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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l 28. 2018

[인터뷰] 한효주

"'인랑' 내게는 멜로영화, 모호함이 작품 정서"



오랜만에 본다. 지난 2016년 영화 '해어화' 이후 처음으로 한효주(31)가 인터뷰에 나섰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살갑게 말을 건네는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영화 '인랑'에서 강동원과 함께 멜로 호흡을 펼친 한효주를 영화 개봉일이었던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랑'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SF 명작, 1999년 장편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한다. 배경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은 악화된 근미래다.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를 잡기 위해 대통령 직속 경찰조직 '특기대'는 인랑이라는 인간 병기를 육성한다. 특기대 요원 임중경(강동원)은 살인의 무의미함에 고뇌를 느끼던 중 이윤희(한효주)를 만난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오늘 인터뷰한다고 되게 떨렸다. 오랜만에 하니까 어떤 얘기를 해야 하나 싶더라. 사실 나는 많은 얘기를 듣고 싶은데, 인터뷰니까 그럴 순 없겠다.(웃음)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김지운 감독님의 색과 세계관이 잘 담긴 영화로 나왔더라. 나는 내 모습을 스크린으로 볼때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내가 아니라 영화의 캐릭터로 보는 거다. 그런데 이번 '인랑'에서는 더 낯설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한효주는 김지운 감독이 '인랑'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주길 바랐다. '인랑'에서 그가 맡은 이윤희는 얼핏 여리고 연약해 보이지만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고뇌와 갈등에 계속 시달린다. 한효주는 이윤희를 연기하며 애정과 연민, 배신감, 슬픔, 고통, 치욕 등 많은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이윤희에 대해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강인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인터뷰하신 걸 보니 내가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하셨더라. 안정적이라는 건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게 있다. 안정감 속에서 틀을 깨는 연기를 하고 싶다. 임중경과 용산역으로 떠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이런 리듬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가서는 그 모든 게 다 와장창 깨졌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으로 연기했다. 감독님 디렉션도 있었고, 스스로도 깨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 중간중간 나왔던 것 같다."


캐릭터 설정에 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분이 적어 아쉽다고 하자 그는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부분이 아쉬워서 총을 확인하거나 뭔가를 해보려는 잠깐의 커트들, 그런 걸 제안해서 넣기도 했다. 영화 속 인물 중 전체 상황은 이윤희가 제일 많이 파악하고 있다. 다만 본인이 나서서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이윤희는 한효주에게 데뷔 이래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다. 진심과 거짓의 얼굴을 모두 내비쳐야 했던 탓이다. 감정 조절도 어려웠다. 한효주는 이번 영화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의견을 많이 따르고 믿었다.


"나 스스로도 헷갈렸다. 지금 이윤희는 진심인가 아닌가, 감독님한테 물어볼 때도 많았다. 임중경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이윤희의 진심이 드러난 유일한 면이 아니었다 싶다. 이윤희에 너무 빠져 있었다. 한 발짝 나와서 냉정하게 연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쉽다."


'인랑'은 언론시사회 이후 독특한 세계관과 한국에서 보기 힘든 SF 장르라는 점, 강화복을 이용한 액션신 등으로 호평을 얻었으나 동시에 멜로 서사 등에서는 혹평을 얻기도 했다.


"이윤희 입장에서만 놓고 보면 '인랑'은 멜로 영화다. 이윤희를 연기한 배우로서 나는 '인랑'을 멜로 영화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사랑이란 감정 때문에 흔들리고, 사랑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다. 임중경의 결단도 이유에 사랑이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멜로가 차라리 조금 더 짙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런데 어떤 감정을 분명하게 보여주기보다 모호하게 표현하는 게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라고 생각한다. 그 정서에는 지금 상태가 맞는 것 같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인랑'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9년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한효주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짧게 풀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원작 캐릭터랑 비슷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감사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님이 남산타워에서 떨어지는 신을 보고 그거 어디서 찍었냐고 물어보시더라. 아, 그때 정말 추웠다. 한파주의보로 난리일 때였다."


한편, 한효주는 최근 상대 배우 강동원과의 열애설로 한동안 난처한 상황에 놓여야 했다. 당시 그는 강동원과는 동료 사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효주는 "열애설이 너무 커져서 영화에 다른 쪽으로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연달아 두 작품을 같이 했다. 저희끼리도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했다. 서로 신경은 크게 안 쓴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오빠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현장에서 지칠 때 의지를 많이 했다. 오빠는 살가운 스타일은 아닌데 무뚝뚝하게 챙겨 준다. 둘 다 맛있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 어디가 맛있다면서 맛집을 공유한다."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차기작 계획을 묻자 그는 "정해진 건 없고 검토 중"이라며 "천천히 가보려 한다. 요즘 내가 나를 찾아가고 있다.


배우로서의 한효주와 사람으로서의 한효주. 아주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는 때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개인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그럴 땐 것 같다. 내 나이에 한 번씩 성장통을 겪는다는데 다들 어떤지 궁금하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하는가 그런 질문을 계속하게 되더라. 지금까지는 다른 옷을 입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내가 내 옷을 입는 것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요즘 확 들더라. 나 자신을 두껍게 만들어 놓고 다른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옷을 예쁘게 입을 수 있을 때 다른 옷도 멋지게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적인 고민이 요즘 많다. 열심히 살려고 한다.(웃음)"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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