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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l 13. 2019

[인터뷰] 손열음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

 “가장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제16회 평창대관령음악제(7월31일~8월10일) 개막이 바투 다가왔다. 지난해 3월 최연소 3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호기심 천국, 관찰력 만발’ 피아니스트 손열음(33)을 광화문 새문안길의 음악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권대홍(라운드 테이블)


지난 2016년부터 부예술감독을 맡으며 경험과 비전, 사명감을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젊고 신선한 음악축제’란 퍼스트 룩을 관계자와 청중에게 안겨줬다. 특히 기획, 섭외, 해설, 연주 1인 4역을 도맡아 탄탄한 인문학 소양과 도전정신으로 클래식 음악 및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해 ‘멈추어, 묻다’에 이어 올해는 ‘다른 이야기(A Different Story)’란 주제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리조트 내 콘서트홀과 뮤직텐트를 비롯해 강원도 일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년 테마가 음악제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면 올해는 하우 투(How to)에 대한 것이에요. ‘다른’과 ‘이야기’란 키워드가 다 마음에 들었어요. 여러 뉘앙스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예술에서 ‘다름’은 매우 중요한 열쇠어예요. 뭐가 좋고 나쁘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 다른지 찾는 게 예술가의 흥미로운 작업이라 여기고요. 평소 한국이 다양성이 많은 나라였으면 생각해 왔는데 예술로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토리’를 가져온 이유는 스토리텔링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지난해 꺼내들어 빅 히트를 친 카드를 더욱 세공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약 중인 한국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뭉쳐 K-클래식 파워를 웅변했다. 이번엔 그 양과 질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각국에 흩어져 있던 플레이어들을 한데 모으는데 의미를 뒀다기보다 서로 친하고, 합주도 많이 했던 터라 앙상블이 잘 이뤄졌어요. 너무들 좋아했고 감흥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뭉치는데 좀 더 수월했죠. 지난해 현악파트의 절반은 음악학교 학생들로 채워졌는데 올해는 전체 인원 80명의 97% 가까이가 오케스트라 정단원들로 구성돼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2회 공연을 치러요.”


또한 대한민국 클래식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로 해 마스터스 클래스뿐만 아니라 인문학교실을 만들어 예술가로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공을 들였다.


“한국에서 공부했을 때 매우 아쉬웠던 부분이었어요. 한예종 졸업 후 뒤늦게 해외 유학(독일 하노버 국립음대)길에 올랐을 때, 걔넨 전공 분야 수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교육이 당연시돼 있어서 놀랐어요. 전문가들이 도와주면 훨씬 도움이 많이 되니까 신설했던 거죠. 올해는 누구나 신청해서 뽑히면 2주간 숙식하면서 개인 레슨을 받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현악 4중주단의 경우 노부스 콰르텟이 직접 선발, 숙식을 함께하며 코칭한 뒤 마지막에 함께 연주하고요. 또 강원도 내 초중고 오케스트라들 가운데 6곳을 선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수석 코치진이 지도해 음악제 마지막 날 합동연주를 할 예정이에요.”


지난해 대가들이 맡던 음악제 예술감독 자리를 맡게 된 뒤 어떤 지향점을 보여줘야 하나 싶어 부담이 크기만 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본질로 돌아가자’였고,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드리는 것으로 모아졌다. 다행히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젊은 연주자들(김선욱, 클라라 주미 강, 노부스 콰르텟 등)이 적극 참여하며 도움을 줬다.            





“올해는 패키징을 좀 더 친절하게 하고 싶어요. 작년엔 처음이다 보니 포장을 너무 가볍게 풀어버리다 보면 콘텐츠 자체를 의심할 수 있으니까 격식을 차렸는데 저희 음악제 성격이 도심의 일회성 공연과는 다르니까 어떻게 하면 피부로 체험하는 공연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오고 있죠. 보통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가볍고 대중 친화적이었다면 18개 시·군에서 펼쳐지는 ‘찾아가는 음악회’(6월21일~7월27일·강원의 사계 ‘여름’)의 경우 집중도가 있는 리사이틀로 꾸몄어요. 오히려 알펜시아 내 공연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했고요.”


독주회, 협연, 실내악 무대를 뛰어야 하는 ‘현역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음악제를 준비하는 틈틈이 국내외 연주회를 소화하는가 하면 방송 진행(TV예술무대), 음악제 프로그램북 집필 등 ‘빡센’ 일정이 빼곡하다. 체력과 집중력의 난관이 발목을 잡을 법한데 끄덕없어 보인다.


“일이 힘들면 일단 놔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럴 땐 아예 아무것도 안해요. 그러면서 재충전하며 잘 극복해온 듯해요. 정신없고 바쁘긴 하지만 음악제 예술감독을 하면서 음악이 더 좋아진 부분이 많아요. 업무를 처리하다가 연주 준비에 들어갈 때 음악을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것임을, 과거엔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더 감사하고 애틋하게 느껴져요. 상쇄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오는 7월 23일 영국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 ‘BBC프롬스’ 데뷔 무대에 오른다. BBC교향악단의 새 상임지휘자 오메르 메이어와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5번을 협연한다. 피아노 협주곡의 출발점이라 불릴 만큼 웅장하고 변화무쌍한 곡이라 연주자 손열음의 정체성과도 딱 들어맞는다.           


 



2011년 준우승을 차지한 차이콥스키 콩쿠르 당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특별상을 수상했을 만큼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인 그의 연주라 더욱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정작 본인은 과거 한 번 밖에 연주해보질 않은데다 무척 복잡한 곡이라 생각할수록 걱정이라고 엄살이다.


9월부터 유럽에서 연주시즌이 시작되면 매주 무대에 올라야 한다. 만추인 11월 국내 리사이틀에서는 프랑크와 슈트라우스 소나타를 연주할 예정이다. 같은 달, 지난 2017년 여름 독일 하노버에서 녹음한 슈만 곡들로 꾸려진 새 음반을 발매한다.


“예술은 시대와 무관할 순 없다고 여겨요. 현실에 매달리면 안되겠지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필요하죠. 대관령평창음악제는 본질적으로 가장 고전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음악제였으면 해요. 그러려면 동적인 에너지와 혁신적인 면모를 갖춰야겠죠. 더불어 그간 물적·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소외감이 컸던 강원도민이 호스트로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음악축제였으면 해요”. 원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원도의 딸'다운 애정만세가 귓전을 타건한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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