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의 밤에 물들다

삼대가 함께한 베트남 여행 중 호이안

by 슬로우모닝

"호이안에서 소원배를 타고 쌍둥이 갖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정말 쌍둥이가 태어났어요.

언니도 꼭 소원 빌어보세요"

"정말?"

아들 친구 엄마가 호이안으로 여행 간다고 하니, 자신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올드타운에 도착하는 내내 그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해가 지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자 호이안은 금빛으로 번졌다.

올드타운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좁은 골목을 따라 인파는 끊임없이 흘러들어왔다.

여행 전 정보 검색을 하며 알게 된 호이안의 날치기 사건들이 떠올라,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가슴 앞에 달려있는 백팩을 손으로 다시 확인해 본다.


원래 계획은 다낭-호이안 순서였는데,

주말의 혼잡이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어떤 이의 여행후기를 보고

결국 일주일 전 모든 예약을 뒤집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70대의 노부모와 8살 아이가 여행 구성원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안전하지 않을 만한 상황은 무조건 제외했다.


번거로운 조정을 거쳐 평일인 오늘 우리는 올드타운에 입성했다.

하지만 평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상당히 북적였다.

야시장, 식당, 다리 위, 소원배 선착장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말에 왔으면 이 인파의 두 배도 더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호이안 야시장은 규모가 꽤 크다.

그래서 가게 하나하나를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흘러가는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며 각자 마음에 드는 가게를 자유롭게 구경하기로 했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가득한 상점을 향해 뛰어갔고,

나는 아오자이 전통의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은 여행동안 아들과 커플로 입을 만한 옷을 찾았다.

부모님은 쇼핑보다도 밤의 분위기에 취해 천천히 거리를 즐기신다.


시원한 재질의 나뭇잎 모양 패턴 옷이 눈에 들어왔다.

실용적인 남편은 한국에서 그런 옷 못 입는다며 자기 옷은 사지 말라고 한다.

감성적인 나는 남은 여행 며칠만을 위해서라도,

나를 위한 롱원피스와 아들을 위한 셔츠와 반바지 세트를 구매한다.

한국에 비해 훨씬 경제적인 가격에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까지 지어졌다.


다만, 다음 날 호텔 조식 식당에서 똑같은 옷을 입은 가족을 3팀이나 보고 잠시 민망해졌다.

그제야, 이 패션은 호이안 관광객들이 선택하는 대중 패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원배 입장권을 사고 초도 세 개 산다. 우리 가족은 배 탑승을 위해 줄을 섰고, 배를 타지 않겠다는 부모님은 선착장 주변에서 우리를 기다리시기로 하셨다.


잠시 후, 까무잡잡한 얼굴의 뱃사공이 유유자적하게 배를 몰아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흔들거리는 배 위에 앉자, 화려한 연등빛이 물결에 비쳐 환해졌다.

강 위에는 수십 척의 소원배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천천히 흘러간다.

올드타운의 화려함이 물 위에서 다시 피어난다.


어느 정도 강을 따라 내려갔을 때, 준비해 온 팁을 건넨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자연스럽게 받는다. 곧이어 가족사진을 찍어주었다. '찰칵찰칵찰칵' 원래 찍어주는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스러운 손길은 분명 팁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초에 불을 붙이고 강물에 띄어 보낸다.

"엄마 소원 빌어야지!" 아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강물에 울려 퍼진다.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 주세요" 마음속에 늘 담겨있는 소원이다.

초는 작은 불꽃을 흔들며, 호아이강 위로 잔잔히 흘러갔다.


배는 기분 좋게 흔들렸고, 멀리서는 흥겨운 음악이 들렸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다시 모여 귀 끝에 닿았다.

북적이는 올드타운 한가운데였지만, 이 짧은 배위의 시간만큼은 잠깐의 정적을 마주할 수 있었다.


20분 정도 흐른 후 배는 탑승지로 돌아왔고, 야외공연을 구경하고 계시던 부모님과 우리는 다시 만났다.

더위를 식힐 겸 카페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오늘 하루 함께한 호이안 여행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올드타운은 진하고 깊은 베트남의 밤을 선물해 주었다.

밤은 점점 더 깊어갔고, 그렇게 우리는 호이안의 마지막 밤을 천천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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