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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19. 2020

[종합] "오래 기억되길"...

봉준호 '기생충' 팀, 칸→오스카 '상징적 여정 마무리



‘기생충’이 ‘기생충’ 했다. 칸국제영화제부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1년여 동안 전세계 영화제, 영화 시상식, 관객들을 사로잡은 ‘기생충’ 팀이 금의환향했다. 19일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최은희 기자, 싱글리스트DB


이날 봉준호 감독,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그리고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해 한국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스카 수상과 할리우드 접수에 대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우식은 영화 촬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상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으며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영화부문 앙상블상까지 거머쥔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으며 전세계에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감회가 남다른 봉준호 감독은 물론, 배우, 스태프 모두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이런 성과를 기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간략하게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하준 미술감독, 한진원 작가, 양진모 편집감독은 “스태프가 주목받은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기자회견에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다”고 기뻐했다.            




‘기생충’의 시작은 칸국제영화제였지만, 오스카로 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오스카 시즌 캠페인이었다. 봉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은 게릴라전”이라고 할 만큼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게 오스카 캠페인이다. 봉 감독은 “북미배급사 네온이 중소배급사라 예산이 거대 스튜디오보다 적었다. 저는 ‘옥자’ 때 번아웃을 겪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송강호 선배는 코피를 흘렸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세계 최고 예술가들을 만나 이야기하다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게 됐다”며 “상을 받는 과정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분들과 호흡하고,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알아가는 게 새로웠다”며 오스카 캠페인을 돌아봤다.


오스카 4관왕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깜짝 놀랄 일이었다. 일부 관객들은 봉 감독의 ‘오스카는 로컬’ 발언이 아카데미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해석했다. 봉 감독은 “로컬 발언은 그냥 인터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생충’ 이후 2편의 차기작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봉 감독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2편은 몇 년 전부터 기획했던 거라 ‘기생충’과 관련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봉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린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할 만큼 전세계가 봉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기생충’의 스포트라이트는 배우들에게도 쏠렸다. 한국영화, 아시아 영화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앙상블상을 받은 ‘기생충’‘ 배우들에게 할리우드 러브콜이 들어올 만도 했다. 이정은은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 가보고 싶었는데, 이젠 굳이 안 가도 세계가 알아주는 거 같다”, 박소담은 “현지에서 화보 촬영도 하고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언젠가는 할리우드에 도전하고 싶다”, 이선균과 조여정도 “할리우드 러브콜이 온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총 4개 부문 수상, 6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곽 대표는 “트로피마다 각자 이름이 적혀있다. 본인 트로피는 본인이 챙겨가는 게 맞는 거 같다. 국제영화상과 저의 작품상 트로피는 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카 당시 이선균의 “오스카가 선을 넘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선균은 “살면서 이런 벅참을 느껴본 적이 있나 싶었다. 그 벅참으로 눈물도 났다. 저희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스카 4관왕에 오르고 보니 아카데미 회원들이 선을 넘은 거 같더라. 편견 없이 ’기생충‘을 응원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감독, 배우들 말고도 ’기생충‘의 스태프들이 할리우드에서 극찬을 받았다. 이하준 미술감독과 양진모 편집감독은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수상소감을 준비했는데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한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 이 영광을 바치고 싶다”고 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양진모 편집감독은 “하준 감독님께 소감 준비하면 부정 탈 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준비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받질 못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기생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6일 흑백판 버전으로 개봉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HBO 미국 드라마로 재탄생하게 된다. 봉 감독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한 관객이 ’기생충‘을 흑백으로 보면 더 ’냄새‘가 느껴질 거 같다”고 하더라. 순간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흑백으로 보면 더 극적으로 보일 거 같더라. 관객분들이 ’기생충‘을 색다르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설국열차‘ 드라마도 2014년에 준비해 올해 5월 방송된다. ’기생충‘ 드라마도 한참 걸릴 거 같다“며 지금 많은 걸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한국영화에 새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국영화계를 뒤돌아봤다. 그는 ”냉정하게 보면, 지금 젊은 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 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제가 데뷔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젊은 감독들의 이상한 작품, 모험적인 시도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게 하기엔 어려워진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 당시엔 독립영화와 주류의 상호침투, 좋은 의미의 충돌이 있었다. 그런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젠 젊은 감독들이 주류에 흡수되기 보다는 독립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어느 순간 독립영화와 주류산업이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계뿐만 아니라 전세계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만큼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가 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송강호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고 봉 감독이 말했는데, 저는 배우니까 가장 창의적인 것이 대중적인 것으로 보이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배우들 역시 ’자부심‘ ’감사‘ ’꿈‘ ’영광‘이란 단어를 넣으며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 팀의 시의적절한 소감과 계획적이지 않아 인상적이었던 순간들, 상징적인 기록들은 한국영화계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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