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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12. 2017

‘그것이 알고 싶다’

자원외교·사기·청부살인...자카르타 한인 연쇄 추락사 진실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한인 연쇄 추락사의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지난해 11월20일 자카르타 중심가에 위치한 고급아파트의 29층 펜트하우스에서 한국계 호주 시민권자인 허모씨가 투신 사망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무역 중계업을 하고 있던 허모 대표였다. 펜트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던 송모 이사가 그의 투신을 가장 먼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대표는 당시 현지 업체에 172억을 빚져 고소를 당했던 상황이다. 허대표는 구속될지 모르는 경찰 조사를 앞두고 지인을 통해 한대의 노트북과 두대의 휴대전화를 동생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물건들을 보내고 사망한 것을 비롯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던 중 자살했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허 대표의 동생 재호씨를 통해 형의 노트북과 핸드폰을 애타게 찾았던 송이사는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고, 허 대표가 숨진 뒤 5일째에 자카르타 경기장 4층에서 투신한 사체로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자살로 처리했다.


하지만 송이사의 현지 지인은 "현지 석탄업체 L사가 송이사가 일했던 회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빚독촉을 당했던 것 같다. 감금 및 협박이 있었다고 들었다. 현지 직원들은 송이사가 숨지기 직전까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L사 관계자는 "돈 받을 사람이 그 사람을 왜 죽이겠냐. 그 사람들이 살아있어야 해결을 하는데"라며 "허대표 유서 보면 단서 나오지 않냐. 그 유서 안 믿는거냐"고 말했다. 허 대표의 유서와 노트북에는 이모씨가 등장한다. 이씨는 한국석탄 공급업체의 최대 주주이며 허대표 회사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 허대표는 숨지기 전 회사 빚의 책임이 이씨에게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노트북에 남겼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연락에 이씨는 "자기가 죽을 짓 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을 배신하고 자기들끼리 돈에 얽혀서 광산 팔아먹으려다가 죽은 거다"고 주장했다. 외국인들의 광산을 소유할 수 없는 인도네시아 법 때문에 서류상 지분은 현지 직원들이 나눠 가지고 있었고, 이씨는 "광산을 먹기 위한 명의자들이 허대표를 죽인 거다"고 말했다.


허대표의 현지 사업파트너 부디만은 "허대표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300만 달러였다. 그런데 그가 1년 간 실제로 지급한 금액은 300만 달러뿐이었다"며 "한국에 모든 돈이 있었다. 자금압박에 허대표가 이씨에게 연락을 하면 이씨는 늘 '나중에'라고 했다. 그들은 죄지은 것이 없다. 허대표와 송이사는 단지 메신저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나는 가장 큰 피해자다. 허대표가 돈 필요하고 투자해 달라고 하면 내가 상장사 대주주였기 때문에 허대표 믿고 투자해준 거"라고 말한 이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 직원은 "2015년, 2016년에 자금을 300억 넘게 투자 받아서 그 돈을 다 외국으로 보냈다"고 증언했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300억원을 보냈다는 것. 그러나 인도네시아에 있던 허대표는 늘 경영난에 시달렸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고가의 외제차를 바꿔타며 매일 명품 쇼핑을 하던 여자 회장님과, 자신을 사촌동생이라 소개하며 늘 붙어 다녔다는 이씨의 관계에 주목했다. 두 사람은 10년 전 부산에서 각각 카페 여사장, 어머니의 설렁탕집 일을 돕다가 서울로 올라갔다. 허대표 역시 2007년 호주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뒤 PC방을 운영하다 사기를 당했고 그때 이씨가 친근하게 접근해왔다. 그러다 이씨의 권유로 석탄무역 사업을 시작하게 된 두 사람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는데 회사의 주인은 이씨와 회장님이었다.             





제보자는 이 모든 일의 기획자는 처음부터 이씨였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폰지게임. 여기서 돈 빌려다가 이 사람한테 빌리면서 내가 이거 보장해줄게, 또 이 사람한테 빌려서 이거 주고. 돌려막기 하는 거다. 이게 2000년된 사기방법이다"고 말했다.


이전에 석탄 무역 실적이 없던 회사가 어떻게 한국전력 자회사와 고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을까. 이들 뒤에는 은밀한 조력자가 있었다. 허대표의 역송금 거래 내역에는 수상한 이름이 적혀있다. 허대표로부터 6000여 만원을 송금받은 사람은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불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모씨였고, 전 서울시 부시장, 방송사 임원, 한국전력 자회사 팀장 이름도 있었다. 이들은 “돈을 빌렸다” “투자를 했다” “이름만 빌려줬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더욱이 “돈을 불려주겠다”는 이씨와 회장에 대한 믿음으로 땅을 팔고 돈을 건넸던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해 신음하고 있다. 2010년 초 자원외교 붐을 이용해 투자자를 모으고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며 재산을 불렸던 이씨와 회장은 현재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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