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불출마 선언’ 씁쓸함 셋

by 싱글리스트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 혹은 불출마 선언은 본인의 자유의지이나 선언 내용을 보노라면 입맛이 씁쓸해지는 대목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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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정치권의)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 누구나 ‘구태의연하고 편협하고 이기주의적인’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 갈아 엎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정서에 더해 국내 정치권 밖에 있었던 반 전 총장인지라 ‘구’ 정치를 ‘신’ 정치로 바꾸겠다는 슬로건에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꽤 있었을 테다. 하지만 '대망론' 꽃길을 밟으며 귀국한 이후 이 정당 저 정당, 이런저런 정치세력을 노크하며 합종연횡을 타진하고 올드 보이들을 만나 지지를 얻으려고 하는 등 기성 정치인 찜쪄 먹을법한 행동을 하고 다닌 건 본인이었다. 이런 행위를 국민통합이라고 받아들이는 국민도 별반 없다.


이런 와중에 ‘빅 텐트론’이 나왔고 ‘제3지대’ 이야기가 횡행했다. 자금 등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할 것 같다는 말도 자신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이들과 함께 가기를 국민은 원하지 않았다. 그의 가치와 철학이 명분 뚜렷하고, 미래의 비전을 담았다면 혈혈단신이었어도 지지율로 화답했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남 탓’이다.




02.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되고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


→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은 후보에 대한 필수적인 검증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초유의 국정농단 헌법유린 참사를 겪고 있는 현실이다. 영향력 있는 후보에 대한 검증은 과거보다 더욱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 기성과 신성 가릴 이유가 없다. 의혹 제기에 후보들은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해명하거나 반박하면 된다. 이를 음해, 가짜, 인격살해로 규정해버린다면 자신은 치외법권 지역이니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지난 몇 년간 국정 책임자들로부터 살 떨리게 봐온 오만하고도 권위주의적 태도에 다름 아니다.


덧붙여 유엔이 사무총장 퇴임 후 정부직 진출을 제한하는 결의를 채택해뒀음에도 반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적절성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스스로 UN의 명예에 오점을 남긴 것이 아닌가.




03. “오늘의 결정으로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들과 그동안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분들, 저와 가까이에서 함께 일해 온 많은 분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서도 깊은 사죄 말씀 드리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다”


→ 이날 불출마 회견은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오늘 오전에 혼자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극히 일부 측근들과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캠프쪽 인사들은 대부분 몰랐을 것이라고 한다. 지지율 추락 상황에서도 ‘반기문 대통령’을 위해 자리를 지켜온 이들의 열정과 노고를 충분히 배려했다면 귀국 20일 만에 기습 작전 벌이듯 진퇴 발표를 했을까 싶다.


그는 회견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 후세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UN 사무총장 10년은 국가의 자신이기도 한 만큼 반 전 총장이 외교관으로 축적한 경험과 경륜을 살려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걸맞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출처=YTN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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