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들'
전 세계 50여 개국에 지사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 음반사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뮤직)에서 빛나는 신예를 발굴했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소니뮤직과 노래 반주서비스 업체 달콤파티가 공동으로 주최한 신인 뮤지션 발굴 오디션 '서칭 포 유'의 우승자가 된 싱어송라이터, 이한들(23)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일 서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신인 특유의 풋풋함이 물씬 느껴지는 그를 만났다. 우승의 명예를 안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흥분보다 담담함을 먼저 전하고,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기대가 들게 했다.
'서칭 포 유'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7인을 뽑은 후 파이널 무대에서 우승자를 가렸다. 이한들은 "우승하고 나서도 다른 게 없었다. 낮에는 아는 형님 식당 일 도와드리고, 끝나면 음악 작업을 했다"고 우승 후의 평범한 일상을 전했다.
"원래 소속한 곳이 있었는데 거길 나오고 나서 혼자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콘텐츠를 만들려고 동영상 같은 것도 찍으면서 준비하다가 소니뮤직에서 오디션을 개최한다길래 접수했다. 1차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덤덤했다. '아, 돼버렸구나' 그게 다였다. 2차 발표는 연락을 놓칠 뻔했다. 내가 원래 문자를 잘 안 본다. 이틀이나 지나서 확인했으니까, 큰일 날 뻔 한 거다.(웃음)"
무슨 일이든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덤덤한 편이다. 무대 체질인 이한들은 최종 심사 때도 많이 긴장하진 않았다. 갑작스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무대를 완성해 내는 그는 '능숙한 신인'이 될 것이었다.
"지정곡과 자유곡을 불러야 했다. 지정곡은 원래 에디 슐레이먼의 노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심사 6일 전에 갑자기 MR 문제로 그 노래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 급하게 존 레전드의 'All of Me'로 노래를 바꿔야 했다. 자유곡을 부를 때도 문제가 생겼다. 리허설 때 음량을 맞춰 놨는데 본 무대에서 소리가 너무 작은 거다. 라이브 하는 도중에 세 번이나 소리를 키워달라고 손짓으로 요청해야 했다. 무대 마치고 내려오는데 '이거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이한들이 자유곡으로 선택한 곡은 자작곡 '음 음 음(Um Um Um)'이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노래로,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노래가 예언이 됐던 걸까. 우승자로 자신의 이름이 불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지우국제학교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처음 접했던 그 순간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7년 만의 쾌거였다.
"친한 형이 하던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었다. 보니까 그 형이 밴드 곡을 자기가 만들더라. 그래서 나도 통기타를 배우면서 작곡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원래는 대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서 대학교는 접었다. 당시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 자기가 있는 소속사에서 같이 음악을 하자고 하셨다. 그걸 계기로 그 소속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5년 정도 보냈다. 중간에 군대도 다녀왔고."
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피아노를 다루고 작곡 능력까지 갖췄다. 그가 지금까지 완성한 곡만 무려 100여 곡에 달한다. 기타를 잡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게 된다는 이한들은 "3집까진 끄떡없다"며 근거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다양한 공연 경험까지. 우승이 수긍 가는 이유다.
"공연은 홍대 라이브 홀 같은 데서 많이 했다. 메인은 아니고 게스트로 두세 곡 정도씩 부르곤 했다. 성북동에 '8 Stpes'라는 레스토랑에서 한 적도 있다. 식당이니까 당연히 음악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 다들 먹으러 온 손님이었다. 심지어 뷔페였다. 노래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먹던 걸 멈추고 내 노래를 듣고 있더라. 그때 처음으로 무대에 쾌감을 느꼈다. 음악 하는 게 참 좋구나 싶었고 뿌듯했다."
조용한 성격으로 보였는데 의외로 북적북적한 걸 좋아한단다. 그는 무려 7남매의 셋째다. 위로 형과 누나가 있고 밑으로는 넷째 남동생과 다섯째 여섯째 일란성 쌍둥이 여동생 둘, 막내 아홉 살 남자애가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7남매라니, 깜짝 놀라서 되묻자 "사람 사는 거 같고 좋다"며 소탈하게 웃어 보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한텐 좋은 아들, 동생한텐 좋은 오빠, 형. 형과 누나한테는 좋은 동생. 어디에 있든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성실하지 않은 성격이라 노력을 많이 한다."
노력하는 것 자체가 성실한 성격인 것 아니냐고 하자 고맙다고 할 뿐이다. 이한들이 좋은 사람인지는 한 번의 만남으론 알 수 없지만, 가수로서는 준비된 사람이었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감동을 주고 싶거나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수를 시작하진 않았다. 그냥 노래하는 게 좋았고, 이걸 안 하고는 못 살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였으니까. 지금은 내 음악이 사는 게 도움이 되는 음악이 되길 바랄 뿐이다. 슬플 때는 위로가, 기쁠 땐 축하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