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총동원해서 연기…연극배우 시절 생각나”
누구도 송강호의 연기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재단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마약왕’ 이두삼으로 변신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 인물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화해가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를 우민호 감독의 말에 수긍할 수 있다.
송강호는 소시민에서 하급 밀수업자, 그리고 마약 밀조로 스스로를 수출 역군이라 칭하는 ‘마약왕’이 되기까지 이두삼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유려하게 소화했다.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으로 서민의 희노애락을 그려내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며 잠시 잊고 있었던 ‘초록물고기’, ‘복수는 나의 것’의 팔딱이던 그의 모습이 다시금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마약왕’ 속에 예전의 반가운 모습들이 있잖아요. 15년 전의 모습들이 ‘마약왕’에서 다시 투영이 되고, 후반부에서는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도 있었던 거 같아요. 이런 것들이 이 영화의 관객들 입장에서 반갑지 않을까 싶어요”
항간에 ‘송강호가 환하게 웃을 수록 슬픈영화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마약왕’은 그 결을 달리 한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이두삼이 밀수에 발을 들이긴 하지만, 그의 범죄에 대해 옹호하거나 인간적인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외롭고 힘든 촬영의 연속이었다.
“고문신에서는 거꾸로 매달려서 실제로 맞았어요. 이렇게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맞아야 하나 싶을 정도더라고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인생의 연료가 있다면 그 안에 자기를 파멸시키려고 하고, 멸시한 이들에 대한 증오심이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 연료를 태우기 위해서는 리얼해야겠다 싶었어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영화는 마약을 소재로 한다. 대중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고, 배우도 연기를 할 때 상상에 맡겨야 하는 지점들이 많았다.
“마약이라는 걸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상상력을 총동원했어요. 최대한 관객들에게 현실감있게, 가짜처럼 안 보이게 전달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후반부에는 10분 남짓 송강호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스크린을 장악했다. 대사를 맞춰주는 상대 배역 없이, 이두삼이 파멸해가는 모습을 마치 1인극처럼 묘사해낸다.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오랜 연극배우 생활을 했던 송강호에게 이 연기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 부분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가 힘들 거 같아요. 이론적인것과 기술적인 게 반이라면 본능적으로 몸이 체화되는 느낌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연극할 때 생각이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어요. 영화에서는 리듬감 있게 빨리 가야하니까요. 그래서 새롭기도 했어요. 사실 영화에 담긴 것보다 촬영해놓은 분량이 더 길어요. 최대한 압축해서 액기스만 보여주신 거 같은데 딱 좋다고 느껴요”
사진=쇼박스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