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전편 뛰어넘다
‘탑건’의 35년만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개봉이 연기돼 북미보다 한 달 가량 늦은 상황. 그 동안 주인공 ‘매버릭’ 역의 톰 크루즈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상영회에서는 5분 가량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미 북미에서 검증이 끝난 ‘탑건: 매버릭’은 국내에서도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뽐내듯 오늘(9일) 국내 시사회가 끝나자 리액션에 짠 한국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1 PICK: 전투기로 가득한 전투기 영화
많은 작품들이 본질에서 벗어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 코미디 영화에 신파를 섞거나, 액션 영화에 액션이 부족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현재 상영중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 혹평을 내리는 사람들이 “공룡 영화에 공룡이 많이 안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조차도 ‘초중반부 액션이 적다’는 비판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탑건: 매버릭’은 완벽하다. 131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꼭 필요한 서사와 스토리 진행을 제외하고는 전투기와 공중액션으로 가득 채웠다. 본작의 주역기인 F-18과 예고편 말미 등장한 전작의 주역기 F-14를 포함해 다양한 기체가 등장하고, 될까 싶은 화려한 훈련과 전투 장면을 보여준다. 스토리상 부여되는 고난이도의 미션 내용에 걸맞은 긴장감 넘치는 비행 장면은 관객들이 조종석에 앉아있는 듯 손발에 힘을 꽉 주게 한다.
급강하와 급상승을 포함한 다양한 전술기동에 이를 활용한 적 전투기와의 도그파이트, 전투기 액션 하면 빠질수 없는 미사일과의 추격전 등 고퀄리티의 공중액션이 영화 내내 가득하니 정신을 팔 틈이 없다. 거기에 진일보한 CG를 입혀 사실감을 극대화하고, 화려한 카메라워킹을 더해 전투 장면을 다각도에서 비춰 관객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2 PICK: 완벽한 후속작, ‘탑건’을 시리즈로서 빛내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그랬고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그랬듯 후속작이 원작의 명예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탑건: 매버릭’은 35년만의 귀환이기에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본작은 이를 비웃듯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사와 전작에 대한 예우로 ‘탑건’을 완벽한 시리즈로 탈바꿈시켰다.
매버릭의 서사는 전작에서 잃은 동료 ‘구스’의 아들 브래들리 ‘루스터’ 브래드쇼(마일즈 텔러 분)과 전편에서 언급만 되었던 페니 벤자민(제니퍼 코넬리 분)을 위주로 진행된다. 구스를 잃고 트라우마를 겪을 정도로 고생했던 매버릭이 이로 인해 구스와 빚는 갈등과 해소를 지켜보며 전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짠함과 격세지감을 느낄만 하다.
한편 매버릭 자체에 대한 예우도 갖춰져 있다. 그는 이미 영화 내에서도 ‘레전드’격인 존재로, 나이를 먹고 교관으로서 복무하게 되었음에도 교육생 파일럿들과는 격이 다른 실력을 보여주며 남다른 대우를 받는다.
매버릭은 ‘아이스맨’을 비롯한 전 동료들이 이미 장성급 위치에 올라있음에도 대령 자리에 남아 현역 파일럿으로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파일럿으로서는 나이가 꽤 있는 설정임에도 ‘행맨’ (글렌 파월 분)같이 자신감으로 가득 찬 후배의 입을 한번에 다물게 하는 매버릭의 통쾌한 비행 장면을 기대해도 좋다. ‘탑건’의 에이스 파일럿 매버릭이 교관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자.
루스 역을 맡은 마일즈 텔러는 ‘위플래시’로 주목받았으나 ‘판타스틱4’와 같은 작품들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주춤한 상태였다. 그런 그가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와 보여주는 호흡으로 극의 서사를 이끌어가 커리어의 부활을 알렸다. 여기에 노쇠한 ‘아이스맨’으로 돌아온 발 킬머가 매버릭의 정신적, 지위적 지원군이 되어 주니 자연스레 전작 3인방의 추억이 소환된다.
한편 페니와의 관계는 긴장감 가득한 스토리 중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요소다. 전작에서 ‘전투기 뒷좌석에 태우고 날아버려 난리가 났다’는 언급으로만 끝났던 페니가 직접 등장한 것이 화젯거리임은 물론, 제니퍼 코넬리의 죽지 않은 매력으로 외로운 매버릭의 삶에 로맨스를 끼얹는다. 두 사람을 응원하는 애어른 같은 딸 아멜리아 벤자민(릴리아나 레이 분)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다.
3 PICK: 구식이 아니라 클래식, F-14 ‘톰캣’의 복귀
또한 공식 예고편의 끝자락에서 깜짝 등장한 F-14 ‘톰캣’은 등장 자체만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현실에서는 이미 퇴역한지 한참 지난 기체가 영화에 등장한다니 어떤 식으로 활약할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류의 밀리터리 영화에서 구식 기체가 재사용되어 신형 기체를 스펙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스토리는 뻔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주는 좋은 클리셰중 하나다. 영화 ‘배틀쉽’의 미주리함이 그랬고, 장르를 벗어나면 가까운 ‘마블’ 영화들만 해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구식 장비로 상대와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 많다.
그런 점에서 F-14는 전작의 주역기로서 영화에 등장시킬 명분도 충분하고, 동시에 극한의 상황을 퇴역기로 이겨낸다면 이만한 짜릿함이 없을 것이다. ‘탑건: 매버릭’을 볼 예정인 사람이라면 톰 크루즈가 최신식 기체부터 F-18을 거쳐 F-14에 다시 탑승하며 보여주는 기체들을 오가며 보여주는 강렬한 도그파이트를 기대해도 좋다.
윤선교 기자 ysk304@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