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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ug 16. 2017

[리뷰] 냉혹하지만 뜨거운 충돌

 '브이아이피'



'신세계' 박훈정 감독이 냉혹하지만 뜨거운 충돌의 세계를 스크린에 구축했다. 그간 범죄조직, 검경찰 등 남성들의 권력 세계를 탐구해온 감독은 '브이아이피'에선 좀 더 스케일을 확장, 분단으로 비롯된 세 나라의 암투에 시선을 맞췄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이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이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반드시 잡으려는 형사 채이도(김명민), 복수하려는 북한 보안성 리대범(박희순)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축으로 흘러간다. 


박재혁은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윗선의 지시를 따르는 인물이다. 채이도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집념의 소유자다. 두 인물 모두 눈앞에 실재하는 악을 국가도 법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낀다. 하지만 각자 대변하는 기관이 다른 만큼 긴장 넘치는 적대적 관계를 그려내는 점이 흥미롭다.              





'신세계'에서 강과장과 정청 등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상했던 박훈정 감독의 예리한 감각은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박재혁을 맡은 장동건은 끝까지 냉정한 무게감을 끌고가며, 채이도 역 김명민은 감정을 여과없이 분출하지만 허를 찌르는 위트를 꺼내 놓는다. 충무로 40대 간판주자인 두 배우는 상반된 매력으로 감상의 재미를 배가한다. 


여기에 이북에서부터 김광일을 좇아 남한으로 건너온 공작원 리대범 역의 박희순은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그다운 존재감을 가동한다. 할리우드 배우 피터 스토메어는 CIA 요원 폴로 분해 대표작 '콘스탄틴'에 버금가는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국가도 법도 통제할 수 없는 '금수저' 귀순자 김광일 캐릭터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생존 당시의 북한 내 정치 상황을 녹여 탄생시켰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납치한 여성의 목을 낚싯줄로 졸라 죽이는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등장한 살인마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다.


김광일은 자신을 잡아가기 위해 언제나 국가기관 인물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상대를 꿰뚫는 눈으로 조소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냉철함을 유지하는 인물은 아니다. 채이도가 패배의식을 건드렸을 때 광분하는 모습은 다분히 복합적인 캐릭터임을 드러낸다.              





'만찢남'으로 불려온 이종석은 활발히 활동 중인 20대 배우들 답지 않게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자칫 어색할 법한 북한 사투리마저 실감나게 소화하는 등 살인마다운 냉기를 온몸에 입혀낸다.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는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러닝타임 128분, 청소년 관람불가, 8월24일 개봉.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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