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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Sep 14. 2017

[인터뷰] '구세주' 최성국,

스크린에 돌아온 코미디장인



대한민국 코미디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최성국(47)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2000년대 ‘색즉시공’ ‘낭만자객’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등에서 ‘최성국표 코미디’로 관객들의 배꼽을 뺐던 웃음장인 최성국이 자신의 시그니처인 ‘구세주’ 시리즈의 신작 ‘구세주: 리턴즈’(감독 송창용)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은 초가을, 삼청동 카페에서 최성국과 마주했다. “‘구세주’는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조심스레 고백한 그는 30대 초반에 처음 만났던 ‘구세주’를 4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운 듯 보였다.


“솔직히 ‘구세주’라는 제목으로 다시 관객 분들 앞에 설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요. ‘구세주 2’(2009)가 잘 안됐잖아요. 막을 내리는 날에 배우들, 스태프들과 소주 한 잔하면서 ‘나 이제 이 친구 떠나보낸다’ 하면서(웃음) 멋지게 안녕한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거의 10년 가까이 돼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요. 최근에 ‘옛날 소개팅할 때 구세주 1편 봤는데, 지금 그 여자가 옆방에서 애랑 자고 있다’는 댓글을 봤어요. 나름 역사가 있는 작품이 됐네요.(웃음)”
 

대중들에게 ‘최성국’이라는 브랜드는 코미디와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다. 특유의 능청스런 표정은 한때 인터넷 ‘짤방’으로도 널리 쓰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구세주’는 정말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제게 ‘구세주’는 정말 각별한 의미가 있어요. 코미디배우로서 ‘구세주’는 제 목표에 도달하는 영화였어요. 첫 단독주연 로맨틱코미디였기에 대사, 소품, 의상 하나까지 다 신경을 쓰고 몰두했던 기억이 있어요. 물론 비평적으로는 욕 많이 먹었죠.(웃음) 근데 관객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저도 참 많이 아끼는 친구가 됐어요.”


             



이처럼 ‘구세주’ 시리즈를 아끼는 최성국이기에 과거에 시리즈를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주축이 된 이번 작품도 망설이지 않고 참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구세주: 리턴즈’ 원안은 시리즈와 관련이 없는 감동 드라마였다는 의외의 사실도 공개했다.


“사실 처음에는 코미디가 아니라 고시원에 모여 사는 을(乙)들이 성장해가는 드라마 장르였어요. 제목도 ‘구세주’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누군가가 ‘구세주 사람들 다 모였는데 코미디로 풀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어요. 너무 반가웠어요. 아주 오랜 친구를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요.(웃음) 그러면서 서사 중간중간에 코믹요소를 집어넣기 시작했지요.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최성국은 데뷔했을 당시 젠틀한 외모를 앞세운 멜로 배우였다.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진 지금 배우로서 더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하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다소 어려운 질문에 파안대소하며 “아쉽다”고 대답하면서도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솔직히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면 할 연기가 많아지죠. 저는 굉장히 한정적이긴 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코미디가 너무 좋아요. 멜로 연기를 하면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촬영 현장이 굉장히 예민하고 무거워요. 반면 코미디 현장을 가면 ‘어떻게 웃길까’를 이야기하며 왁자지껄하죠. 어느 순간 이 매력에 푹 빠졌어요. ‘내가 여든 살까지 코미디 연기를 한다면 평생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계속 웃으면서 산다는 것, 참 멋진 삶이잖아요.”             





최성국은 2000년대 코미디영화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가 인기를 잃고 블록버스터에 그 자리를 내주면서 그도 꽤 오랜 시간 영화에서, TV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중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다국적 스타’로 거듭났지만, 한국 팬들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저희 어머니 아버지께서 많이 아쉬워 하시더라고요. 동네 어르신들도 ‘아들 어디갔냐’고 계속 물어보신다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한국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SBS 예능 ‘불타는 청춘’에 나간 거예요. 그런데 동네에서 난리가 났어요. 어르신들은 제가 영화 100개 찍어도 모르는데, ‘불타는 청춘’은 다 아세요. 그래서 1년9개월 째 쭉 해오고 있어요. 제가 한 가지 방송을 이렇게 오래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불타는 청춘’은 최근 김국진-강수지의 열애와 이연수-정유석의 묘한 애정기류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 40대 청춘인 최성국에게도 이런 핑크빛 분위기가 없는지 물었다.


“시청자분들이 오해하고 계시는데, ‘불청’은 커플매칭 프로그램이 아니에요.(웃음) PD도 ‘아니 우리 수건돌리기하고, 3.6.9 게임하는데 왜 눈이 맞지?’라면서 의아해해요. 우리 원래 우정여행이라고 꼭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결혼 생각은 늘 해요. 특히 ‘구세주: 리턴즈’ 찍으면서 제 딸로 나왔던 아역배우와 대화를 하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딸바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웃음)” 


            



스크린 밖에서 만난 최성국은 실제로도 유쾌한 영화 속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돌아온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정말 무책임하게 살아요.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일이 잘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몇 년을 살아왔어요. 지금은 ‘구세주: 리턴즈’를 보는 관객분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해요. 투자자 분들은 싫어하시겠지만, 솔직히 관객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1000명, 100명만 봐도 돼요. 다만 관객들이 재밌게 보시고 ‘이 친구 여전하네’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생각 없이 오랜만에 ‘최성국표 코미디’에 빠져보셨으면 해요. 저는 그러기 위해 연기하는 것 같아요.”  


사진=헤이데이윅스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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