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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1. 2017

'연기 장인' 이병헌, 아련한 감성 필모그래피 5편

‘명품 배우’ 이병헌이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했다. 최근 ‘내부자들’ ‘마스터’에서 선보였던 강렬한 이미지를 벗고, 신작 ‘싱글라이더’에서 오로지 눈빛과 표정만으로 아련한 감정을 전달하는 1등 연기력을 선보인다. 영화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연기 장인의 귀환에 기대가 몰리는 가운데, 과거 그의 필모그래피를 찬란히 수놓았던 감성드라마를 살펴봤다.             


‣ 내 마음의 풍금(1999)  

강원도 산속 마을, 늦깎이 초등학생 17살 소녀 홍연(전도연)은 학교에 부임한 21살 총각 선생님 수하(이병헌)와 마주친 후 짝사랑에 빠진다. 매일 그의 주변을 맴돌고, 일기장에는 수줍은 사랑 고백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수하는 동료교사 은희(이미연)에게 호감을 가지고, 홍연의 바람과는 달리 두 선남선녀는 나날이 가까워진다. 과연 이들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될까?


‘내 마음의 풍금’(감독 이영재)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짝사랑의 감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내 보는 이의 가슴을 따스하게 울린다. 감정 기복이나 번거로운 사건 전개 없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 작품에서 전도연과 이병헌, 두 배우의 풋풋한 감정선이 관객을 끌어들여 1999년 당시 서울 관객 14만8494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 번지 점프를 하다(2000)

1983년 여름, 첫 눈에 반하는 일 따위는 믿지 않는 국문과 82학번 인우(이병헌)는 적극적이고 사랑스런 여자 태희(이은주)를 만난다. 자신의 우산 속에 당돌하게 뛰어든 그녀를 보고 인우의 마음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차 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영원한 이별을 하고만 두 남녀. 그리고 2000년 봄, 어엿한 가장이자 국어 교사가 된 인우 앞에 태희와 똑같은 감정을 전달하는 한 사람이 등장하는데...  


‘번지 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는 한국영화가 다뤄왔던 사랑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퀴어영화라는 오해를 샀지만, 영혼과 영혼이 소통하며 한 생을 건너뛴 인간 대 인간의 사랑을 밝힌다. 어느 사랑영화보다도 짙은 메시지에 우리 마음엔 감정씨앗이 폭 심긴다. 특히 17년의 시간이 흐르면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 감정을 가득 발산한 이병헌의 감성연기가 작품에 감동을 더한다. 독일 함부르크영화제 장편 데뷔작 경쟁부문 골든테사 필름상 수상작.              

‣ 마리 이야기

바닷가 외딴 마을.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엄마와 사는 열두 살 소년 남우.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 등대에서 신비한 빛을 내뿜는 구슬을 발견하고, 구슬 속으로 아름다운 빛이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주변이 환상의 세계로 변화한다. 이 세계에 살아가는 하얀 소녀 마리를 만나는 남우 그날부터 두 소년소녀는 아름다운 비밀을 공유한다.


‘마리 이야기’(감독 이성강)는 미지의 소녀 마리와 바닷가 소년 남우의 만남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색깔도 자극적인 원색보다 향긋한 파스텔조로 채색하여 환상적인 색의 향연을 펼쳐낸다.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어른 남우 역을 맡아 첫 성우에 도전했다. 어린 시절 마리와의 만남을 추억하는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아련한 감각을 스크린 가득 뿌린다.              

‣ 그해 여름(2006)  

모두가 동경하는 윤석영 교수(이병헌)의 첫 사랑 정인(수애)을 찾기 위해 취재길에 나선 교양프로그램 작가 수진(이세은)과 김PD(유해진). 취재가 깊어지면서 그들은 점점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1969년 여름 농활, 풋풋하고 싱그러운 젊음을 간직한 석영과 정인은 서로에게 빠져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이별을 경험하고 마는데...


‘그해 여름’은 이병헌과 수애 두 선남선녀 배우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낸다. 대학생 남자와 시골 도서관 사서 여자의 여름밤 꿈과 같은 사랑이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시간이 흘러서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의 느낌, 아릿한 상처를 다시 한 번 끄집어 냈을 때 발끝을 적시는 그리움을 스크린에 완벽히 옮겨냈다.              

‣ 싱글라이더(2017)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던 그는 어느 날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기댈 곳이 없는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공효진)의 모습을 보고 선뜻 다가가지 못한 채 돌연 자취를 감추는데... 완벽한 가정, 사라진 남편, 아무도 몰랐던 그의 충격적 진실이 밝혀진다.


이병헌이 무려 10여 년 만에 다시 한 번 감성영화의 옷을 입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의 좌절을 섬세하게 연기, 왜 그가 ‘월드 스타’로 불리는지 그 능력치를 직접 증명해냈다. 공효진 안소희 등 여배우들과의 인상적인 호흡은 물론, 호주의 이국적인 자연 풍광까지 한데 어우러져 늦 겨울을 반짝반짝 빛낼 극장가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러닝타임 1시간37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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