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토 Feb 26. 2023

교환학생 출국 30일 전

아빠가 쓴 딸의 교환학생 체험기

  요즘 대학생은 해야 할 것도 많다. 학과공부도 바쁜데 공모전 준비하고 기업에서 인턴경력도 쌓아야 한다. 틈틈이 알바도 하면서 자격증도 취득하고 어학 공부도 해야 하며 봉사활동으로 해외 오지를 다녀오기도 한다. 이런 화려한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아무리 인자하신 어머니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도 막상 취업하면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에 몇 년 만에 직장을 관두곤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학부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하고 교수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은 한두 명만 석사나 박사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해외 유학을 떠났다. 고작 몇 개월, 일 년 정도 살다 온다고 유창하게 외국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감시가 소홀한 외국에서 일탈하는 자녀들 얘기를 들은 터라 딸이 일 년 동안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하니 고민됐다. 공부한다는데 말릴 수도 없고 선배나 동기들도 대부분 간다고 하니 승낙했지만 출국일이 임박해도 입학허가증은 커녕 기숙사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 때문에 난린 데 교환 학생 취소하고 한국에서 학원이나 다니면 안 돼?”

무심코 내뱉은 말에 분위기가 싸늘하다. 휴학까지 했는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아내와 째려보는 아이. 괜히 머쓱해 숙소를 알아봤다.

Hamburger를 검색하니 아무것도 안 나온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가는 곳은 햄버거가 아니라

HAMBURG란다.


 학교 근처 기숙사를 알아봤지만 자국민 우선이라 단기 교환학생은 언제 나올지 모를 빈 방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으니 포기하고 비싸지만 사설 기숙사를 찾아봤다. 역이 가깝고 방마다 화장실과 간이 주방이 있으며 리뷰도 좋은 기숙사를 네 개 정도 골라 예약이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아이에게 시키고 그중 한 곳에 메일을 보냈다.

일 년 동안 딸이 유학 가는데 기숙사를 알아보고 있다.

빈 방 있나? 별도의 관리비는 있는가?

독일은 새벽 네신데 메일을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메일 보낸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는지 Dear Mrs. C로 시작하는 답장은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 연락이 온 기숙사는 베이징, 도쿄, 런던, 파리 등 수십 개의 기숙사를 운영하는 기업형이라 시차가 적은 이웃 나라 콜센터에서 답변을 준 것 같았다. 아이는 견적을 받고 며칠을 고민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소개해 준 저렴한 기숙사에 묵겠다고 했다가 다음날엔 도저히 못 살 것 같다고 한다.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돈이 문제였다.


어차피 코로나로 대면 수업 못하면 방에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기숙사가 중요하다. 비싸지만 근처에 마트도 있고 역도 가까워 밥값과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으며 한 밤에 오줌 누러 갈 때 무섭지 않겠느냐? 차라리 딴 걸 아끼고 방에 돈을 써라.

아이를 설득하자 기다렸다는 듯 “예약할 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해외 간 걸 아는 친구에게 얼마 전 톡이 왔다. 딸이 영국으로 교환 학생 가는데 뭘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한다.  

“뭐니 뭐니 해도 Mone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