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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pr 08. 2017

 '여자친구' 안경 몰카 사건,

 여성들 분노한 이유

                                                                                                                                                                                                                                                                                                  

인기 걸그룹 여자친구 팬사인회가 열린 지난달 31일, '몰래카메라 안경'을 쓰고 온 남성팬이 화제가 됐다. 해당 안경엔 초소형 카메라가 내장돼 있었다. 여자친구 예린은 "눈이 예쁘다"며 안경을 벗어줄 수 있겠냐고 물어 몰래카메라 안경을 확인했고, 끝까지 팬을 친절한 태도로 대한 후 스태프에게 이를 전달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동의없는 촬영이었다. 게다가 대기석에서도 충분히 촬영이 가능한 팬사인회였기에, 몰래카메라 안경까지 썼어야 할 이유는 군색하다. 


다수의 언론은 여자친구 안경 몰카 사건을 두고 '과도한 스타 사랑' '어긋난 팬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를 팬의 과도한 사랑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으로 보는 것이 옳을까?


이 사건에는 여자친구의 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제 일처럼 분노했다. 여성들이 위협을 느끼고 경악한 이유는 평소 자신들 또한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팬은 '여자친구를 좀더 가까이에서 찍고 싶다'는 생각에서 안경을 썼을지 모르나, 다수의 여성들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몰래카메라를 구입하고 촬영할 수 있는 현실에 오싹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1523건에서 2015년 7623건으로 급증했다. '몰카' 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1~2년간 몰카 범죄의 공론화가 진행되며 의식 개선이 제법 이뤄진 듯도 보였다. 지금껏 '몰카 찍히지 않게 조심해라'라며 피해자들에게 권유했다면, 이젠 '몰카 촬영은 범죄'라며 범죄자를 상대로 경고한다. 2015년에는 몰카 촬영물이 대거 업로드되는 음란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되고,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둑촬영은 범죄가 아닌 놀이쯤으로 여겨지며, 쉽게 특수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몰카 안경 사건은 아이돌 팬사인회 현장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경각심을 갖게 했다.


안경 몰카 사건 이후, 여성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교해진 특수장비를 가려내는 팁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만이 검색하기 어려워졌을 뿐, 휴대전화 케이스, USB, 보조배터리, 단추처럼 생긴 초소형 카메라(캠코더)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잠재적 피해자들이 알아서 조심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여자친구 예린(오른쪽)이 팬사인회에서 '몰카 안경'을 가져온 팬과 대화하고 있다.


이번 몰카 사건에 침착하게 대처한 예린이 비난받은 것 역시도 씁쓸한 현실을 보여줬다. 예린은 팬에게 끝까지 친절했음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매니저를 보며 정색했다거나 사인회 현장에서 이를 잡아냈단 이유로 '영악하다'느니 '매정하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당연히 해야할 말을 했음에도 비난받는 예린에게는 여성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실제 많은 피해자들이 구설수에 휘말리는 것이 두려워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한 인기 걸그룹에게 벌어진 일이지만, 적잖은 사람들 또한 비슷한 위협을 느꼈고 씁쓸해한 사건. 여자친구의 안경 몰카 사건이 남 일같지 않았던 이유다. 



사진=쏘스뮤직 제공, 뉴스엔, 유튜브 영상 캡처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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