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아역? 저한테는 역시 예서, 예빈이죠”
염정아는 기복이 없는 배우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큰 인기를 모으며 염정아의 연기력이 더욱 부각됐을 뿐,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우는 ‘믿보배’다. 사실 ‘SKY 캐슬’이 이 정도 뜨거운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폭풍같았던 드라마 전개처럼 시청률 역시 1회 1%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급기야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청률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는 안 했지만 1%대가 나올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실망스럽기도 하면서 주눅이 든달까? 너무 파이팅 넘치게 시작했거든요. 저희는 자신있게 생각했거든요. 근데 하루만에 그런 생각이 싹 지워졌죠”
방영 내내 뜨거운 인기를 모으며 자연스레 마지막회에는 대미를 강렬하게 장식할 반전이나 큰 사건을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종회에서는 욕망의 화신이었던 한서진(염정아)의 반성, 그리고 김주영(김서형)이 그간의 죗값을 치루는 등 비교적 평화로운 모습이 그려졌다.
“저는 대본이 나오기 전에 감독님한테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래야 한서진을 어떻게 연기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죠. 저는 결말이 되게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청자 분들이 아쉬움이 좀 많으셨던 거 같더라고요. 저희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 같아요”
2018년 연말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완벽한 타인’부터 시작해 ‘SKY 캐슬’까지 이어진 흥행의 기운. 배우로서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일 수 밖에 없었다. 염정아 스스로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분이 드라마를 볼 수 있을까 했어요. 이렇게 시청률이 많이 나온 건 처음이에요”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염정아는 ‘SKY 캐슬’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조현탁 감독이 “예술적 동지”라고 칭했을 정도로 염정아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이런 믿음에 부응하듯 염정아는 조현탁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JTBC ‘마녀보감’ 당시의 좋은 기억으로 흔쾌히 합류를 결정했다.
“조현탁 감독님이 작품을 하실 때 같이 해야겠다 생각을했어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은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우리 작품을 통해서 ‘한 가정이라도 살려보자’ 하셨어요. 이 열약한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하는 취지였던 거 같아요. 저도 거기에 공감을 했고요”
‘SKY 캐슬’는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경험해본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뚜렷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입시 코디네이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일부 의도치 않은 현상들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까봐 걱정은 되요. 잠깐 그런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실제로 어디서 조사를 했나봐요.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분들은 많은데 내 아이한테 적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걸로 나타났더라고요”
분명 모든 작품에서 열연을 펼쳤지만 강한 유형의 캐릭터로만 기억되는 게 아쉽지 않냐는 말에 염정아는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 역할이 주는 임팩트가 더 컸던 거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그런 역할을 더 좋아하시는 거 같고 제가 그런 역할을 했을 때 더 많이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로열 패밀리도 그렇게 센 역할이 늘 더 각인 됐던 거 같아요. 영화 ‘카트’나 ‘오래된 정원’처럼 다양한 역할을 사랑해요. 그래도 그런 게 섭섭하거나 아쉽지는 않아요. 저 망가지거나 웃기는 것도 완전 좋아해요. 그런 작품을 또 만나야죠”
성인 연기자들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었지만 입시를 소재로 한만큼 어린 연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작품. 그리고 어린 연기자들이 제몫을 톡톡히 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한 몫을 했다. 아역 배우들 중 연기력으로 누굴 꼽겠냐는 말에 염정아는 “저는 역시 예서 예빈이인 거 같아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제일 많이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눈 앞에서 봤잖아요. 너무 잘해요.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 해오고, 자기가 뭘해야 할지를 다 준비해오기 때문에 저는 정말 제 연기만 하면 됐어요. 예서는 정말 잘 울어요. 완전히 몰입이 돼 있었나봐요. 발음도 좋아요. 아주 정확하게 대사를 표현하는 친구에요. 애들이 촬영하는걸 멀리서 보면서 ‘내가 저 나이때 저 정도 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에디터 강보라 mist.diego@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