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실래요?

케어링 노트 프로젝트 시작 계기

by Slo


어릴 적 나는 남을 돕는 일에서 자주 보람과 뭉클함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다양한 봉사를 했었는데, 암 병동에서 이동식 도서관을 운영하고 요양병원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손톱을 깎아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은 어떤 할머니가 홍시를 한 아름 쥐어주며 쉰 목소리로 “고마워, 고마워”를 연신 읊조리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임팩트가 얼마나 컸던지, 어린 나는 장래희망란에 간호사나 국제기구 봉사자 같은 직업을 적곤 했다. 지금처럼 자본주의에 흠뻑 적셔진 내가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참고로 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아주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이제는 수입이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은 여생을 헌신하며 살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몸으로 살아가는 지금, 20대의 끝자락을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한다면 꽤나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일 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다짐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시간을 써보기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늘픔가치’의 구상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유를 굳이 대자면 재가 형태로 의료복지를 지원한다는 점이 좋았다. 중학생 때 독거노인께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만난 할아버지는 스스로를 ‘봉사와 헌신의 대상’으로 여겨지길 원하지 않으셨다. 이때 처음 사회복지의 본질은 특정 대상을 특별히 보호하는 게 아니라, 보호나 관리 없이도 스스로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 이후로 나는 사회적 소외계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서비스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었다. 일상과 건강을 돕는 ‘클로바 케어콜’이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같은 복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건강 취약계층의 복약 상담 체계를 마련하고 자립을 돕는 늘픔가치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운 좋게도 지금까지의 내가 가진 경험들은 늘픔가치가 찾고 있던 랩장의 모습과 닮아 있었고, 그렇게 나는 랩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