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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Dec 31. 2023

[D-1] 1년간의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365번째 글

365번째 에세이. 올해의 마지막 에세이.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 쓰는 에세이. 나 자신과의 화해를 목표로 1년간 계속해온 '1일 1글' 글쓰기 챌린지의 마지막 에세이. 내가 '화해 일기'라고 불렀던 에세이의 마지막 편. 그걸 지금 쓰고 있다.


나는 이 챌린지를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365번째의 에세이를 무슨 내용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했었다. 나는 원래 걱정이 많고 생각도 많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기를 좋아해서 아직 성공할지 아닐지도 모르는 챌린지의 마지막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는 막연하게 이 챌린지로 인해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 지금의 나는 1년 전의 나와 어떻게 다른 사람인지를 한번 적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해낸 지금, 그걸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 '화해 일기' 에세이 챌린지로 인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고자 했던 초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매일 나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매일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회피하고 싶었던 부분들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도, 싫어했던 부분들도 모두. 그 결과 나는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또 나 자신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서 나 자신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런 게 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내 단점들도 모두 '나'의 바운더리 안에 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졌고, 내가 강박적으로 갖고 있던 완벽주의나 그로 인한 자기혐오를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또 나는 이 챌린지를 통해 방어적이고 날카로운 태도를 많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했다.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고 조롱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상의 오픈된 공간에 썼다. 처음엔 정말 두려웠고 후회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훨씬 더 편안해졌다. 자유로워졌다는 기분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나야. 네가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같은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는 여전히 나를 감추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이젠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도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 자신이 나를 지지한다면, 그것만으로 괜찮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세 번째 변화는 내가 전보다 나를 더 많이 아껴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1년간 매일 20~30분 정도의 시간을 글쓰기에 썼다. 이 글쓰기 시간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내 커리어나 내 미래나 내 취미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나'라는 존재를 위해 온전히 사용하는 시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쏟는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는 유독 업무적으로 어려운 일도 많았고 정말 바쁘게 살아왔었는데, 나를 위한 글쓰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일에 매몰되거나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토록 미워했던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일 년 전의 나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예전부터 나는 내 사고의 흐름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아는 것과 정말로 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살자'는 결심은 그동안 내게 멀리 있었다. 막연하게 손 닿지 않는 곳 어딘가에 있는 목표였던 거다. 하지만 막연한 개념들과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적어보게 되면서 멀리 있던 결심들이 더 가까워졌고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내가 머리로 생각하고 글로 쓰고 말로 하는 이야기들과 실제의 나 사이의 갭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간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을 체화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나는 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희망을 잃지 않는 성격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마지막으로, 내 자존감이 전에 비해 아주 많이 높아졌다. 이건 내가 목표한 바를 실제로 해내는 경험이 쌓인 이유가 컸다. 나는 올해 매일 적어도 한 가지의 목표가 있었다. 오늘의 글쓰기를 하는 것. 오늘의 챌린지를 성공하는 것. 나는 그 작은 목표부터 시작했다. 매일 그날의 챌린지를 성공해서 그날의 목표를 이루면 뿌듯했다. 그렇게 매일 1개씩의 작은 성공이 생겼다. 1월 한 달 동안 챌린지를 성공하자 31개의 성공이 생겼고, 1개의 더 큰 성공이 생겼다. 그렇게 1년을 해내자 365개의 성공이 쌓이게 되었다. 매일 내가 목표한 바를 스스로 해내는 경험을 365번씩이나 반복하면서 내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그래서 나는 전보다 나를 더 인정해 주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무시하고 미워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존중해 줄 수 있게 되었다.


<화해 일기> 챌린지를 통해 생긴 변화 5가지:

1.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다.
2. 덜 방어적이 되고 덜 예민해지고 더 편안해졌다.
3.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4. 긍정적, 낙관적인 면모가 더 커졌다.
5.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 정도면 내가 목표했던 '나 자신과의 화해'의 첫 단계를 꽤 괜찮게 밟은 것 같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아서 놀랐다. 1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었다는 게, 그것도 이렇게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내년에는 매일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챌린지를 하기로 했는데, 2024년 12월 31일의 나는 또 얼마나 변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좋으니, 단 한 줄의 글을 적는 것도 좋고 명상이나 취미나 공부나 운동 등 어떤 것이든 좋으니 내년에 한번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매일 할 필요도 없고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도 괜찮다. 그냥 뭐라도 무작정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나는 무언가를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것만은 내가 보증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내가 겪었으니까.


2023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24년에도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좋은 일들도, 나쁜 일들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2023년을 무사히 견뎌 온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희망을 갖자고, 내년에는 더 나아지게 될 거라고 되새김질하듯 말하고 싶다. 부디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잘 시작할 수 있기를!



/
2023년 12월 31일,
식탁에 앉아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Jordan Wozniak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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