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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gram Mar 11. 2020

밀레니얼이라는 스펙

다음 세대가 오면 어쩌지?

작년부터인가, 밀레니얼 세대라는 말이 점점 들리더니 이제는 모두가 쓰는 그런 단어가 되었다.

소비의 주력세대라는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내부 밀레니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보려고도 하고,

전사가 밀레니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밀레니얼이라는 단어가 통용된 이후로 왠지 회사에서 내 얘기를 더 잘 들어주는 기분이다.


이 세대에 속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각종 아이디어성 회의나 사내 행사의 중심에 있다.


오 역시, 밀레니얼의 의견이야!


밀레니얼이라는 단어가 우리회사에선 정말 많이 쓰인다. 회의에서도, 회식자리 대화에서도  많이 오르내린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회사에서는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대리 이하 저 연차 직원들을 밀레니얼이라고 대충 보면 될 듯하다.


나 역시도 밀레니얼의 한 명으로서 취급을 받고 있고, 남들 못지 않게 밀레니얼스러운 면모들을 열심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 '이야 역시 밀레니얼!', '밀레니얼이라 달라~' 라고 나 또는 동료들에게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애매할 때가 있다.


아마도 정답은 둘 다 인 듯 싶다. ^^


업무 관련이라면 기존과는 꽤 다른 뭔가 평소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어딘가 모르게 마케팅스러운 얘기를 했을 때 주로 듣는다.

S 대리: App내 쿠폰play를 통해 재방문 캠페인을 진행해서 로열고객을 확보해는게 어떨까요?
M 팀장: 이야~ 역시 밀레니얼은 달라! ^^b


업무 외적이라면 뭔가 요즘 애들(?)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주로 듣는다.


K 사원: 저는 원데이클래스 예약해둬서 회식 불참할게요!
L 팀장: 이야~ 역시 밀레니얼은 달라! ^^b



요즘 애들은 뭘 하니?



요즘애들은 바쁘다.




밀레니얼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2말 3초 주니어라고 다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이 윗 세대와 더 가까운 사람들은 솔직히 필터링 되야한다!


(물론 아버지뻘 되도 밀레니얼에 손색없는 분들도 꽤 많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적극적인 성장추구라고 하고 싶다.


일단 나만 해도 초등학생때보다 학원을 더 많이 다니고, 취준생때보다 진로 고민을 더 하고 있다.


52시간제에 따른 유연출근제에 힘입어 학원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저녁을 많이 바꾸어 놨다.


입사 초만 해도 8시쯤 출근해서 6시반부터 눈치보다가 칼퇴하면 7시였던 나의 삶..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마음먹기가 엄청 쉽지는 않지만) 최소 4~5시에 사무실을 떠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현재 그룹PT, 비즈니스영어, 글쓰기 학원을 다니고 있고,  전에는 미술학원을 한 6개월 다녔고, 원데이클래스로 악기연주, 쿠킹클래스, 도예공방, 캘리그라피 등 체험해봤다. 앞으로는 목공도 배워보고 싶고, 중국어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최소 운동 1개, 영어1개, 취미 1개 이렇게 세 개는 돌리는 것 같다. 주 4회 저녁은 어디선가 수업을 받고 있으니 이쯤되면 초등학생 큰 차이가 없는듯하다.



팀장님, 저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난 이게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배경과도 연관된다고 믿는다.


나와 같은 이들을 또 일컫는 말이 있는데, 샐러던트(Saladent: Salaryman + Student)라 한다. 공부하는 직장인은 뉴 노멀인듯 하다. 적어도 내 주변의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밀레니얼들은 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각종 학원과, 인터넷 강의 등을 끼고 살았다. 대학생이 되어 해방을 누리나 싶었는데, 2009년 경제위기 이후로 취업문이 좁아지다보니 스펙열풍이 불어 토익학원, 자격증, 취업스터디 등이 당연시 됐고, '취준생'이라는 단어가 생길만큼 성인기에도 학생스러운 삶을 이어가야 했다.


요즘은 이러한 기조가 더 강화되어 공무원, 회계사, PEET(약대), LEET(로스쿨) 등 직업 자격을 얻기 위한 인강이 시험별로 없는게 없고, 이젠 로스쿨 수업에 대한 인강도 있다는 정도니 이제는 대학을 졸업해서 서른가까운 나이가 되어도 학생스러운 라이프는 계속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 치열한 경쟁 이데올로기 하에서, 수업만이 나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지름길이었으니 긴긴 세월 책상 앞에서 고통받았지만, 이제는 이게 가장 편해져버린게 아닐까싶은 생각도 든다.


수명이 길어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오고 있으니, 평생 교육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좋다고 느껴진다.  


다만, 회사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어떤 성장과 발전의 욕구, 나 자신이 회사에 쏟는 에너지가 소모적이라고 느껴질 때 대안마련의 긴급처방으로서 각종 학원과 원데이클래스 등 체험에 목을 매는 게 슬플 뿐이다.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밀레니얼의 또 다른 키워드를 꼽자면 여행이 빠질 수 없다.



'OOO에서 한 달 살기'는 밀레니얼의 버킷리스트에 80%의 확률로 있는 문장이 아닐까?


입사 하기 전에 나보다 먼저 회사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일 년에 해외여행을 몇 번 가는지, 친구들을 만나면 농담삼아 혹시 한비야(예전에 유명하던..)인지, 또는 외교관이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몸소 깨달았다.

여행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독서, 여행, 연애는 인간을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는 3대 축이라고 한다. 혹자는 한국사회에서 과포장된 양대 축이 여행과 연애라고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 둘은 정말 소중한 가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게 여행이라 생각한다. (연인과 함께하는 여행이 제일 베스트!)


개별로 보면, 연애는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때에 맞는 인연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 또 독서는 틈틈이는 하지만 책을 펴고 읽는 강력한 의지의 결과물이다보니 나름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리고 퇴근하고 읽으려하면 너무 지쳐있기도 하다.


그에 비해 여행은 우선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다. 돈은 아주 부담스럽지만, 항공권을 사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2주 전의 나는 무서울게 없다!)


여행지 떠나서는 오롯이 그 며칠간 내 자유의지대로 시간을 쓰고, 하고싶은대로 움직이는 생활이 가능하다. 에너지 소진의 반복으로 잃은 활력을 다시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것이다.


회사생활이 힘든건 마찬가진데, 왜 너희 밀레니얼만 유난히 자유에 민감하고, 날마다 해외여행을 가는지 궁금할 수 있다. 다른 세대로 살아보지 못해서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역으로, 선배들이 어찌 휴가도 많이 남기고, 강한 멘탈로 회사 생활하는지, 그게 대단하게 느껴진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 역시 이전 세대보다 경쟁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성장에 대한 욕구와 '나'의 잠재력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신뢰, 자기만족에 대한 강한 욕구 등이 결합됐기 때문이 아닐까.


요약하자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견문을 넓히고, 성장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고 싶다는 뜻이다 :)




다음 세대가 오면 어쩌지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밀레니얼 세대가 배움과 여행으로 본업을 등한시 한다는 생각말이다. 조직의 일원이기보다 퇴근 후의 나의 모습이 밀레니얼이 생각하는 그들의 참 자아라는 등의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성장하고 있고, 만족하고 있는 밀레니얼들은 회사에서의 삶과 잘 밀착하여 카멜레온처럼 회사 안팎의 자아를 스위치하면서 잘 살고 있다.


모두에게 '회사 및 조직생활 =필요악'은 아니다. 나 개인적으로도 원래 회식도 좋아하고, 선배들이 살아온 커리어를 듣는 것도 재밌다. 다만, 성장의 속도보다 나를 갉아먹는 속도가 빠르거나, 회식자리에서 정서적 또는 지식적 교류가 1도 없이 아무말 대잔치, 궁금하지 않은 TMI 등으로 이어지는게 싫을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지금 내가 약간의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저 분들도, 불과 10여 년 전에는 신세대, X-세대로 불리는 그 시대의 '요즘 애들'이셨을텐데, 10년 후의 내가 그 때의 후배들에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이 든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회사 생활 라이프에 그나마 활력이 되고 있는게, 밀레니얼 세대의 의견에 대한 관심, 이 세대를 향한 사내외 이벤트들이었는데, 이 마저도 후속 세대에 빼앗긴다면?


밀레니얼 세대가 회사의 주역이 되면, 필요한 업무에 더 집중하고, 밀착 관리보다는 서로를 믿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특정 세대를 부각시키지 않아도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는 그런 시대가 올까?


애초에 이 세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이 시스템에 더 잘 적응하여 임원이 되고, 밀레니얼 중 일부는 마음이 변하고, 남은 밀레니얼은 못견디고 성장을 찾아 어딘가로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싶다. 합리적 추론 아닌가?!



세대 초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특정 세대인 것만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이 시기를 일단 누려야겠다. 얘기를 들어줄 기회가 있으면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 사실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아 자아를 탐색하고 평생의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면 이 세대로서 충분히 누릴 것은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세대도 언젠간 빛을 잃는 때가 오기 마련이니, 세대 안에 영원히 머무르는 사람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특정 세대가 아니어도 사람들이 내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우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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