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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7. 2017

[인터뷰] 강혜정 “엄마로서도, 배우 로서도

또한 번 빛나는 순간이 오겠죠"

                                                                                                                                                                                                                 

배우 강혜정(35)이 2년여 만에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타블로 아내’ ‘하루 엄마’의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고, ‘배우’ 강혜정의 능력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컴백을 기다렸던 팬들에게 큰 선물을 전달한다.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 분)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 감춰진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기억추적 SF 스릴러다. 강혜정은 극 중 대호의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 역으로 출연,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2년 만의 복귀...“늘 제 영화는 불편해요”


강혜정이 극장에 작품을 내놓는 건 꼬박 2년 만이다. 2014년 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인사를 나누며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 배우’이지만 잃었던 감을 찾고 긴장을 풀어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엄청나게 긴장이 돼요.(웃음)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시고 얼마나 좋은 평가를 내려주시는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봤을 때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가가 더 걱정이었지요. 사실 지금까지 꽤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늘 제 영화는 불편해요. 괜히 더 못해 보이고, 무안하기도 하고요.”


강혜정은 극 중 대호의 친구로 루시드 드림(자각몽) 연구의 1인자인 정신과 의사 소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 동안 ‘사’자 직업과 인연이 적었던 그는 “다소 어색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화에서는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처럼 나오는데, 다 CG처리예요.(웃음) 연기할 때 까만 화면을 혼자 이리저리 누르는 게 어찌나 민망하던지. ‘사’자 직업은 처음이라 이지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려 쇼트커트를 했어요. 이미지를 위한 거였지만 머리 안 감아도 별로 티도 안 나고 편하더군요.(웃음) 그 머리로 남편 타블로씨와 화보를 찍은 적 있는데, 주위에서 GD 닮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굉장한 찬사지요. 근데 제가 더 멋있어지니까 남편이 질투를 하더라고요. 하하.”



“역할 크기보단 메시지가 중요하다”


‘루시드 드림’에서 강혜정은 극 중심에서 모든 걸 이끌고 나가는 역할은 아니다. 아들을 잃어버린 친구 대호가 루시드 드림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조력자다. 흔히 ‘주연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로서 롤의 크기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만족한다”는 대답을 전했다.


“영화에는 러닝타임이라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소현에게 조금 포커스가 오면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작품이든 캐릭터마다 쓰임이 있어요. 소현은 루시드 드림이란 생소한 표현을 잘 설명하고, 대호와 감정을 통하면서 관객 분들과 같은 시선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중심이 되려고 튀기보단 이 부분에 더 중점을 뒀죠.”


스타로서 작품에서 고고히 홀로 빛나기보다, 배우로서 작품에 녹아들길 바랐다는 강혜정은 ‘루시드 드림’에 끌렸던 이유에 대해 “깊이 있는 메시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루시드 드림’을 택한 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오락적 특성만이 아니라, 깊이 있는 메시지를 건드리는 점이었어요. 대호가 아들을 찾아 나서면서 발산하는 부성애,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마음을 건드리더라고요. 동시에 이 메시지를 자각몽, 공유몽 등 호기심 가는 소재를 활용해서 오락성도 가지고 갈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만 읽어도 감독님만의 뚜렷한 생각이 보였죠. 신인답지 않은 뚝심과 깊이가 있었어요.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달까요.(웃음)”



“하루 엄마, 내가 가진 최고의 이름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한없이 진지한 배우의 면모를 뽐내는 그였지만, 딸 하루의 근황을 묻는 질문이 시작되자 엄마미소를 띠며 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세상 어느 엄마가 딸 얘기를 싫어하나요?”라며 스스로 “저를 정확히 표현하는 수식어가 바로 ‘하루 엄마’”라고 말했다.


“하루랑 노는 게 너무 즐거워요. 주변 분들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힘들지 않았어요. 아마 애 키우는 게 힘들었다면 밖에 나가 친구도 많이 만나고, 더 많은 작품을 찍었을지도 몰라요.(웃음) 하루는 누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사랑해’ ‘I love you’ 같은 말을 자주 써주는데, 그 말을 들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껴요.”


과거 20대에 영화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 등에서 발칙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엄마’라는 타이틀을 추가한 이제는 배우로서의 욕심보다도 아이를 위한 작품에 눈길이 간다는 진심을 꺼냈다.


“배우이기 전에 엄마로서 ‘언젠가 내 아이가 커서 보게 될 작품’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입지가 변하면서 생긴 차이인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각자에게 맞는 타이밍이 있고, 빛이 발하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반짝반짝한 시간이 생애 단 한 번 일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제 위치에 맞게 꾸준히 하다보면 엄마로서도, 배우로서도 또 한 번 빛나는 순간이 오겠죠.”



“당장의 일보단 더 먼 미래를 그리는 중”


하루 엄마에서 배우로 대중 앞에선 강혜정, 팬들은 앞으로 더 자주 그녀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 ‘루시드 드림’을 시작으로 또 한 번 펼쳐질 당당한 발걸음이 향할 방향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 철학을 대답으로 남겼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다양한 걸 해봐야 한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발걸음을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배우라는 게 변수가 많은 직업이잖아요. 선택에 따라 많은 게 바뀌고. 스스로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고 있는 시기예요. 개인적인 철학일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르는 건 쉬워요. 문제는 그 다음인 거지요. 저는 지금 조금 더 먼 곳의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게 꼭 있어야만 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 같거든요.”


사진=NEW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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