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랑종' 반종 감독,
무당 만나고 들은 말은? "설명 불가한게 있더라"
'셔터' '샴' 등을 통해 공포·호러 스페셜리스트로 등극한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한국 스릴러의 대가 나홍진 감독과 만났다. 앞선 작품들로 호러 장르에 회의를 느꼈다는 반종 감독. 그럼에도 그를 다시 호러의 세계로 불러들인건 나홍진 감독과 '곡성'이었다.
사진=쇼박스 제공"'샴' 이후에 호러에 회의를 느껴서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던 기간에 흥미롭게 본 작품 중에 하나가 '곡성'이었죠. 귀신이 아닌 분위기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게 흥미로웠어요. 그동안의 호러·공포 장르와 차별화 된 작품이었죠. 그래서 나홍진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제의 주셨을때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됐어요"
'랑종'은 태국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간의 기록을 그린 영화다.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쓰고 프로듀서로 함께했다.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만큼 '곡성'과 어느정도 맞닿은 부분들이 있다. 때문에 두 감독이 시작부터 끝까지 소통하며 함께 준비했다. 그리고 반종 감독은 나 감독에 대한 팬심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나 감독님이 태국에 방문해서 협업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됐어요. 주로 온라인으로 소통했죠. 나 감독님은 많은 간섭은 안하셨고 저한테 권한을 많이 주셔서 자율적으로 촬영했어요"
"이번에 같이 하면서 느낀건 감독으로서 차원이 높으신 분이시라는 거예요. 배울점이 많았어요. 근데 한편으론 영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천재인 나 감독님이 계속 지켜보신다는 점에서 압박감을 느꼈죠. 촬영분을 보낼때 '완벽한가?' '충분한가?' 계속 생각이 되더라고요"
신, 무당, 신내림, 악귀와 같은 초자연적인 소재들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자료 조사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는 귀신을 본 적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는 랑종 감독. 그럼에도 수많은 무당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귀신이 절대 없다고 답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원래는 무당과 같은 것들을 믿지 않았어요. 근데 이번에 영화 제작하면서 30여명의 무당들을 만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현상들도 접하게 됐죠. 아무 말도 안했는데 어느 무당분이 '외국인하고 일하게 됐지?' 말하시더라고요. '설명할 수 없는게 있구나' 생각이 들었죠"
"또 영화의 배경이 된 이산 지역에서는 사람들한테 많은 돈을 받고 무당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질병을 치료해주는 무당이 한국돈 1000원 정도만 받고 치료해요. 대가성으로 하는게 아니고 단순한 속임수나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귀신이 있다 없다 명확히 말할 순 없지만 그 지방에서 무당들이 정신과 의사와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민수 기자 kways123@slis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