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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Sep 02. 2017

‘효리네 민박’이 여행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셋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이 폐장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방영 전부터 화제를 뿌렸던 이 프로그램은 회마다 색다른 감흥을 전달하며 지친 여행객들이 잠시나마 편하게 쉴 수 있는 민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흥부자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에 귀 기울였다.




부부...대화하기, 즐거운 일 공유하기


3일 방송편에서 손님들이 모두 외출한 뒤 차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지던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추억 토크를 시작했다. 과거의 향수에 젖은 이상순은 본인이 좋아했던 추억의 노래를 선곡해 이효리에게 들려줬고, 이효리 역시 자신이 즐겨 들었던 노래를 소개했다.


흥이 오른 이효리는 과거 클럽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시절을 회상했다. 느린 음악에도 느낌 있게 춤추는 사람이 본인이었다고 밝힌 이효리는 당시 추던 춤을 재연했고, 이상순 역시 이에 동참해 리듬을 타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부부의 흥겨운 시간은 청소시간까지 이어졌다. 청소 시작과 함께 핑클의 ‘루비’를 선곡한 이효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원조 요정’의 매력을 소환했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이상순 역시 롤러코스터의 ‘내게로 와’를 선곡했다.


 이 부부는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재미있는 걸 대부분 같이 한다. 방송에서 이효리는 이상순에게 “오빠랑 대화하는 게 제일 재밌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평소 재밌는 건 회사사람들과 하고 집에서 반려자와는 이사, 육아와 자녀교육, 집안 대소사 결정 등 힘든 일만 함께하느라 싸우기 일쑤인 현실의 부부와 다른 모습이다. 예능프로에서 이효리는 “우리 둘이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다니질 않아서 그런다”고 자가 진단했지만 꼭 그래서만은 아닐 것이다. 청소, 요리, 음악, 장보기, 산책, 반려동물 돌보기, 차 마시기, 여행처럼 취미나 일상의 재미나는 일들을 함께해야 대화가 풍부해지고 공유할 게 많아진다.



 선후배...눈 맞추기, 설교하지 않기


새로운 손님을 맞이한 후 휴식을 취하던 이효리는 평소 즐겨 찾는 오름을 아이유에게 소개해주고자 함께 산책에 나선다. 오름에 도착한 이효리는 이곳이 정규 6집 수록곡인 ‘Seoul(서울)’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장소라고 소개하고, 아이유는 눈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비현실적인 곳’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던 이효리는 ‘Seoul’의 안무를 보여주며 즉흥 춤을 췄고, 아이유는 “자유로워 보인다”며 춤과 노을을 감상했다. 이효리는 오름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유를 사진으로 담으며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효리와 아이유는 가요계 선후배이자 ‘효리네 민박’ 안에서는 사장과 직원 관계다. 나이로 치면 띠동갑을 훌쩍 넘긴 14살 차이다. 직장이나 학교, 일상에서 먼저 태어나고 많은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무시로 나보다 나이(혹은 직급) 어린 사람을 향한 설교, 지적질이 이어진다. ‘잘 되라는 조언’이란 명분을 갖다 붙인다. 맨스플레인은 ‘남성 꼰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효리가 몇 차례 흘러가듯 “(아이유는) 참 나랑 틀려”라고 무심결에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다름을 핀잔하거나 질책하기보다 금방 인정해버린다. 취향에 대한 존중이다. 대신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아이유 역시 순간순간 꽂히는 선배의 시선에 무덤덤하게 미소 한번 지어보이고 취향껏 직진한다. 소통의 순간엔 내숭 떨지 않은 채 교감한다. 




현지인과 관광객...체험 훔치지 않기


‘효리네 민박’을 통해 대중은 톱스타 이효리 커플이 제주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확인했다. 이효리 스스로 “똥 싸는 것 빼곤 다 보여줬다”는 말처럼 애월읍 소길리에 둥지를 튼 이 부부의 각별한 삶에 맘껏 웃고 공감하며 그동안 쌓였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은 관광객들이 이효리네 집을 관광스팟처럼 여기며 밀려드는 통에 지난달 이상순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곳은 우리가 편히 쉬어야할 공간임에도 집에 찾아와 담장 안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맘 편히 쉬지도, 마당에서 강아지들과 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끊임없이 들어오는 차들과 사람들 때문에 이웃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발, 더 이상의 사생활 침해는 하지 말아주길 부탁드립니다. 우리부부, 집에서만은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호소했다.


 과거의 관광패턴과 달리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처럼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의 집 안으로 불쑥 들어가 인증샷을 찍으려드는 행태를 벌이곤 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체험을 훔치는 일이다. 그곳에서 살아왔던 사람들이 오랜 시간과 경험에서 만들어온 것들을 한 번에 훔치려드는 행위라, 유럽에선 ‘반관광객 시위’가 일어나기까지 하는 중이다. 현지인을 존중하는 것,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존중이 여행자들에게 중요한 윤리임을 ‘효리네 민박’은 또 다른 측면에서 웅변한다. 


사진= JTBC ‘효리네 민박’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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