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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pr 09. 2017

  [리뷰] 고통 끌어안은

   여인을 향한 위로 '로즈'

                                                                                                                                                                                                                                                                                                  

올 봄을 따스하게 빛낼 감성무비 ‘로즈’가 오는 12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나의 왼발’ 등 작품을 선보이며 일류 스토리텔러로 이름을 떨친 거장 짐 쉐리단 감독이 선보이는 6년 만의 신작이다. 그의 섬세한 터치와 더불어 명품 배우 루니 마라, 에릭 바나, 테오 제임스 등이 출연, 일찌감치 시네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로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를 찾아온 정신과 의사 그린(에릭 바나)이 그녀의 일기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써내려 온 글을 발견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스토리를 그린다.





‣ 역사가 방기한 개인을 위로하다


‘로즈’는 오프닝에서부터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노인 로즈를 조명한다. “나는 아이를 죽이지 않았어요”라는 할머니의 절절한 목소리에 응답해주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고압적 태도로 그를 억누르고 ‘정신병자’ 취급을 할 뿐이다. 50년이나 정신병원에 거주했기에 로즈가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당연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객들에게 도덕적 찝찝함을 건넨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제시된 일련의 정보를 통해 관객들은 강렬한 측은지심에 휩싸인다. 이는 꼬부랑 할머니를 바라보는 젊음의 교만한 시선일 수도, ‘노인공경’을 무시하는 병원 관계자들을 향한 원망의 시선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느 각도로 바라보아도 로즈는 불쌍하다. 이 연출로 인해 관객들은 힘겨운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일기장을 지키려는 그녀의 사연에 극히 집중하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1942년 전쟁을 피해 고향 아일랜드에 정착한 아가씨 로즈(루니 마라). 푸른 눈, 맑은 피부, 아름다운 미소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동네 최고의 인기녀가 되지만, 영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청년 마이클(잭 레이너)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며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찬연한 로맨스는 타인의 폭력에 바스라지고, 로즈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였다는 혐의까지 받게 된다.


‘로즈’는 영국-아일랜드 간 국가갈등, 2차 세계대전이라는 살육의 비극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역사의 시선이 너무 커다란 사건을 향하고 있는 탓인지 평범한 꿈을 품었던 여인 로즈의 고난을 방기한다. 그리고 무려 50년이란 시간이 지나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위로는커녕 외딴 공간에서 쓸쓸히 살아간다. 다소 과도한 방식일지라도 이는 분명 누군가에겐 현실일 터다. 짐 쉐리단 감독은 영화 속에서나마 고통 받았던 이들의 사연을 위로해주고자 시도한다.





‣ 부족한 논리를 채우는 연기의 힘


‘로즈’는 심도 깊은 메시지를 담으려 시도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다소 아쉽다. 로즈의 사연에 극히 집중하기 위함일 테지만 사연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너무도 악하게 그려버린 모습은 인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캐릭터의 아픔을 논리적으로 차곡차곡 설득시키지 못하고 감정적으로만 호소하는 멜로드라마적 구성이 ‘역사의 불합리’를 논하는 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드라마에 집중시키는 능력은 탁월하다. 짐 쉐리단이라는 걸출한 스토리텔러의 힘과 50년의 간극을 채우는 루니 마라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칸의 여왕’ 두 배우의 능력치는 스크린 가운데로 관객을 빠뜨린다. 얼굴에 가득 핀 주름살과 하얗게 물든 머리칼은 제외하고, 두 배우는 비슷한 연기톤은 물론 깊은 눈빛을 공유하며 정말로 한 인물처럼 연기해내며 놀라움을 자아낸다. 그들의 연기만으로도 '로즈'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러닝타임 1시간48분. 15세 관람가. 12일 개봉.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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