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베품의 원리
미국 사우스 캐롤라아나 교도소의 유기 동물 돌보기 프로그램이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제소자들에게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처한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는 일을 맡기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로 교도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유기 동물들과 사랑에 빠진 제소자들이 동물을 돌보는 소임을 맡기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출소 후에도 동물을 입양하여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 재적응 프로그램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출소 후 범죄 재발률도 낮아지는 등, 제소자와 출소자들의 삶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제소자는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번도 나 아닌 다른 대상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동물이 자신의 이기심을 녹여냈다고 표현한 이 제소자는 종신형을 선고 받은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처지에서는 앞으로도 가석방을 받아 바깥 세상을 구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하며 그렇다 하더라도 괜찮아졌다고 했습니다. 남은 여생을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해도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구하고 돌보며 보낼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한 삶이라는 겁니다.
동물을 돌보는 제소자들은 한결같이 교도소 내의 네 발이 달린 존재들이 두 발이 달린 존재들을 오히려 구제해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단순히 나 아닌 존재를 돌보도록 하는 이 프로그램이 이제껏 실시한 그 어떤 갱생 프로그램보다도 더 깊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주최한 유기 동물 단체의 대표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범죄자들이 동물을 학대할지도 모른다는 반대를 받으면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벌써 300여마리의 생명을 안락사로부터 구해냈다며 어려움을 겪은 동물을 따듯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제소자들의 행동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울먹였습니다.
이 놀랍고 감동스러운 이야기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모성 호로몬, 또는 사랑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옥시토신"이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보살피며 모성애를 느낄 때 활발히 분비되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인데 우리가 사랑과 친절, 돌봄과 나눔을 실천할 때에도 분비된다고 합니다. 옥시토신에는 친밀감을 높이는 기능이 있어서 타인과의 유대를 강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힘든 사람을 돕고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으로 우울한 감정이 줄어들고 행복한 감정이 커지는 것은 이런 호르몬의 작용도 한 몫을 하는 것입니다.
꼭 호르몬이 아니더라도 조건 없이 베푸는 행동이 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줄 때 우리는 이미 우리 내면에 있는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베푸는 사람의 마음 속에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메세지가 새겨지고 더 많은 풍요로움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조건 없는 주는 행위는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 됩니다. 조건 없이 주고 어떤 기대나 대가 없이 행동할 때 우리는 마음 깊은 곳의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주는 행위를 통해 세상과의 연결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나 자신과의 연결감도 깊어집니다.
근본적으로 이는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온 우주가 가장 깊은 곳에서 하나입니다. 때문에 내가 또 다른 나의 모습인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을 베풀었을 때 사실 이 베풂은 나를 향한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베푸는 친절은 내가 나에게 베푸는 친절의 다른 모습입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타인에게 나눔을 하고 나면 나의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차는 이유는 나 스스로에게 내가 베푼 친절을 내가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때로는 베풀고 나서 후회를 하기도 하고 오히려 주고 나서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는 걸까요?
우리는 종종 죄책감이나 의무감에서 주는 행위를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자라온 사회가 워낙 도리와 의무를 중시하는 풍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는 행위를 통해서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조건 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아닌데 주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내가 주고 싶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나 나를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돕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닙니다. 의무감이거나 댓가를 바라는 교환일 뿐입니다. 때문에 그런 베품은 주고 나서도 억울할 수 있습니다. 알아 주지 않으면 나의 희생이 헛된 것처럼 여겨지고 허무해집니다. 알아주면 잠시 만족감이 생길지 모르나 결국은 내 마음의 결핍을 재생산하게 됩니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려 애쓰고 인정받으려 애쓰는 마음의 근본에는 나 스스로 나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결핍의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불러 일으키는 베품은 마음에서 순수하게 올라옵니다. 우리가 하나라는 연결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자기 사랑의 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가장 깊은 곳에서 하나임을 자각할 때 자연스럽게 남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길임을 느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할 때 자연스럽게 남에게도 조건 없이 조건없이 베풀게 됩니다. 남에게 베푸는 친절이 바로 나를 향한 것임을 느끼면 댓가를 바라지 않는 조건 없는 사랑이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불특정한 타인에게 이유없는 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좋으니 대가를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풀어 봅니다. 누군가를 이유도 조건도 없이 도왔을 때 그 친절은 나를 향한 것이기에 즉각적으로 행복이 돌아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일상에서 잘 모르는 타인을 위해 이유도 조건도 없는 친절을 베풀어 봅니다.
동전을 넣어야 하는 쇼핑 카트가 있다면 넣은 동전을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 두고 떠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일도 좋습니다. 공공 장소에서 문을 열 때 다음 사람이 들어오기 쉽도록 문을 잡아 주는 것도,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나오기 전에 직원이 그릇을 치우기 쉽게 정리하고 나오는 것도,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화장실이 지저분 하다면 다음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하게 치우고 나오는 것도 좋습니다. 길가의 쓰레기를 줍거나 등산할 때 쓰레기를 모아 내려오는 것도 좋습니다.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알아 주길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저 기쁜 마음으로 이유 없이 해 봅니다.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이 내키는 만큼 합니다.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생명을 본다면 주저 없이 내가 주고 싶은 만큼의 도움을 전해 봅니다. 가게에서 직원에게 좋은 점을 칭찬하는 것이나 전화 응대 직원에게 친절하고 따듯한 말을 건네는 것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감사나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봅니다. 타인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가끔 아무 이유 없는 보상을 줍니다.
내가 가진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조건 없이 베풀어 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내 가슴을 채우는 충만함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