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Jul 02. 2017

같은 듯 다른 '동주'와 '박열'...

생각거리 안기는 차이점 3



이준익 감독의 신작 ‘박열’이 유수의 경쟁작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심도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건 물론, 영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아 시네필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박열’은 일제에 저항한 청년의 스토리를 다루는 점부터 요즘 청년들에게도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는 점까지 이준익 감독이 지난해 선보였던 영화 ‘동주’와 비슷한 궤를 걷는다. 하지만 두 작품은 같은 듯 다른 향기를 풍기며 관객들에게 여러 생각거리를 안긴다. 




‣ ‘개새끼’와 ‘참회록’...각기 다른 곳을 향하는 시 

‘박열’과 ‘동주’는 모두 시(詩)로써 자신의 생각을 적확히 표현한다. 시인이라는 점은 같지만 주인공 박열(이제훈)과 동주(강하늘)의 시선 방향은 조금 다르다. 

박열은 시를 통해 혁명적이고 행동을 촉구한다. 이는 ‘개새끼’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라는 강렬한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청년 박열은 스스로 개새끼를 자처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높은 양반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길 촉구한다. 이는 ‘아나키스트’이자 평등주의자인 그의 신념과 공상보단 행동을 중시하는 박열의 가치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반면 윤동주 시는 다분히 내면을 향한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길래 이다지도 욕될까’(참회록),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흰 그림자) 등 윤동주의 자작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시는 개인적 고뇌를 담고 있다. 

두 주인공은 모두 세상을 변화 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을 내면에서 찾은 동주와 구조를 흔들고자한 박열은 다르다. 어쩌면 ‘동주’가 이준익 감독이 스스로 예술가의 고뇌를 담은 것이라면, ‘박열’은 감독 또한 부조리한 사회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관객들에게 던지는 물음인지도 모른다. 




‣ 영화 속 내레이션,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 

‘박열’과 ‘동주’ 두 작품은 모두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 음성을 전한다. 영화 스스로 강조하고 싶은 지점을 콕 집어 전달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동주’의 내레이션이 주인공 동주의 음성이었던 것과 달리, ‘박열’에선 박열의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목소리다. 

‘동주’는 앞서 밝혔듯 어지러운 사회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곧추 세우기 위한 시인의 노력을 포착한다. 그렇기에 동주가 나지막이 읊는 시구는 그 애절함을 배가한다. 투쟁과 꿈, 그 사이에서 ‘나’를 찾는 시인은 시로써 진심을 빛낸다. 

그렇기에 박열이 아닌 후미코의 음성으로 극을 이끄는 ‘박열’은 다소 독특하다. 이런 경우엔 관찰자적 인물이 회고하는 형식이 일반적인데, 후미코는 제3자가 아닌 사건의 당사자다. 이로써 신분의 고저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박열의 메시지가 더욱 빛이 난다. 가장 기본적인 계급이라고 여겨지는 남-녀의 우위를 없애고, 독립운동에서 배제돼 왔던 여성 운동가의 시선, 그것도 일본인 여성의 시선으로 당시를 바라보면서 완고한 상하구조를 타파한다. 하나의 목표를 가진 이들 사이에선 성별도, 계급도, 국적도 의미 없이 평등한 것으로 격상된다. 




‣ 부끄러움과 당당함, 우리는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가 

‘박열’과 ‘동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의 태도다. 어떤 상황이 와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박열과 스스로 부끄러움을 탐구했던 동주의 모습은 2017년 청년들에게도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물론, 어느 태도가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이준익 감독이 두 작품을 연작처럼 내놓은 건 가치판단을 바란다기 보단, 두 인물 모두 현재에 전하는 메시지가 큰 까닭일 것이다. 

어쩌면 동주의 자기반성, 그리고 박열의 결단력은 근 1년 간 급작스런 사회변화를 겪은 현재의 관객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수십 년 전의 ‘어린 어른’ 동주와 박열에게 지금의 우리는 또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이는 각자 다를 터지만, 지금 시대에 이 둘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스파이더맨: 홈커밍' 입국 현장 공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