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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28. 2017

[인터뷰] ‘프로 혼행러’

이연희가 파리에 빠진 이유



배우 이연희(29)가 프랑스 파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유명하다 못해 회사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다.


처음으로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났던 곳부터 파리였고, 최근 종영한 여행 드라마 ‘더 패키지’를 통해 파리를 재방문 했다. 이연희에게 운명 같은 도시, 운명 같은 드라마 대본은 그렇게 또 한 번 찾아왔다. 무려 1년 전에 찍은 드라마지만, 아직까지도 ‘파리’를 언급할 때마다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의 모습이 꼭 사랑에 빠져있는 듯 했다.             





‘패키지여행’ 테마의 드라마 ‘더 패키지’는 매 회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주인공들이 바뀌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사전제작 드라마였고, 90% 이상의 촬영을 프랑스에서 진행했다.


촬영을 앞두고 전세계를 경악으로 물들인 프랑스 테러가 발발해 캐스팅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연희에게는 더욱 애착이 가는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캐스팅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스태프들 꾸려지는 데도 오래 걸렸고요. 그 시기에 계속 테러가 터져서, 준비하는 동안 ‘찍는데? 진짜 찍을 수 있대?’ 계속 물어봤던 것 같아요. 그 과정들을 거치다 보니까, 어떤 배우 어떤 스태프가 오든 정말 감사한 거 있죠? 우리 드라마는 장기간동안 프랑스에 머물러 촬영해야 하니까,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어야만 참여가 가능한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근데 배우들을 비롯한 모든 제작진이 드라마에 애정이 정말 많았어요. 이 드라마를 꼭 해야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너 나 할 거 없이 정말 열심히 촬영했죠.”


촬영을 끝낸 후, 편성 시기를 잡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편성 시기와 방송국이 잡히고, 시청자 모드에 돌입해 직접 드라마를 마주했다.


“드라마 편성이 뒤로 밀려날수록 여러 가지 생각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정말 그런 건 전혀 상관 안해도 될 정도로 드라마가 너무 잘 포장됐던 것 같아요. OST도 너무 좋았고, 나레이션 녹음한 게 반영되니까 정말 만족스럽더라고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그런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빠져서 본 것 같아요. 배우들끼리 단톡방이 있는데 ‘본방사수’ 하자는 얘기도 하고 그랬죠.”          


   



‘더 패키지’는 매력만점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옴니버스에 충실한 드라마였다. 이연희는 프랑스 여행 가이드 윤소소 역을 도맡아 드라마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기했다. 윤소소가 극중 유창한 불어 실력을 뽐내는 인물인 만큼 불어 레슨 역시 불가피했다.


“레슨은 한 달 정도 받았어요. 대본은 나왔는데, 불어 번역본이 나오기까진 좀 오래 걸렸거든요. 그래서 레슨을 받으면서 제 나름대로 번역본을 스스로 준비해봤는데, 패키지 여행을 다녀오면서 제가 써놓은 불어를 사용해봤더니 다들 못 알아듣는 거예요. 그때 각성하고… 한국 돌아왔을 때 번역본을 받아서 정말 달달달 외웠어요. 그리고 현장 가서 불어 대사를 외우는데, 컷! 하는 순간 스태프들이 ‘오~ 뭔가 달라보여’ ‘왜 이렇게 잘해?’라면서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저는 너무 제 불어가 별로인 것 같은데!(웃음) 그래도 내가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다행이었죠.”


윤소소 캐릭터에 빠져 사는 동안에는 완벽히 가이드가 되고자 했다. 촬영날이든 휴일이든 구분 짓지 않고 그저 가이드 윤소소로 살아갔다. 배우들과 함께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가이드라 생각하고 지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랑스 처음 와보는 배우들이 에펠탑을 보며 너무 좋아하는 모습만 봐도 ‘예쁘지! 예쁘지!’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게 바로 가이드의 기분이구나 싶었어요. 미리 답사도 다녀왔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에게 정말 가이드처럼 파리를 설명해주려고 노력했고, 대화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가이드가 그렇잖아요. 계속 얘기를 하니까… 나중에는 사람들이 저를 가이드 언니라고 부르더라고요(웃음). 다른 사람들에게 ‘이 투어는 꼭 들어와야 해!’라고 추천도 해줬는데, 다녀온 분들이 너무 좋았다고 말해주면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드라마를 준비하며 현지의 실제 여행 가이드들과 친해졌다. 어쩌다 마주친 그들이 ‘윤소소 가이드님~’이라고 불러주면 그게 또 마음이 간질거렸다. 이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겨나기도 했다.


“아~ 이게 진짜 연기일 뿐이지만, 이 드라마가 나올 때 쯤엔 가이드 언니 오빠들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더라고요. 그분들이 만족스러우면 저는 다 이룬 거나 마찬가지였어요!(웃음) 근데 그분들이 저한테 정말 고맙대요. 제가 열정을 갖고 윤소소를 연기한 것도 그렇고, 가이드들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의 직업을 바라볼 수 있는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 또한 좋았대요. 그 말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드라마 ‘화정’을 끝내고 난 후, 멀리 해외에서 한동안 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던 그때에 ‘더 패키지’ 시나리오가 운명처럼 굴러들어왔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사실을 모든 회사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하나라도 된 마냥 입을 모아 ‘이 드라마는 네가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평소에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이런 시나리오가 이렇게 또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대표님이 직접 ‘연희야, 이건 정말 널 위한 시나리오다’라며 소개해주셨죠. 와, 프랑스 올로케… 이게 가능한 건가 싶으면서도 조마조마해 하며 기다렸어요. 앞으로도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실을 많이 알리고 여행을 자주 해야 이런 작품이 또 올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바로 프랑스 파리다. 20대에 처음 떠나본 혼자만의 여행도, 연예인이 돼서 처음으로 화보 촬영을 위해 해외로 떠나본 것도 모두 파리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정말 감사함을 느꼈던 게 파리로 화보 촬영을 떠나면서였거든요. 물론 일로 가는 거지만, 그걸 기회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그때부터 여행을 좋아하게 됐고, ‘혼행’을 해보고 난 뒤에 더 빠지게 됐어요. 목표가 생기더라고요. 열심히 일 한 만큼 여행을 다녀오자! 작품 하나를 끝내고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려면 어딘가로 떠나 힐링을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혈혈단신으로 혼자 간 여행, 제겐 모든 게 다 도전이었죠. 그때는 20대에 한번쯤은 혼자 여행을 가봐야지 하고 떠났는데, 더 바빠지기 전에 잘 다녀온 것 같아요.”


늦은 시간대인 11시에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사랑 받았다. 종영이 너무 아쉽다며, 시즌제를 외치는 시청자들도 수두룩하다. 배우들에게도 시즌2는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어줬다.


“우리끼리 시즌2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만약 시즌2가 나온다면, 또 윤소소 가이드로 등장하기 보다는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을법한 다른 이야기들을 그렸으면 좋겠어요. 역사가 길고, 문화유적지가 많은 나라에서요! 유럽이라면 어디든 좋아요. 만일의 시즌2를 위해 준비 좀 해야겠는데요? 이탈리아어든 스페인어든 배워놔야겠어요(웃음).”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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