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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Oct 07. 2017

[인터뷰] '범죄도시' 윤계상,

잔악무도하게 흥행을 노리다



2001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을 시작으로 배우 타이틀을 달게 된 지 17년이다. 스크린에서는 2004년 '발레교습소'로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수십 여 개의 작품을 했지만 이렇다 할 빅 히트를 치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윤계상(39)의 최신작 '범죄도시'의 언론 시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제일 크게 흥행한 게 관객수 112만의 '6년째 연애중'이었다는 그에게 최고 기록을 다시 세우는 날이 올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범죄도시'가 청소년관람불가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이런 반응도 처음이다. 당연히 잘될 것 같다고들 하셔서 기분이 이상하다. 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 200만이다. 200만도 나에겐 최고 흥행작이다. 흥행이 되면 죽도록 술을 마시겠다. 지금은 몸을 사리고 있다. 자중하고 자제하려고 한다."


3일 개봉한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린다. '왕건이파' 혹은 '흑사파' 사건으로 불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윤계상은 영화에서 신흥범죄조직의 보스 장첸으로 분해 극악무도한 악인의 면모를 선보인다.


"찌질하거나 젠틀하거나 하는,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비슷한 부분을 하나도 쓰지 않았다. 내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도전이었다.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악역을 했다. '풍산개'도 있었고. 감독님이 '풍산개'에서의 눈빛을 원하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장첸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시각적 요소부터 변신을 줬다. 헤어스타일을 장발로 한 것도 윤계상의 아이디어였다.


"파격적인 비주얼로 충격을 한 번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좀 감추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장첸이 등장했다면 맛이 안 살았을 거다. 머리 묶는 거 연습을 많이 했다. '똥머리'라고 하나? 생각보다 어렵더라. 분장을 하고 아침 8시에 편의점에 간 적이 있는데, 편의점 직원분이 저를 끝까지 안 쳐다보시더라. 아마 무서워서 그러셨던 것 같다."


그가 준비한 건 비주얼만이 아니었다. 걸음걸이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매만졌다. 조선족의 말투를 익히기 위해 연변 출신인 언어 코디네이터와 두 달 동안 함께 지내기도 했다.


"23살인데 너무 고맙다. 그 친구도 젊으니까 나가 놀고 싶었을 거 아닌가. 내 콘서트 지방 투어까지 데리고 갔다. 원래 그 말투가 톤이 굉장히 높다. 근데 그게 장첸스럽지 않고 너무 연기 같아서 감독님이 좀 부드럽게 하자고 하셨다. 표준어와 약간 섞어서 뉘앙스만 가지고 왔다."           


  



윤계상은 장첸이라는 캐릭터를 영화가 이제 막 윤곽을 잡기 시작한 11월부터 준비했다. 평소 꼼꼼히 준비하기로 알려진 윤계상은 시간이 넉넉한 덕에 더욱 많이 준비했다고 전했다. 특히 장첸의 오른팔과 왼팔을 맡은 배우 진선규, 김성규와는 한 팀을 이뤄 스터디를 꾸리기도 했다.


"한 장면 당 4가지 버전을 만들었다. 그 4가지 버전이 다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세 명이서 촬영 전까지 신을 분석하고 사투리 연기도 계속 연습했다. 현장에서도 리허설을 충분히 했다. 그런 것들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연기한 후 피해자를 연기한 사람의 표정이 남아 힘들었다는 그는 장첸을 괴물이라고 칭했다. 한편 스스로에 대해서는 '찌질하고 내성적'이라고 고백하며 웃었다.


"낯가림이 엄청 심하다. 그게 싫어서 집 밖을 안 나간다. 사람들 만날 때의 모습은 다 노력이다. 그런데 데미지가 쌓인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내려놓게 됐다. 지금은 편안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애쓰지 않는다. 옛날엔 좋은 사람인 척하려고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냥 말 없는 남자다.(웃음)"    


         



여러 기자와 평론가들에게 흥행을 기대한다는 평을 들은 윤계상은 들뜬 기분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나 '남한산성' 등 대작들과 개봉 시기가 맞물린 탓이다.


"연기는 열심히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보진 못했다. '풍산개'도 난 진짜 최선을 다했다. '비스티 보이즈' 승우도 내가 한 것 중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처럼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거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어서, 좋은 파트너와 좋은 시나리오, 좋은 제작사 이렇게 만나면 넘어서게 되는 것 같다. 관객수가 200만이 넘으면 장첸 가발을 쓰고 100명에게 커피를 선물하기로 했는데, 가발을 제발 쓰고 싶다." 


사진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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