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아침, 바나힐을 걷다

삼대가 함께한 베트남 여행 중 바나힐

by 슬로우모닝

새벽 6시, 골든브리지를 향하는 첫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바나힐에서 1박을 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이 시간은, 관광객들로 붐비기 전 우리만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투숙객들이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골든브리지에 발을 디딘 순간, 바나힐의 새벽 공기가 온몸으로 밀려왔다. 해가 뜨기 전의 바람은 거칠고 서늘했고, 얇은 바람막이 하나로는 부족했다. 긴팔 티셔츠 차림만으로 나온 아들이 춥다고 말해, 나는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아이에게 입혀주었다.


두 개의 거대한 조각 손이 산과 숲에서 솟아올라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골든브리지는, 장엄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많은 이들이 바나힐을 찾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한동안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보다 천천히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프랑스어 이름이 붙은 어느 정원에 들어서자, 다채로운 색의 꽃, 정갈하게 다듬어진 풀과 나무들이 시야를 채웠다. 곳곳에 놓인 조각상과 풀로 만든 요정들 덕분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졌다. 커다란 체스판 위에 놓인 말들은 아들의 키보다 커, 마치 이상한 나라에 들어온 듯한 기분까지 느껴진다.


고요한 아침 정원의 벤치에 앉아 내려다본 풍경 속으로 붉은 해가 천천히 떠올랐다. 사방으로 퍼지는 붉은빛. 그 앞에 나란히 앉은 엄마 아빠의 뒷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워,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더해져,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린응사의 하늘 높이 솟은 불상을 지나 아침 산책을 마친 우리는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통유리 너머로 거리를 바라보며, 접시 위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채운다. 수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호텔답게 식당은 넓었고, 음식들은 마치 호텔 디너 뷔페처럼 화려했다. 뷔페를 애정하는 아들은 크루아상과 알록달록한 디저트 앞에서 매일 아침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침 만찬을 마친 뒤, 우리는 트레인을 타고 산속을 미끄러지듯 문캐슬로 향한다. 고대 중세의 성을 옮겨 놓은 듯한 건물들, 신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조각상들,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운 정원들. 현실이 아닌 영화 속 세계를 걷는 기분이었다. 특히 핑크빛 성은 전날 케이블카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존재이기도 했다.

바나힐 둘째날.jpg 바나힐의 아침을 걸으며


다시 트레인을 타고 이동해 아들이 가장 기다리던 판타지파크로 향했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 시설들이 층층이 펼쳐진 이곳에서, 1박 2일 일정조차 짧게 느껴졌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2박 3일을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나왔지만, 그래도 아들이 좋아하는 범퍼카와 오토바이만큼은 챙겨 타고 나올 수 있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기 위해 프렌치 빌리지 골목 안에 자리한 수제 버거집에 들어선다. 야외 자리에 앉아 버거와 음료, 맥주를 주문했다. 아침을 그렇게 든든히 먹고도 우리는 접시를 말끔히 비워냈다. 남편이 조용히 찍어준 그날의 점심 사진은, 베트남 여행사진 중 내가 가장 아끼는 한 장이 되었다. 명소도 아닌, 평범한 햄버거 가게였지만, 사진에서 삼대의 평화로움과 행복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식사 후,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벨보이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다낭 숙소까지 미리 예약해 둔 호텔 차량 덕분에, 케이블카를 타려고 길게 줄 서 있는 관광객들을 지나 우선적으로 승차할 수 있었다.

리셉션에 도착해 차량을 기다리며,

나는 조용히 저쪽 멀리 보이는 바나힐을 보고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우리는 바나힐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 다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또 어떤 장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베트남여행#바나힐#삼대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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