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갈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1

집필 배경 및 전체 내용 소개

by 이정표




갈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책은 갈등을 겪는 당사자들의 내면 사정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갈등 상황과 연관된 온갖 종류의 경험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바라보면서 갈등 당사자들의 옳고 그름과 양측의 현실 인식이 왜곡되는 방식 등을 밝혀내는 것, 이것이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의 기본적인 구상이었다.


비록 다소 혼란스럽고 객관화하기 힘든 영역이긴 했지만, 이 같은 성찰은 꽤나 의미 있는 결실을 약속하는 듯 보였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이미 개인 간, 집단 간 갈등의 양쪽 극단으로 다 치우쳐 봤고, 또한 각 측 입장에 일정 기간 머물며 피해자 역할은 물론 가해자 역할까지 두루 다 떠맡아봤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에 내재된 고유한 만족감과 해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정도는 이미 확립되어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단순히 그동안 쌓인 경험 자료에 충실히 근거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적 치우침 없이 전체 사태의 윤곽을 기술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이 작업은 보기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갈등 상황 자체는 비교적 명료했지만 갈등이란 현상과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주변 맥락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모호했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주제 자체의 무게에 압도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002-20250823-005233.jpg



그중에서도 특히, 갈등의 토대가 되는 자기 중심성의 원인이자 사실상 모든 문제의 근원이기도 한 도취라는 태도는, 그 단순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매우 광범위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졌는데, 거기 내포된 의미들을 다루는 일은 직접적 경험과 관찰의 범위를 한참 벗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측면들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갈등이 하나의 문제라면 갈등 상황과 연관된 주변 맥락은 그 문제의 원인조건에 해당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들에 대한 폭넓고 철저한 이해 없이는 문제 자체에 대한 성찰도 표면적인 것으로 그칠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개인 간, 집단 간 갈등이란 문제 자체뿐만 아니라 이 주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온갖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탐색하면서 그 속에 내포된 의미의 결을 더듬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글의 구성이 애초에 의도했던 것보다 좀 복잡해진 감이 없지 않다.


아마 일관된 의미의 흐름을 중시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전개 방식이 약간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전체 내용의 윤곽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먼저 이 책의 1장은 도취라는 현상을 가능케 하는 인간 정신의 기본적인 구성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후 이 현상과 연관된 일상의 경험들을 돌이켜보면서 도취가 어떤 식으로 발생하고 어떤 느낌들을 불러일으키는지 묘사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도취의 유형을, 쾌감에 중심을 둔 것과 공격성에 중심을 둔 것, 둘로 나눌 것이다.


이 두 유형은 갈등 상황을 구성하는 기본 축에 해당되는 것인 만큼, 이어지는 모든 내용이 이 구분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런 뒤에는 도취가 당사자의 태도와 행동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해명하면서, 과시와 탐닉, 마녀사냥과 같은 다양한 현상들의 심리적 근거와 그 상징성 등을 차례로 드러내 보일 것이다.



003-20250823-005716.jpg 1장: 주로 개인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집단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도취 개념을 집단적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군중심리와 관련된 핵심적인 견해들을 요약해서 제시한 뒤, 기존 관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의문점들을 해소함으로써, 심리적 군중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그 원리를 밝힐 것이다. 이 작업을 통해 집단의 영향력에 노출된 개인의 정신이 변형되는 이유와 그 방식 등이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후에는 일시적 집단, 즉 군중과 조직화된 집단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면서, 조직화된 집단의 구조와 한 개인의 정신 구조가 사실상 닮은 꼴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집단과 개인 사이의 이 같은 유사성은, 한편으로는 집단이 조직화되고 유기화되는 과정을 훑어봄으로써,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적 차원의 도취가 집단의 내부 구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봄으로써 한층 더 분명해질 것이다.


3장에서는 도취와 정반대 과정인 집중자각의 본성을 들여다보면서 도취적 갈등 상황이 위치하는 맥락을 탐색하게 될 것이다. 즉, 이 장에서는 먼저 도취가 마비와 잠듦, 의존성 등을 유발한다는 점을 밝힌 뒤, 집중과 자각이 그와 정반대 되는 효과를 일으키는 이유와 방식 등을 묘사함으로써, 두 태도가 각각 의식의 상승하강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그런 뒤에는 집중과 자각 기능에 호소하는 독특한 유형의 지도자와 그에 의해 형성되는 집단의 특성을 묘사하면서, 이런 정신적 태도가 어떤 식으로 구성원들의 의식을 끌어올리는지 탐색해 볼 것이다.



001-20250823-005716.jpg 2, 3장: 군중현상과 집단 심리학의 문제들.



갈등의 문제를 다루는 4장에서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들을 토대로 개인 간, 집단 간 갈등 상황을 해석하면서, 양측 입장의 옳고 그름이 얽혀 돌아가는 모습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시도할 것이다.


갈등 상황의 특성상 이 장은 기본적으로 양측 입장을 교대로 오고 가는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다. 우선 각 측 입장에 서서 갈등 당사자들의 핵심 가치를 밝힌 뒤, 도취에 의해 그 가치가 왜곡되는 방식을 묘사할 것이고, 이후에는 가치의 왜곡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을 나열하면서 그런 문제에 휘말려들 때 각 측 당사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식의 왜곡착각의 과정을 해명할 것이다.


그런 뒤에는 양측 당사자의 눈에 서로의 장단점이 인식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도식화하여 갈등의 근본 구조 드러낸 뒤, 그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일단 이렇게 해서 갈등 상황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도식이 확립되고 나면, 이후에는 갈등이 극대화되어 타인과 자신에 대한 인식이 흑과 백의 양극단으로 치우칠 때 각 측 당사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을 묘사함으로써 갈등이 전개되는 전형적인 방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일 것이다.



001-20250823-005233.jpg 4, 5장: 갈등 당사자들의 내면 풍경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4장 후반부에 묘사된 것과 정반대 되는 과정을 다룰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장에서는 도취가 누그러져 갈등이 완화될 때 갈등 당사자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탐색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을 탓하는 개인의 내면 사정을 간단히 묘사한 뒤,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능력이 획득되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이 성찰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의 상징적 의미를 드러내 보일 것이다.


그런 뒤에는 이런 태도를 취하는 당사자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내면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방식과, 문제가 자아로부터 떨어져 나가 외부로 이전되는 방식을 각각 묘사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에 가서 갈등 상황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 하나를 지시해 보이게 될 것이다.



#갈등의 심리학 #우리는 왜 싸우는가 #세대 갈등 #좌우 갈등 #남녀 갈등 #갈등의 배경 #갈등의 원인











<감정의 모습들> 1, 2권과 비슷한 방식으로 갈등의 속내를 들여다본 글입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사회 분열과 집단 갈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뤄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아래 간단한 목차를 첨부합니다.




1장

도취: 모든 문제의 근원

1. 인간의 조건

2. 도취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3. 쾌락을 머금은 고통, 고통을 머금은 쾌락

4. 자신의 강점에 초점을 둘 때 일어나는 일들

5. 타인의 결점에 초점을 둘 때 일어나는 일들


2장

군중 현상과 집단 심리

1. 거대 자아의 탄생

2. 매혹, 마비, 최면

3. 욕망의 특성에 따른 군중의 분류

4. 군중에서 집단으로

5. 조직화된 집단 및 원시종교의 발달

6. 도취에 의한 집단 내부의 변화


3장

상승과 하강의 형이상학

1. 두 종류의 집중

2. 능동 집중은 개선을 낳는다.

3. 지도자의 세 유형과 역동적 종교

4. 넘쳐흐름과 각성


4장

도취, 매혹, 갈등

1. 조화의 상

2. 양성 도취자의 입장과 내면 사정

3. 음성 도취자의 입장과 내면 사정

4. 동기의 문제

5. 갈등의 시각화

6. 갈등은 어떻게 격화되는가

7. 상호 파괴


5장

해체

1. 이중 무지: 남을 탓하게 되는 이유

2. 성찰 과정의 구체화

3. 성찰의 왜곡 및 완성

4. 심층심리학의 관점

5. 곤경의 의미




https://brunch.co.kr/brunchbook/slouu1

https://brunch.co.kr/brunchbook/slouu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