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08 2016
작년에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는
재기발랄한 코믹 영화쯤으로 생각했었다.
개봉날 평일 오후,
기대에 가득차서 극장을 향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한동안 불쾌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기괴하고 잔혹한 상상으로 만들어낸
날것의 영상, 회색빛 색감.
어둡고 주름진 배우들을 표정과 대사들.
웃음기 없는 건조함.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디테일한 이미지들이 잊혀질 때쯤엔
감독이 말하고 싶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좀 더 뚜렷해지더니
영화가 좋아졌다.
다시 보고는 싶은 데, 용기가 나지는 않지만.
사랑을 하고,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힘겹게 나를 변화 시키고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려하고,
이 사람이 진짜인가,
이 사랑이 진짜인가 혼자 계속 의심하고
상대를 시험하고
사랑에, 관계 맺음에 지치고
그래서 사랑을 포기하고
감정을 포기하고
혼자 EDM에 몸을 맡겨 보고
사랑하는 이들을 증오하다가도
다시 살갗이 그립고
다정한 얘기가 그립고
또 다시 사랑을 찾고
그러나 막연한 희생은 겁이나고
또 다시 사랑을 의심하고
사랑의 딜레마.
영화를 본 지인들과
마지막에 콜린 파렐이
다시 레이첼 와이즈에게로
돌아갔을 까? 아님 돌아가지 않았을 까? 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 적이 있었는 데
나를 포함해서
돌아가지 않았다가 대부분의 의견이었고,
사실 슬픈 결말을 상상했던 거다.
반 년이 지나고,
어제 영화 랍스터 얘기가 다시 나왔고.
Soundtrack 이 좋았던 거 같아서
음악을 챙겨 들어보려고 서핑을 하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두 장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사랑이어도 사랑이 아닐 수 있고
그 사람이라 믿고 있어도
그 사람은 아닐 수 있다.
믿고 있는 시간에도 모든 게 다 허구일 수 있다.
두 눈을 감고 포옹하고 있는 레이첼,
그에 반해 필요이상으로 두 눈을 치켜뜨고 있는 콜린 파렐.
결말이 포스터에서 보인다.
슬프다.
오늘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
Where the wild rose grow _ Kylie Minogue + Nick Cave
http://youtu.be/lDpnjE1LU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