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농담처럼

by SeungJae Shin

<슬램덩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산왕전이었나, 접전을 펼치던 와중에 채치수가 동료들에게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고맙다”라고 단호한 결의에 찬 얼굴로 말한다. 그러자 나머지 네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발끈하며 “난 나를 위해서 뛰는 거야”라며 일갈. <슬램덩크>의 하고 많은 명장면 중에서 왜 하필 여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을까.


농구가 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헛된 시간을 보냈음을 후회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이름을 불러보라며 3점을 꽂아 넣는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도 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고릴라를 어깨동무하며 영광의 순간인 지금도 왼손은 거들뿐이라더니 끝끝내 앙숙과 오른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해버린 거짓 없이 농구를 좋아하는 천재 바스켓맨도 있고, 전후반 내내 버닝하기에는 체력이 달려서 한번은 전반에, 한번은 후반에 곡예 수준으로 득점을 몰아치다 갑자기 패스에 눈을 뜬 재중군을 능가하는 두 재능 중 하나도 있는데, 대체 왜.


아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팀’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일 거다. 팀플레이는 누가 누구를 위해 땀을 흘리고 희생해서 실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저 각자 맡은 역할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 해냄으로써 공통의 목표에 도달하는, 말하자면 별자리의 그것과 같은 원리라고 믿는다. 특히나 ‘승리’라는 분명한 과제와 명확한 룰이 있는 스포츠의 세계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삶에 비밀이 있다면, 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이렇게 쓸데없고 농담 섞인 모습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강하다”라고 외치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의 감동에 찬 스피치가 의도한 궤적을 그리지 않고 주위의 핀잔과 무시로 인해 불규칙하게 허공을 부유하다가, 결국에는 어떻게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바로 이 장면처럼, 그렇게 웃는 낯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