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Apr 13. 2017

 [인터뷰] '긍정맨' 옥택연

 "군입대 아쉬움 반, 기대 반"

                                                                                                                                                                                                                                                                                                  

'옥빙구' '이빨 부자' 등 재밌는 수식어가 절로 따라붙는 배우 옥택연(29)은 역시 긍정의 사나이였다.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 위의 집'(감독 임대웅) 개봉 하루 전날인 4일, 삼청동 부근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스크린 속 사뭇 진지하던 최신부 캐릭터는 사라지고, 인터뷰 내내 장난과 진지함을 오가며 흥부자 면모를 드러냈다. 





영화는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죄목으로 2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미희(김윤진)가 살인 현장이 된 집에 돌아와 영적인 존재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찍은 '싸우자 귀신아'도 그렇고, 유독 무서운 작품을 고른다고들 많이 하세요. 사실 저는 공포물을 잘 못 보거든요. 근데 '시간 위의 집'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앞부분에서는 분위기가 좀 몰아치는 감이 있고 스릴러 느낌이 많이 나지만 뒤로 갈수록 모성애가 부각되거든요. 미희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를 중점으로, 모성이라는 테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저 미스터리를 추리해 나가기만 하는 작품은 아니에요."


일상의 공간을 파고드는 긴장감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타임슬립 영역까지 뻗어 나간다. 미희의 집에서 일어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실마리가 되는 요소로, 극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린다. 평소 타임슬립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던 게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다.


"큰 주제 중 하나인 타임슬립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보통 타임슬립 영화들은 설정 오류라는 게 많이 일어나게 돼있거든요. 몇 가지 허술한 점이 티가 나게 되고, 그런 설정 오류가 보이면 몰입감이 떨어지죠. 제가 타임슬립 영화를 볼 때 그런 것만 집요하게 찾아보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대본을 읽으면서 전혀 못 찾았어요. 그만큼 몰입이 뛰어난 영화라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사제복을 입은 모습이 꽤나 준수해 여성 관객들이라면 눈 호강할 듯하다. 옥택연은 미희를 유일하게 믿어주는 최신부를 연기하며 진중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냈다. 신부인 그는 살인자로 낙인찍힌 미희에게 수차례 고해성사를 권유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25년 전의 '그날'을 추적하다 아무도 몰랐던 진실과 맞닥뜨린다.


"최신부는 이 영화의 정보를 전달하고, 과거 미희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하게 하는 인물이에요.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임무가 주어졌는데, 만약 그 역할에만 치중했다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을 거예요. 관객들은 미희를 믿어주는 최신부를 보며 '왜 혼자만 믿냐'고 질문하실 수도 있을 테죠. 하지만 최신부가 마지막에 반전을 선사하고 결국 관객들을 납득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이라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 보는 중간에 나가면 안 되는 거예요(웃음)"


한국과 미국, 양국을 오가며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월드스타' 김윤진과의 호흡은 모든 배우들의 꿈이 아닐까. '시간 위의 집' 자체에 대한 관심도 컸지만 '주연 배우 김윤진'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배울 점이 많은 선배와의 호흡은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그동안 윤진 선배께서 해오신 영화를 보면 항상 잘 짜여져 있었기에 더욱 믿음이 갔어요. 선배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연기 스타일이 이번 영화에서도 돋보인 것 같고요. 선배는 영화 전체의 큰 그림을 잘 그려내서 메시지 전달을 확실하게 해주세요. 커피 좀 달랬는데 물을 준다든지, 이런 포인트까지 잡아내면서 자칫하면 무거워지기만 할 법한 영화를 살려내시더라구요. 연기를 하실 때 여러 가지 디테일까지 다 생각하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앞서 김윤진은 싱글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연하남과의 멜로 연기를 꿈꾼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 상대역으로 옥택연은 "절대 안 된다"며 극구 사양한 바 있다. 이 말을 전하자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다. 그러더니 연예인은 스타니까, 가까이서 보면 눈이 멀어 버리므로 멀리서 봐야 한단다. 김윤진과는 가까이 있다 보니 자신을 속속들이 드러낸 탓에 그런 말을 하신 것 같다며 슬며시 웃음을 흘린다. 





2008년 아이돌 그룹 2PM으로 데뷔,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무렵 2010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첫 연기 도전을 했다. 이후 '드림하이' '참 좋은 시절' '싸우자 귀신아' 등 여러 작품을 하며 배우활동을 병행했다. 그 결과, 연기의 맛은 맵고 달고 여러 맛이 혼재돼 있음을 깨달았다. 초기 '발 연기' 논란은 쓴 맛이었다. 


"'신데렐라 언니' 땐 제게 결정권이 없었어요. 하라면 해야 했죠. 사실 되게 무서웠거든요, 연기가. 그 당시에는 아이돌이 연기한다고 하면 굉장히 부정적인 시선이 날아 들었어요. 내가 스타트를 제대로 끊지 못하면 다른 멤버들의 연기 진출에도 피해가 가겠구나 싶었죠. 하지만 연기라는 게 온전히 내 몫이니까 책임감이 커지는 동시에 욕심이 나더라구요. 촬영 당시 문근영 누나가 해준 조언 덕에 연기가 더욱 하고 싶어졌어요."


주로 로맨스나 청춘물에서 활약하던 옥택연의 필모그래피에 '시간 위의 집'은 색다른 점을 찍어줬다. 연기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목표를 위한 새로운 도약이다.


"가장 큰 목표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거예요. 사실 드라마에선 많이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기 힘들잖아요. 반면 영화는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캐릭터도 더 다양하고요. 되도록 영화를 통해 여러 장르를 시도해보는 게 목표예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만화 '라이언킹'의 스카 같은 캐릭터요. 이유 없이 완전히 나쁜, 밑도 끝도 없이 나쁜 캐릭터."





돌이켜 보면 20대를 정신없이 달려왔다. 중반부터는 조금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예전엔 소속사에서 스케줄을 잡아주면 닥치는 대로 했지만, 이젠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


"제가 대본을 먼저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해도 되냐고 여쭤보기도 해요. 책임감이 커졌지만 동시에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선택권이 주는 여유라는 게 참 좋은 것 같네요. 사실 요맘때 보다 더 여유를 가진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곧 군대를 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나중에 내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싶다'는 포부로 현역 입대를 위해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허리 수술을 감행했다.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군대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두고 가는 것들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오래 기다려온 만큼 기대감이 피어나기도 한다.


"시간이란 게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거고, 미뤄온 만큼 아쉬움도 큰 것 같고. 이제 와서 '빨리 갔다 올걸'이란 생각도 들긴 해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해야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도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21개월이라는 시간을 가수나 배우가 아닌 전혀 다른 입장에서, 모두가 똑같아지는 환경에 가본다는 게 힘들고 괴롭기도 하겠지만 제 삶을 리프레시하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사진 :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어느날' 천우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