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위한 숱한 노력
우리는 삶 속에서 많은 기억들을 안고 산다. 대부분의 기억은 희미해지거나 기억조차 안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에 관한 기억이 그랬다.
방황하는 날들
나는 그와 헤어진 뒤 4년 정도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두려웠고 무서웠고 아팠다.
그렇게 4년이 지난 후에 벗어나기 위한 안간힘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좋다는 사람은 따지지 않고 만났다.
"내가 뭐라고, 좋아해주는데, 만나보자"
지금에 와서 생각건대, 어쩌면 내가 그들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사랑하지 못했던 내가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한 것뿐이었으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또 다른 그런 사람을 만났다.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별할 때 안 아팠던 것은 아니다. 매번 아팠고 매번 미안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줄 알았던 어느날 그에게 연락이 왔다.
"나 이혼했어, 미안하다"
그는 꽤 오랜 세월 내게 연락을 취하고자 노력했다. 카톡을 차단하면 인스타그램으로 날 찾아냈다. 그렇게 닿은 연락에 그는 내게 말했다.
"OO아 나는 너를 아프게 한 벌을 받으며 살고 있어"
그에게는 어여쁜 딸이 있다. 아이가 생겨 급히 결혼했던 그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돈은 잘 벌었지만 정작 그의 아내는 그의 빈자리를 견디기 어려워했던 거 같다. 결국 바람난 부인은 그의 곁을 떠났다.
그는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내게 못할 짓을 한 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으니 그냥 눈물이 났다.
그가 벌을 받았으면 했다
한때는 그가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지옥으로 떨어뜨려 놓고 혼자 행복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잘 살고 있지 않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제 그에게서 벗어났구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지만 그의 일은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와의 연락이 닿은 이후, 나는 더 이상 아무나 마구 사랑하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을 나 스스로 온전히 사랑하며 살기로 했다.
그래서 늦었다. 남들은 아이가 한참 클 나이지만 나는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했기에.
여전히 나는 좌충우돌 어설프기 짝이 없는 사랑을 하고 웃고 울고 다치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젠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