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사이다처럼 통쾌한 모습들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이것이 최근 등장하는 법정 드라마들의 공통된 목적이다. 


  

★다양한 소재와의 믹스…’판타지의 극대화’


MBC ‘검법남녀’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검사와 법의학자의 공조를 다룬다. 이 때문에 수사물과 메디컬 드라마의 성격을 함께 띠게 되어, 더욱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게 됐다. 


JTBC ‘스케치’는 일어날 사건을 예지하는 그림(스케치)을 그릴 수 있는 형사와 검사였던 약혼녀를 잃은 형사 등이 벌이는 수사물이다. 그림으로 사건을 예측한다는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 팽팽한 긴장 속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더욱 높였다. 


tvN ‘무법변호사’, OCN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의 경우 법정이 무대가 되기도 하지만, 액션물과 느와르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어 법정 드라마 애호가가 아닌 시청자도 끌어들이도록 했다.          


    

사진=MBC



풍부한 스토리와 반전, 권선징악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넣을 수 있는 법정 드라마는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의 믹스 또한 용이한 편이다. 다채롭고 화려한 볼거리, 촘촘한 스토리를 합쳤다는 공통점에도, 똑같지는 않은 법정 드라마들이 앞다퉈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건


‘구멍이 많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전부 법망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에 맞닥뜨렸을 때 누구든 마지막으로 기대게 되는 것 또한 법이다. 때문에 이러한 법을 담당하는 법조인, 넓게는 경찰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환상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tvN



지난해 방송된 tvN ‘비밀의 숲’은 뇌수술로 인간적인 감정이 거의 없는 검사라는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반전을 거듭하는 리얼한 수사 스토리에 검사의 통렬한 자기 반성 메시지까지 담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법정물은 아니지만 리얼한 경찰들의 생활을 담은 최근 종영작 ‘라이브’ 역시 ‘리얼리티’라는 비슷한 맥락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드라마니까 가능한 것’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살다가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 때문에 법정 드라마는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법’에 관련해서는 세상을 배울 수 있도록 리얼리티가 강조되는 편이 좋다고 보인다.  



에디터 이예은  yeeuney@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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