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꿈엔들 잊히지 않는 멜로디가 있을 것이다.
꽤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큰맘 먹고 구입한 자전거를 묵혀두는 게 아깝기도 하고, 교통비도 아낄 겸해서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새 이녀석이 없으면 몹시 불편함을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통체증과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기분 좋게 흐르는 땀과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전거로 일을 다녀왔다. 집에서 회사까지 넉넉잡아 편도로 30분이니, 한 시간가량 라이딩을 한 셈이다. 주행 중엔 대개 라디오를 듣는다. 그런데 오늘 밤은 왠지 음악이 고프더라. 바람을 가를 때 귀로부터 몸을 타고 음표가 흘러가는듯한 그 느낌이 그리웠던 걸까. 전곡 랜덤 플레이를 누르고 천천히 페달을 밟아 나갔다.
김광석의 노래가 연달아 흘러나왔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에게 별다른 애정을 갖고 있지 않다. 외려 친구나 몇 터울 위 선배들이 김광석을 찬양할 때면 속으로 '왜 저리 유난이실까' 핀잔을 줬을 정도다.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그의 목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담백하달지 산뜻하달지, 바닷물에 함박눈 떨어지듯 스르르 감동이 몰려왔다.
내게 유년시절을 상기시키는 가장 강렬한 노래는 이름을 알았던 적이 없는 어느 일본 여가수의 곡이다. "토키노 나가레니 미오 마카세"하는 구절과 멜로디는 꿈엔들 잊힐 리 없을 선명한 각인이다. 바로 그다음이 김광석의 노래들이라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이 노래들은 엄마가 일찍 귀가하거나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언제나 틀어놓았던 것들이다.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그땐 엄마가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신이 났었다. 나는 해가 그 위용을 차츰 누그러뜨리고, 달이 수줍고 당당하게 그 자리를 대신하는 어슴푸레한 저녁 무렵까지 거실에 누워, 엄마의 부엌소리와 집을 가득 메우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였었다. 가끔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서 흥얼거리면 엄마는 "승재 노래 잘하네"하며 미소를 보이곤 했다. 어쩌면 오늘의 달과 음악이 그때를 떠올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가깝고도 먼, 그런 노래소리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